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정성스레 준비한 진귀한 해산물
현대인의 보물은 달라도 한참 다르지..!!
지난 여정의 마무리를 이렇게 기록했으며, 관련 브런치 글은 아래와 같다.
이빨이 시리도록 찬물이 입안에 닿으면 희한하게도 금세 달콤해졌다. 기특한 것들.. 계곡물은 달콤하기라도 했지, 너희들은 사리 때를 지나면서 짠물 속에서 숨도 못 쉴 것 같이 잠겨있었는데.. 그것도 해녀들의 물질처럼 하루 두 번 겨우 긴 호흡을 내뱉지 않았는가.. 거뭇한 그림자를 드리웠던 골짜기의 숲처럼 모두 다 드러낸 바닷속 골짜기에도 다시마 숲이 빼곡했다.
어느 날 내게 다가온 봄처녀의 유혹처럼 사리와 조금이 내어준 바다에 덥석 안기는 것이다. 나는 기어코 생기 넘치는 아리따운 봄바다를 보고 말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숙소로 돌아올 때까지 나의 유년기를 소환한 봄바다의 마력에 허우적이며 그들과 함께 놀아난 것이다. 이런 봄바다.. 아실랑가 모르겠네..! ^^
관련 브런치 글
이탈리아 요리가 넘보지 못하는 곳
봄바다 보신 적 있으세요
우리 식탁을 빛내는 위대한 식재료
어릴 적 이발소에서 마주친 남주작북현무가 그려진 '이발소 그림'처럼, 이곳에 단 한 번이라고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라면 죽을 때까지 이런 풍경을 잊지 못할 게 틀림없다. 사리 때가 찾아오자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대바구니와 그릇을 준비해 바닷가 이곳저곳을 뒤지는 채집 삼매경에 빠져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대바구니에 막걸리까지 담아와 채집한 자연산 해삼과 전복 등을 안주삼아 지인들과 나누어 먹는 풍경이 발견되기도 했다. 실로 기막힌 풍경이다.
바다가 내어준 해산물들은 무시로 수집했으며 뷰파인더는 너무 행복해했다. 어디로 발길을 돌리나 지천에 널린 게 작품의 대상이자 피사체는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바닷가 풍경..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닌데 나는 어느덧 그들과 끝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봄바다의 마력은 실로 엄청났다.
그 가운데 조금 때 바위 위에 머리를 박고 자라기 시작한 자연산 다시마의 모습은 압권이었다. 최소한 바다의 깊이만큼 자랐던 다시마는 맨살을 드러내 놓고 길게 누워 아침 햇살을 쬐고 있었는데 그 속에 해삼과 성게와 고동들이 볕을 피해 숨어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네 삶을 저울질해가며 나름 작품 활동에 빠져든 것이다.
봄바다로부터 귀가하는 즉시 이들을 잘 보관해 두었다가 장차 아내의 수채화와 함께 전시회를 생각하기도 한 것이다. 이 포스트는 물론 관련 브런치 글 속에 삽입된 사진들 중에 나의 (부족한)작품이 게재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봄바다를 주제로 한 여러 풍경들이 주를 이룰 것이었지만 이제는 다 소용없는 일. 까이꺼 갤러리를 통째로 빌려 전시를 해본들 브런치만 하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남미 최초의 노밸문학상 수상자 칠레의 시인 가브리엘라 미스뜨랄(Gabriela Mistral)은 그 같은 일을 당신의 작품 예술가의 십계명을 통해 이렇게 노래했다.
첫째,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 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 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 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 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림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도주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Decálogo del artista
I. Amarás la belleza, que es la sombra de Dios sobre el Universo.
II. No hay arte ateo. Aunque no ames al Creador, lo afirmarás creando a su semejanza.
III. No darás la belleza como cebo para los sentidos, sino como el natural alimento del alma.
IV. No te será pretexto para la lujuria ni para la vanidad, sino ejercicio divino.
V. No la buscarás en las ferias ni llevarás tu obra a ellas, porque la Belleza es virgen, y la que está en las ferias no es Ella.
VI. Subirá de tu corazón a tu canto y te habrá purificado a ti el primero.
VII. Tu belleza se llamará también misericordia, y consolará el corazón de los hombres.
VIII. Darás tu obra como se da un hijo: restando sangre de tu corazón.
IX. No te será la belleza opio adormecedor, sino vino generoso que te encienda para la acción, pues si dejas de ser hombre o mujer, dejarás de ser artista.
X. De toda creación saldrás con vergüenza, porque fue inferior a tu sueño, e inferior a ese sueño maravilloso de Dios, que es la Naturaleza.
-Gabriela Mistral
*참고로 예술가의 십계명 원본을 실었다.
거실 혹은 서재 가득 채워둔 오래된 책들이 다 무엇이랴. 또 너무 두꺼워 펼 수 조차 버거운 책 속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둔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단 열 줄로 정리된 노랫말만으로 세상사 지혜 전부가 함축되어 있는 것. 십계명 중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가운데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들 혹은 자칭 타칭 예술가들에게 신약 혹은 명약으로 다가올 계명은 이랬지..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래 내 마음속에 늘 따라다니는 허전함의 실체가 무엇인지 생각하곤 했다. 요리를 연구하면 할수록 그 허전함의 깊이가 더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허전함의 실체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 실체는 지금까지 봐 왔던 바닷가 풍경 속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다. 자연산 다..시..마..!!
요리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신 분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식재료 다시마는 요리 맛을 내는데 뺄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식품이다. 특히 우리나라 음식을 만들 때 다시마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같은 존재.. 요리의 기본에 다시마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 다시마의 효능은 두말할 것도 없다. 성인병을 예방하는 성분이 빼곡한 것.
반면에 이탈리아 요리에 필요한 야채 육수의 기본은 이른바 양당세(양파, 당근 셀러리)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래 내 마음속에 늘 따라다니는 허전함의 실체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리스또란떼에 출근을 하면 맨 먼저 그날 사용하게 될 야채 육수를 끓여놓게 되는데, 나의 입맛에는 셀러리 향만 강했지 이 맛도 저 맛도 아니었다. 그걸 글쎄 미슐랭 리스또란떼에서도, 어디를 가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일해본 요리사들의 경험이 그걸 말해주는 것.
그래서 내가 근무한 적 있는 미슐랭 리스또란떼에서는 셰프가 육수를 끓일 때 아예 초보 요리사인 내게 맡겼다. 그리고 연로하신 당신의 아버지에게 드리는 고급 쥬빠까지 나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때 사용된 비법 속에 다시마는 없었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터득한 비법 속에는 다시마 맛과 매우 유사한 맛이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기회가 닿으면 공개 예정..!)
이번 주말.. 기다리고 기다렸던 아내가 마침내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동안 우리는 거의 매일 전화를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한편 짐보따리 속에 채울 내용물 점검을 했다. 그 가운데 다시마와 김과 멸치 된장 고추장 김치 등이 빼곡한 가운데 아예 케리어를 하나 더 준비했다.
그곳에 다시마와 김을 추가로 빼곡히 채워 넣은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들 대부분이 요리사에 버금가는 요리실력이 있지만 다시마를 빼놓고 '선수'라는 소릴 듣기는 어려운 법. 두 개의 짐보따리는 그때부터 보물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식탁을 빛내는 위대한 식재료들이 인천공항발 이탈리아 로마행 직항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내가 준비한 선물 보따리 속에 실로 진귀한 다시마가 숨죽이고 해후를 기다리고 있는 것. 다음 주부터 허전한 그림자 대신 온몸의 세포를 깨우게 될 봄의 식탁이 마련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계속>
OTTIMI INGREDIENTI PER ILLUMINARE IL NOSTRO TAVOLO
il 17 Febbra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