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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5. 2019

인류 최고의 발명품 두 가지

-비행고도 1만 미터의 비밀과 친절한 승무원의 배려가 남긴 기록

지구를 몇 바퀴나 돌았을까..?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굉음을 내며 인천 국제공항 활주로를 날아오른 직후 머나먼 여정에 돌입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라틴 아메리카의 파타고니아(Patagonia)이며 그곳은 사람들이 지구별 최고 청정지역이라 부르는 곳이었다. 우리는 한 때 그곳에 살짝 발만 들여다 놓았을 뿐인데 발끝에 묻은 파타고니아의 향취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사라지기는커녕 풍미를 더한 발효식품처럼 더욱더 진한 그리움을 풍기곤 했다. 그곳은 마치 외계의 어느 행성을 닮았을까. 어쩌다 마주친 식물들은 생물도감에서 조차 쉽게 찾을 수 없었고, 산과 벌판과 강과 작은 도랑과 숲과 식물 한 포기, 또는 바람 한 점까지, 우리가 늘 보고 자랐던 곳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파타고니아를 다녀온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건만, 처음 만났던 그 느낌 그대로 생생하다 못해 그곳에 여전히 머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들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나중에 넌지시 깨닫게 되면서 무릎을 탁 치게 됐다. 예전에는 상상 조차 없었던 일들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 앞에 등장하면서 쉽게 잊혀갔던 것들.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몇몇 선택된 자들만 누리던 호사가 일반화되면서 인류의 위대함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이랄까. 만물 중에 인류가 위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 두 가지를 끼적거리고자 브런치 앞에 앉았다. 그것은 인류가 만들어낸 기막힌 발명품 두 가지였다.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인천 국제공항에서부터 적도를 지나 남반구로 길게 이어졌다. 맨 처음 남미 일주를 할 당시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대권 항로(Great circle route)를 통해 북아메리카의 캐나다 밴쿠버에 먼저 기착한 후 미국 상공을 가로질러 멕시코에 도착했다. 그리고 비행기를 갈아타고 페루의 수도 리마까지 가게 된 것.


엄청난 거리였다. 대략 1박 2일의 비행 끝에 최종 목적지 페루에 도착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페루에서 안데스를 넘어 꾸스꼬(Cusco)에 짐을 푼 다음 본격적인 남미투어에 돌입했던 것이다. 


그동안 기내에서 아내와 나는 가끔씩 이런 말을 나누곤 했다.


"인류가 만든 발명품 중에 비행기가 최고인 것 같아.. 어떻게 쇳덩어리가 하늘을 날 수 있지..?!!"


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이유는 양력(揚力) 때문이라는 건 익히 아는 사실이었다. 즉, 물체의 주위에 유체가 흐를 때 물체의 표면에서 유체의 흐름에 대하여 수직 방향으로 발생하는 역학적 힘이 양력이었다고 말하는 것. 인간이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 실행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노력과 비용 등은, 보통 사람들의 머리로는 계수가 불가능했다. 따라서 비행기를 탈 때마다 신기한 느낌이 들며 사람들을 행복감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 또 그 느낌은 잠시 후 다시 비행기에 올라도 똑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최소한 내게는 그러했다.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단 한차례도 쉬지 않고 인천 국제공항에서부터 호주의 시드니 공항까지 단 한 번만에 날아갔다. 그리고 다시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공항까지 비행한 후, 이번에는 북동쪽으로 기수를 돌려 남태평양을 대권 항로를 통해 칠레의 산티아고 공항으로 향했다. 대략 1박 2일의 기나긴 여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칠레의 이스터 섬( Isla de Pascua)을 통과할 때쯤 잠시 잠들었던 눈을 깨우고 카메라를 챙겼다. 이번에는 우리의 투어 일정 전부를 카메라에 담을 요량이었으므로, 우리가 출발할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전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야 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곧 실행에 옮겼다. 따라서 무시로 창밖 풍경을 살피며 이제나 저제나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는 것.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마침내 파타고니아를 품은 나라 칠레에 진입한 후 산티아고 공항(Aeroporto Internazionale Comodoro 

Arturo Merino Benítez) 상공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가 앉은 좌석의 창문 바깥에 흐릿한 때가 낀 것. 속으로 "뱅기도 만들면서 이거 제대로 해결 못하나"하며 투덜댄 것이다. 인류가 비행기를 발명해낸 건 위대한 일이지만, 항공사마다 거의 대부분의 창은 투명하지 못했다.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민항기의 비행고도에 따르면 어떤 때는 기외의 온도가 영하 수 십 도를 기록하기도 하는 것. 그게 얼다 녹다를 반복하면 창 밖 유리가 온전할 리가 있겠나. 따라서 제 아무리 잘 닦아놓아도 금세 오염될 건 뻔한 이치. 아울러 민항기의 비행고도를 이해하지 못하면 나처럼 투덜거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참에 비행고도가 무엇인지 이해하면 여행은 얼마나 더 즐거워질까. 




고도를 낮춘 비행기의 창 밖을 응시하면서 뷰파인더에 포착된 구름 한 점. 그 아래 세상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잠시 후면 산티아고 공항에 사뿐히 착륙할 것. 카메라에 포착된 구름 한 점은, 그동안 한 인간이 신선의 경지에 도달해야 오를 수 있는 경지였다. 전설 혹은 소설 속에서 어떤 신선(神仙) 혹은 선인(仙人)은 구름을 타고 이동했다. 또 어떤 원숭이는 구름을 타고 다니며 재주를 부렸다. 


구름이란 인류 혹은 땅에 발을 딛고 사는 뭇 동물들이 범접할 수 없는 높이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가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은 오래된 꿈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를 태운 비행기가 구름과 같은 높이에 다다랐거나 그 보다 높은 위치에서 비행을 한다면, 상상 밖의 일이 인류로부터 실현된 것이며, 소설이나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던 개연성이 현실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를 태운 비행기가 산티아고 공항에 근접하기 전까지 우리는 구름이 위치 한 높이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을 비행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비행기는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솟구치며 올라가 비행을 했는지 등에 대해 아래 링크된 자료 등을 통해 상세히 알아본다.  



#비행고도 1만 미터의 비밀


항공기는 미주나 구주항로 등 장거리 비행을 할 경우 일반적으로 고도 35,000피트, 미터로 환산하면 약 1만 미터, 즉 10km 상공까지 올라가서 시속 900~1,000km 속도로 날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지구관측용 인공위성은 고도 500~1000km 상공에서 시속 수만 km 속도로 지구의 자전 방향인 동쪽 방향으로 날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항공기는 왜 하필이면 고도 1만 미터로 나는 것일까? 더 높이 올라가면 안 되는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져보기도 하는데.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인공위성에서 보듯이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속도를 더 낼 수 있을 법도 한데..
어떤 책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컵에 담긴 물속에 잉크를 섞어 놓고 잠시 그대로 두면 이윽고 컵 바닥에 잉크가 쌓이게 된다. 이것은 물의 중량보다 잉크가 무겁기 때문이다”라고. 이와 마찬가지 논리를 적용하면 공기도 지상으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 농도(밀도)가 엷어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에베레스트 등산 대원들이 산소통을 메고 가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상청의 자료에 의하면 1,000m 상승할 때마다 약 13~15%씩의 비율로 기압이 감소한다고 한다. 지상에서의 기압을 1.0으로 볼 때 한라산 백록담에서는 0.8, 백두산 천지가 0.7, 몽블랑이나 킬리만자로에서는 0.5 정도로 떨어지고 에베레스트 정상에서는 0.3 기압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항공기가 이륙하고 나서 점점 고도를 높여나가는 과정에서 귀가 먹먹 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기내의 기압이 상승고도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압과 관련하여 항공기의 나는 속도와 고도에 대해 살펴보자. 항공기가 속도를 냄에 있어서 최대의 걸림돌은 뭐니 뭐니 해도 공기저항이 되는데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주위의 공기가 엷어지므로 인해 반대로 기체에 걸리는 기압과 함께 공기저항도 줄어들고 따라서 속도도 무척 내기 쉬워진다. 그리고 1만 미터 상공에서는 기압은 더욱 떨어져서 0.2 기압 정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엔진 추력을 약간만 내어도 시속 1,000km까지 올라가며 제트기류를 타면 더 빨리 날게 된다고 한다. (하략)     

비행기가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이유는 주로 이러했다. 인류의 위대함이 엿보이는 놀라운 사실이다. 이렇듯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품(내 생각)이 없었다면, 우리는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lan)처럼, 혹은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을 태운 피츠로이 호의 로베르트 피츠로이(Robert FitzRoy) 선장처럼, 지구별을 한 바퀴 도는데 엄청난 세월을 필요로 했을 것. 



하지만 오늘날 사정은 어떤가.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박 2일이면 족한 게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우리 인류의 모든 행적을 기록해 둘 수 있는 카메라이자 사진이며 영상이었다. 이런 기록 도구가 없었을 당시엔 주로 특정인이 당대의 문화 등을 그리거나 서술한 게 전부였다. 


특히 인류가 남긴 글씨는 대단한 업적 중에 하나였지만,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 명운이 달라졌다. 누군가의 압력 등에 의해 거짓을 서술하거나 침소봉대를 일삼는 것. 그런데 인류가 남긴 훌륭한 유산 중에서 사용자를 즐겁게 만드는 한편, 사실만 담아내는 게 카메라였다. 내가 꼽은 인류 최고의 두 번째 발명품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나 혼자만 알고 있었겠나. 우리를 태운 항공사의 한 여 승무원이 착륙 직전에 창 가를 이리저리 살피는 내게 이렇게 제안했다.  


'아저씨, 저를 따라오세요..!"


그곳은 승무원들이 기거하는 좁은 공간이었는데 작은 창 하나가 있었다. 승무원은 그 창을 가리키며 "사진 촬영을 여기서 하라"며 미소를 지으며 일러주었다. 비행기는 산티아고 공항 상공을 나지막이 선회 비행하면서 착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본 남반구의 봄은 파릇파릇한 새싹과 샛노란 유채꽃을 내놓고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녀의 세심한 배려와 카메라가 없었다면 이런 풍경들은 그저 마음속에서만 존재했을 테지 아마도.. 




Sul Aeroporto Internazionale Comodoro
Arturo Merino Benítez LAN_ CIL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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