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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13. 2020

건강미인의 행복한 살인미소

-피렌체서 만나는 중세의 복식과 우리 문화 일면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피렌체서 만난 가장 인간적이자 르네상스를 닮은 주현절 축제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는 해마다 1월 6일이 되면 성대한 주현절(主顯節, La Befana) 축제가 열린다. 우리에게 낯선 이 축제는 피렌체 시민은 물론 피렌체를 찾은 세계의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주현절은 예수의 신성(神性)이 공식적으로 드러낸 날을 뜻한다. 서방의 기독교에서는 동방박사가 예수를 찾은 때로 보고, 동방의 기독교에서는 세례자 요한이 예수에게 세례를 준 때로 보고 있는 날이다. 




피렌체를 찾은 사람들 전부가 기독교(가톨릭)인이 아니므로, 이 같은 기록보다 행사에 등장한 복식을 통해 피렌체를 보다 더 진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 행사를 둘러보는 동안 마치 르네상스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물씬 배는 것이다.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옷과 장비 등은 모두 고증을 거친 것으로, 서기 1300년대 중세 피렌체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그대로 묻어난 것이었다. 



위의 글은 관련 브런치의 글 우아함을 입은 중세의 미인들 편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피렌체를 방문하시는 분들을 위해 날짜를 못 박았다. 연중 반드시 이때 치러지는 제현절 행사를 통해 르네상스 혹은 중세의 사람들이 즐기던 생활양식을 즐길 수 있는 귀한 장면들인 것. 어쩌면 현대의 의상보다 더 나았으면 나았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귀족과 평민의 복식 등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살인미소란 이런 걸 말하는 것일까.. 나는 이날 행사 전반을 취재하면서 한 여성으로부터 너무 아름다운 미소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그녀는 내 앞에서 포즈를 취해달라는 부탁을 받자마자 입을 크게 열어 눈꼬리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씩~웃었다. 이럴 때 이탈리아인들은 이렇게 표현한다.



MAMMA MIA..!!



너무 아름다웠다. 전혀.. 그럴 리가 없지만 내가 미혼의 청춘이자 총각이었더라면 이 순간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애에 목숨을 걸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우리가 말하는 '살인미소'가 그녀로부터 나의 뷰파인더로 전해져 오고 있었던 것이다. 미소 하나만으로 사람 잡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세상.. 이날 천방지축으로 날뛰면서 메디치 가문의 공국으로 깊이 빠져들어갔다. 살인 미소와 함께 아름다운 중세의 복식에 빠져들면서 내 조국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일면 비교하게 되는 것이다.




이날은 꽤 추웠다. 바람도 불었지만 음산한 날씨가 피렌체를 꽁꽁 얼게 만드는 가운데 이들 행렬은 빨라쪼 삐티 궁전(Palazzo Pitti)을 출발하여 삐아짜 데 삐티(Piazza de' Pitti)_일 뽄떼 베끼오(il Ponte vecchio)-뷔아 뽀르 산타 마리아(Via Por Santa Maria)를 거쳐 피렌체 시내 중심을 가로지르며 르네상스 시대의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행렬 옆으로는 이 광경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친 가운데 어떤 곳은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나는 행렬 선두에서 거꾸로 부지런히 발품을 판 결과 뽄떼 베끼오까지 도착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행사 참가자에게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물었더니 의외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아래 영상 끄트머리에서 확인된다.) 나는 이들로부터 시간여행을 떠나고 있는 당신들의 소감을 물었던 것인데 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너무 추워요..!"



이날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던 시민들의 옷차림은 메디치 가문이 지배하고 있던 르네상스 시대의 복식을 고증을 거쳐 그대로 재연한 것이다. 이 행사가 치러지는 날은 해마다 똑같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복식은 행사 참가자들을 떨게 만든 것이다. 참 착한 민족들.. 우리나라 사람들만 착해빠진 줄 알았는데 피렌체 시민들도 꾀를 부리지 않았던 것이다. 



반칙을 하지 않았다. 옛날 복식 속에 내의를 갖추어 입을 만도 했다. 하지만 입술이 파랗게 질릴 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당시의 복장을 고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행렬 선두에 귀족들이 그리고 행렬 뒤로 갈수록 귀족 가문들과 그들이 거느리던 평민들의 모습을 차례로 볼 수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종교적 압박이 매우 거셌던 중세 이후의 복식은 부의 정도에 따라 옷차림이 달라지는 것. 행렬 선두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 반면에 뒤로 갈수록 소박한 차림이 눈에 도드라졌다. 그리고 이날 행렬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맹금류(매)를 이용한 사냥꾼들의 모습이었다. 잘 훈련된 매를 이용해 꿩 등 동물을 사냥하는 전통 방식의 차림을 뽄떼 베끼오 다리 위에서 만나는 한편, 사냥에 나서는 여성들의 차림이 마치 여전사를 방불케 했다. 



르네상스를 일군 예술가들을 후원한 귀족들의 모습을 통해 가난한 예술가들이 왜 죽기 살기(?)로 귀족들의 초상화를 그리게 됐는지 넌지시 알게 하는 대목이 이날 축제에 묻어나는 것이다. 이들의 고상한 복식은 초상화에 담겨 빨라쪼 삐티 궁전은 물론 우피치 미술관 등에 빼곡히 진열돼 있는 것이다. 물론 미켈란젤로는 예외였다.


초상화 속의 인물들은 우아할 뿐만 아니라 화려함의 극치였다. 그리고 이 같은 복식은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바로크 시대로 이어지며 복식의 형태가 달라지며 오늘에 와 있는 것이다. 역사란 참 아이러니하다. 부의 축제에서 르네상스가 출발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탈리에 둥지를 튼 이후부터 줄곧 이들의 문화를 우리나라의 역사 문화와 비교하고 있었다. 가장 가깝게 해방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들에 비하면 소박하기 짝이 없는 복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민족이 백의민족이 된 까닭을 애써 백색은 빛의 색이고 태양을 상징하기 때문에 조상들은 빛과 태양과 하늘을 숭배하는 사상의 실천으로 흰옷을 입었다고 말해야 할까.. 



기록에는 왕들까지 흰옷을 즐겨 입었다지만 근현대사에 등장하는 우리의 모습은 여전히 추워 보였다. 우리 집만 해도 어른들의 모습이 그러했을 뿐만 아니라, 6.25 전쟁 이후 세대는 일부를 제외하면 가난에 찌든 삶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대략 정리해 놓고 보니 인터넷 시대가 도래한 지금으로부터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네 삶은 녹녹지 않았다. 



내 눈앞에 기다랗게 펼쳐진 축제의 행렬은 최소한 500년 전의 모습이자, 어떤 학자들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문학 운운하고 있는 실로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살아가노라면 서로 다른 문화의 양식이 존재하건만 귀족들의 삶과 특정 종교를 쫓아 당신의 롤모델로 삼자는 게 올바로 보일 리 있겠는가..


* 영상은 해마다 치러지는 주현절(la Befana) 축제의 이모저모를 두서 없이 순서대로 담았다. 짬나시는대로 찬찬히 둘러보시면 감동이 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의 진정한 자랑거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이 축제들 돌아보게 만드는 것은 행사를 빛낸 참가자들이자, 한 여성이 이방인에게 보여준 살인미소 때문이랄까. 과거의 복식이 현대에 어울릴 리 만무하지만, 어쩌면.. 거추장스럽게 보이는 복식 속에 감추어진 미소가 보다 더 귀족적이지 않을까.. 마음결이 고와야 진정한 귀족이라는 생각을 굳힌 축제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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