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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30. 2023

시에나, 시간이 박제된 골목길

-SIENA, 중세의 시간이 멈춘 도시


그 많던 시간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서기 2023년 5월 30일 자정이 넘은 시각(현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하니와 함께한 중세의 도시 시에나 여행 기록을 들추어 보고 있다. 기록을 살피는 동안 형체도 없는 시간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우리 앞에 등장하여 매 분초 혹은 시간을 다투게 만들던 시간들.. 그들이 좋아하는 장소는 다름 아닌 오래된 도시의 골목길.. 중세의 시간이 박제된 시에나 속으로 들어가 본다.



시에나의 골목길 속으로


로마 신화에 따르면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두 명의 쌍둥이 형제이며, 그중 한 명은 로마시의 설립자이자 첫 번째 왕이었다. 설립일은  기원전 753년 4월 21일로 기록되어 있으며, 잔설에 따르면 이들은 아네아스(Enea)의 자손인 레아 실비아(Rea Silvia)와 화성의 자손이었다. 고대 로마의 위대한 정치가이자 장군인 퀸투스 파비우스 막시무스(Quintus Fabius Maximus_Quinto Fabio Massimo Verrucoso)의 설에 따른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 아에네아스(Aeneas)의 후손은 로마의 남동쪽에 위치한 알바 롱가(Alba longa)라는 지역에 정착하여 살았다. 누미또레(Numitore)와 아물리우스 (Amulius)라는 형제는 씨족의 상속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동생인 아물리우스는 누미토르의 장자권을 무시하고 무력을 써서 씨족의 우두머리가 된 후, 심지어 형의 딸내미 레아 실비아(Rhea Sivia, 혹은 일리아 Ilia) 베스타 신전(tempio di vesta Roma)의 제사장으로 삼아 결혼을 못하게 함으로써 누미토르의 가계의 씨를 말리려고 했다. 신전의 제사장은 성직자라는 종교적 위치 덕분에 사회에서는 존경받았지만, 평생 동정과 신전의 불을 지킬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물로스와 레무스는 빨라티노(Palatino) 언덕에서 늑대에게 길러졌다고 전해진다. 아우구스투스(Imperator Caesar divi filius Augustus)를 시작으로 로마황제들이 여기에서 살기를 좋아했으며 그 궁전의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가축을 치는 시종 파우스툴루스(돼지치기)는 갓난아이들을 제거하라는 아물리우스의 명에 따라 쌍둥이를 바구니에 담아 테베레(Tevere) 강에 띄워 보냈다. 



한편 비탄에 잠긴 실비아는 테베레 강에 투신자살 하였다고 한다. 아이들을 실은 바구니는 얼마 후 강가로 떠밀려가 멈추어 섰다. 때마침 근처에서 서성거리던 늑대 어미는 칭얼거리는 아이들에게 젖을 물렸으며, 그리고 딱따구리가 다른 먹을 것을 날아 주었다고 한다. 



이런 전설이 믿기시나 모르겠다. 그렇지만 당시 로마인들은 여러 전설들 가운데 이 전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전하며 실제로 오늘날 로마의 중심은 빨라티노 언덕이 중심이 되고 있다. 바로 곁에 꼴로세오(Colosseo, 콜로세움)가 지어져 오늘날까지 로마를 기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여정 <시에나, 살아 숨 쉬는 중세의 화석> 편에서 이렇게 쌌다. 시에나 중심에 다다르면 곳곳에 전설의 상징 로물로스와 레무스 그리고 늑대가 눈에 띈다.



시에나, 시간이 박제된 골목길

-SIENA, 중세의 시간이 멈춘 도시



우리는  시에나의 중심 깜뽀 광장 (Piazza del Campo)에서 시에나 대성당(Duomo di Siena)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람들은 시에나 여행을 할 때 주로 유명한 곳을 기웃거리게 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시에나의 진정한 명소는 시간이 박제된 오래된 골목길의 표정이 아닌가 싶다.



그곳에는 탈출구를 찾지 못한 시간들이 오롯이 담겨 있는 곳이다.



좁고 오래된 골목길 곳곳에 매달리거나 납작 엎드려 있거나 널브러진 시간의 편린들..



그들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창가에 머물거나 붉은 벽돌에 기대어 살아간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그들은 바람이 되고 빛이 되어 어깨에 머물기도 하고..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피렌체서 멀지 않은 시에나는 둘러보는 동안 우리는 시간여행을 통해 그들과 함께 지냈다.



그때.. 시간이 박제된 오래된 골목길의 풍경들..



현대인들의 시선으로 보면 약간은 답답한 느낌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이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유년기 때 숨바꼭질을 하며 장롱 속으로 숨어든 것처럼 아늑하다. 시간의 도피처는 주로 그런 것일까.. 



우리가 무심코 지난 오래된 풍경 속에 시간이 숨바꼭질하며 머물고 있는 게 아닌가..



현대인들은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 KF-21처럼 전투적으로 바쁘게 산다.



그래서 다른 한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현대인들이 중세 혹은 오래된 과거에 살았던 인류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확신할 수가 없다.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시간 저편의 사람들의 불편해 보이는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잊고 살거나 잘 모르는 삶 기운데.. 잊고 살거나 잊어바린 시간들이 없는지 챙겨볼 시간은 얼마나 소중한 지 모른다. 물론 내 생각이다. 시애나의 깜뽀광장에서 두오모로 향하는 골목길에 널브러져 행복해하는 박제된 시간들..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마침내 진공상태로 돌입했다. 밤 마저 졸고 자빠진 야심한 시각에 열어본 전설 속 로물루스와 레무.. 두 명의 쌍둥이 형제가 늑대의 젖을 빨고 있다. 녀석들이 오늘날 통일 이탈리아 이전 로마의 주인공들이다.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합리적이지 않다. 박제된 시간표가 말하고 있다.


Fossile medievale che respira_Siena, Toscana in ITALIA
Il 30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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