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피어난 바닷가 풀꽃들
우리가 잘 모르는 식물들의 세상..!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서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로 거처를 옮긴 후 거의 매일 아침운동을 나선다. 그곳에서 만난 앙증맞은 천사들을 소개해 드린다. 작고 아담한 도시 바를레타는 가까운 이웃 도시 뜨라니(Trani)에서 공수해 온 대리석으로 만든 도시이다. 비가 오시거나 밤이 되면 이 대리석들은 모두 보석으로 변한다. 반들반들 반짝반짝 빛에 반사된 대리석들이 광체를 발하는 것이다.
맨 처음 이 곳에 발을 디뎠을 때 속으로 '아드리아해의 보석'이라는 수식어가 당장 떠올랐다. 신도시 일부를 제외하면 도시 전체가 대리석으로 지어지고 꾸며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바닷가에도 널려있다. 바를레타 항구를 보호하고 있는 방파제 대부분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외항 일부 지역에 콘크리트로 만든 구조물이 설치되어있지만 내항 쪽에는 전부 대리석으로 방파제를 쌓은 것이다.
아침운동을 나서면 바다와 잘 어우러진 하얗고 알록달록한 대리석들이 한데 어우러져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람들이 잘 거들떠보지도 않는 풀꽃들의 세상은 늘 시선을 빼앗는다. 날씨가 짓궂고 매우 차가운 날씨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생명력은 얼마나 강인하고 튼튼했던지 샛노란 꽃을 내놓지 않은 날이 거의 없었다.
꽃다지와 민들레를 닮은 이 풀꽃들은 그들만의 천국을 누리고 사는 것이다. 그것도 큼지막한 대리석 틈바구니에 머리를 박고 바다를 바라보며 꽃을 피우고 있는 것. 이들의 가슴속에는 일찌감치 봄이 온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겨울채비에 몸이 오그라들었지만, 이들은 천국에 가 있는 듯 예쁘장한 얼굴을 내놓고 이방인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사람들이 좇았다니는 돈도 명예도 그 어떤 것도 필요 없다. 그저 파아란 하늘과 바다만 있으면 행복한 것이다. 아무런 욕심 없이 그들만의 천국을 만든 이들의 행복을 모르는 건 사람들 같다. 사람들과 똑같이 대리석을 공유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차디찬 겨울은 찾아볼 수 없다.
DEI FIORI COME LA PRIMAVERA
17 Dicembre, Citta' di Barlett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