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산타 루치아 축일에서 만난 큰 메시지
나는 얼마나 더 유치해져야 할까..?!!
오늘(12일 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시의 뷔아 까부르(Via Cavour)에서 성대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집 앞이었다. 집에서 대략 3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산타 루치아 교회(성당) 주변에서 산타루치아 성자를 기리기 위한 축제가 열렸던 것이다.
아침운동을 나설 때만 해도 무슨 행사가 있는가 보다고 생각만 했지만 무슨 행사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단지 행사장에 전시해 둔 상품들이 매우 유치한 장난감과 과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미루어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이웃들을 위한 장이 들어선 것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정오경부터 작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뷔아 까부르는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이 같은 조치는 곧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징조나 다름없다. 이 도시가 그랬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이 되면서 산타 루치아 성당 주변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하면서 북새통을 이루기 시작했다. 자료를 정리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지금 현재까지 이 같은 풍경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이 축제는 자정이 훨씬 지난 다음에야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줄어들게 뻔해 보였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행사가 있는 날이면 당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참여하는 공동체 정신이 매우 뛰어난 곳이었다. 신앙심이 이들을 한데 묶어놓고 있는 것이다.
성 산타 루치아 축일은 스칸디나비아에서 유래된 것으로 겨울을 물리치고 새해를 맞이하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축제의 메시지는 사뭇 달랐다. 이날 축제장에는 장난감과 과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누가 봐도 어린이 잔칫날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곰 되새겨 보면 한 성자의 깨달음과 가르침이 오롯이 느껴진다.
세상사는 어린이의 마음처럼 돌아가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가운데, 스스로 던져버린 유치함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게 행복의 실체였다니.. 유치함이 생명임을 깨우쳐준 작지만 매우 의미 있는 축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먼 나라에서 만난 낯선 축제 속에서 "얼마나 더 유치해져야 할까"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LA FESTA DI SANTA LUCIA, PUGLIA
il 12 Dicembre, Citta' di barlett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