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1. 2020

천국의 맛 게껍딱 양송이 구이

-아드리아해 대게 껍데기의 재발견

세상에서 제일 귀한 손님이 오시면 무엇을 대접할까..?!



마침내 아내 님께옵서 납신다..!! 오늘(31일 현지시각) 하루 종일 바빴다. 한국의 아내와 전화 통화 때문이었다. 요즘 한국에서는 우한 바이러스(폐렴) 때문에 난리가 아니란다. 아직 확진 판정을 받은 우리 국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들이 생난리를 친 덕분에 여행사들은 죽을 쑤고 있단다. 



이미 예약된 비행기 표가 대부분 취소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비행기표 예매 창구는 취소와 환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내가 이탈리아행 비행기표를 끊은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로마까지 직항으로 가는 티켓이었다. 전화가 길어진 이유도 있다. 



비행기표를 끊으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아내를 맞이하러 가야 한다. 인천공항-로마-바를레타로 이어지는 동선에 맞추어 역으로 현재 시간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바를레타에서 로마까지 가는 시간은 대략 4시간이 소요된다. 로마에서 다시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로마 공항)까지 가는 시간까지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내가 탈 비행기가 로마에 도착할 시간은 오후 5시경(로컬 타임)이었다. 로마에서 바를레타(바리)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탈 수 없는 시간인 것이다. 버스보다 기차 편이 보다 편리한 것을 아는 내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사라진 것이다. 그 같은 사실을 아내에게 일러주었더니 아내 왈 "그럼 공항에서 하룻밤 자면 돼지..!"라고 말했다. 


참 대단하신 아내 님이시다. 아내는 비행기만 타면 어디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남미 일주와 파타고니아 투어 당시 멕시코 공항과 페리토 모레노 버스터미널에서 뜬눈으로 밤을샌 동지의식이 깨어났던 모양이다. 아직 한국을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마음껏 들떠있는 것이다. 



나는 기차 대신 버스를 이용할 심산으로 인터넷을 뒤적여 로마에서 바를레타로 가는 차편을 확보해 두었다. 그동안 이틀 전 바를레타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대게 요리에 착수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우리는 그들의 킬러나 다름없을 정도의 빡쌘 소비자였다. 어떤 때는 삼천포에서 구입한 조기 한 상자를 이틀 만에 해치웠을 정도이다. 




그런 아내를 위해 바를레타의 해산물은 비밀에 부쳐두었다. 당신이 오시면 깜짝쇼를 펼칠 심산이었던 것이다. 오늘 끼적거리고 있는 천국의 맛 게껍딱 양송이 요리도 그중 하나이다. 주지하다시피 게의 껍질 부분에 있는 육즙은 천연조미료 맛을 내기 때문에 게껍딱으로 불리는 게껍딱 요리에 제격이다. 


보통은 게껍딱에 밥을 넣고 양념으로 비벼먹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잘 쪄낸 게껍딱의 육즙을 잘 긁어 모으고 대게 속살을 발라낸 다음 비벼 놓으면 훌륭한 살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거기에 잘 달구어진 팬 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약간의 소금간으로 양송이를 구워내 게껍딱에 올리면 끝! 최고의 인살라따로 거듭나게 된다. 로즈마리노와 호두를 다져 장식하고 맛을 더했다. 어떤 맛이냐고 물으시면 표현할 길이 없다는 거.. 어쩌면 천국이 그런 곳일지도 모르겠다. ^^


관련 브런치 글
5유로로 느낀 달콤한 행복
GUSCIO DI GRANCHIO CON CHAMPIGNON ALLA GRIGLIA 
il 31 Genna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