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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6. 2019

무엇이 이들을 들뜨게 만들까

-이탈리아에서 눈여겨봐야 할 도시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는 성탄절 전후로 매우 활기찬 모습을 보인다. 인구 10만 명도 채 안 되는 작은 도시에서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곳이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또 얼마나 착한지 모른다. 이탈리아의 대도시에서 만난 사람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랄까.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너무 약아빠진 탓인지 무엇이든 계산기부터 두드린다. 서울에서 자주 봐 왔던 풍경들..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런 풍경을 여태껏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바를레타가 내 마음에 쏙 든 것이다. 피렌체서 우연찮게 한 아티스트를 만난 직후 바를레타행 기차를 탄게 행운을 가져다준 것이다. 



아내와 나의 계획대로라면 거처가 한 번쯤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느낌은 현재까지 이곳에서 둥지를 틀고 여생을 보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저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람을 이토록 편안하게 만든 도시도 드물었다. 거기엔 공짜나 다름없는 식재료들이 한몫 거들었다.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앞둔 바를레타의 재래시장(Mercato di San Nicolo)의 풍경이 그랬다. 사람들의 표정은 꿈을 꾸는 듯하다. 알록달록한 야채와 과일은 물론 어물전의 싱싱한 생선들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기에 충분하다. 내가 이 시장에 가끔씩 들르는 이유가 있다. 



관련 브런치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는 1킬로그램에 1유로 내외의 가격이다. 따라서 5유로어치를 구입하면 5킬로그램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구매한 식재료들은 최소한 며칠은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가격이 싸다고 하여 다량으로 구매해 냉장고에 저장해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곳 재래시장에 방문 횟수가 증가하면서부터 시장의 상인들이 나를 알아봐 주는 것이다. 저만치서 시장으로 입장하면 "COREA DEL NORD!(북한 사람을 지칭)"를 외치며 손을 흔든다. 그들은 내가 한국의 서울에서 온 줄 뻔히 알면서 일부러 농담을 거는 것이다. 이런 친구들 때문에 장바구니는 한 군데서 채우지 않고 이곳저곳에서 나누어 채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곳에 들르면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그 이유를 딱히 설명할 수도 없다. 아마도 이런 풍경들은 짙게 배인 사람 사는 냄새 때문이 아닐까.. 연말연시에 만난 시장의 활기찬 풍경들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덩달아 들뜨게 만든다. 그건 사람 사는 세상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취가 이곳에서 묻어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본 포스트는 크롬 피씨(CHROME PC)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ESPRESSIONI MERCATO DI SAN NICOLO
il 24 Dicembre,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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