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탁과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킨다
하마터면 사라질 뻔한 금수강산 한쪽..!!
굉활하게 펼쳐진 개펄 속에서 한 사람이 뭔가를 나르는 풍경.. 이곳은 충청남도 태안군 이원면에 위치한 가로림만(潮)의 한 모습이다. 1박 2일간의 출사를 떠난 일행 앞에 사리 때의 비경이 펼쳐진 것이다. 점박이물범 서식지인 이곳에는 생물의 다양성 등 생산성이 높은 청정 개펄로, 2016년 가로림만 해역(91.237㎢)이 해양수산부로부터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번 브런치 연재 글은 네 번째로 지난 여정 맨 끄트머리쯤에 이렇게 말했다.
이번 주말.. 기다리고 기다렸던 아내가 마침내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동안 우리는 거의 매일 전화를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한편 짐보따리 속에 채울 내용물 점검을 했다. 그 가운데 다시마와 김과 멸치 된장 고추장 김치 등이 빼곡한 가운데 아예 케리어를 하나 더 준비했다.
그곳에 다시마와 김을 추가로 빼곡히 채워 넣은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들 대부분이 요리사에 버금가는 요리실력이 있지만 다시마를 빼놓고 '선수'라는 소릴 듣기는 어려운 법. 두 개의 짐보따리는 그때부터 보물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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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림만(加露林潮).. 가로림만의 한잣말 뜻은 이슬이 모여 수풀을 이룬 곳이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다만 예사로운 이름은 아닌 것 같다. 가로림만은 충청남도 서산과 태안을 둘러싼 호리병 모양으로 생긴 만으로 서해에서 유일하게 북쪽을 향해 만이 형성된 특징이 있다.(위 링크 참조) 이곳에는 천연기념물 331호 점박이물범이 서식하고 있고, 그 옛날 백제시대 때부터 중국과의 주요 무역지로 이용되기도 한 곳이다.
이처럼 역사적 생태학적으로도 뛰어난 가치를 지닌 가로림만이 한때 정치와 결탁한 건설업자들의 농간에 의해 사라질 뻔한 위기를 겪기도 한 것이다. 참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따라서 환경운동연합 등 뜻있는 분들이 힘을 모아 위기에서 건진 개펄인 것. 당시 태안군 이원면과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사이에 2.02km의 바다를 막아 방조제 가로림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려고 했던 것이다.
지금은 과거형으로 변했지만, 만약.. 그런 음흉한 계획이 실현되었다면 눈 앞에 펼쳐진 비경은 물론 천혜의 개펄은 자취를 감추거나, 생물들이 잘 살아갈 수 없는 죽은 개펄로 변할 게 틀림없었다. 위 링크된 계획에 따르면 이 작업에 참여한 건설사(주주)는 한국 서부발전(49%), 포스코건설(32.13%), 대우건설(13.77%), 롯데건설(5.10%)이었다.
나는 이들이 추진한 사업에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던 한편, 우리 사회를 반목하게 만드는 사업 추진 방식을 경멸 이상으로 혐오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합법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합법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사업 시스템은 교활함 이상으로 우리나라와 민족을 좀 먹거나 팔아치우는 매국의 형태를 지닌 것이다.
비단 이들뿐만 아니라 00건설로 이름표를 단 대형 건설사들은 당신들의 사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예를 들면 특정 지역의 개발 혹은 재개발에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온갖 권모술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 혹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이들의 권모술수 속에는 지역의 정치인은 물론 검찰과 경찰 등 권력 또는 권력의 하부조직이 총동원되는 실로 경악할 일이 저질러지는 것이다.
한 때 나 보다 덩치가 두 배나 되는 어린 조폭들 혹은 두목들과 맞서 싸우면서 이들의 실체를 파악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조폭들 혹은 두목은 나만 나타나면 슬슬 피하는 것이다. 생각 보다 사내답지 않은 녀석들.. 결과는 뻔했다.
녀석들은 누군가 던져주는 미끼를 덥석 물었지만, 나는 구조적 모순이 가득한 사회에 몸을 던져 싸운 것이다. (저리 꺼져 색히들아!.. 왜 그러세효 꺼지면 되잖아요ㅠ) 이슬이 모여 수풀을 이룬 곳도 그런 시련을 겪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 소용없는 일.. 그렇게 몸을 던져 싸워봤자 남는 것은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이랄까..
한 며칠 충청남도 태안군 이원면 만대항 주변의 풍경을 소재로 글을 끼적거리면서 잠시 잊고 살던 시사 문제를 엿봤다. 내게 혹은 우리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아서 까칠한 시선을 던져본 것이다. 앞서 살펴본 브런치 글 속에서 우리나라는 해산물의 보고(寶庫)라는 데 초점을 맞추어 봤다.
지구별 어디를 뒤져봐도 이 같은 개펄을 찾아볼 수가 없을뿐더러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을 만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곳을 온몸으로 막아낸 가로림만의 사람들이 너무 자랑스러운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한반도는 우여곡절 끝에 두 조각으로 나뉘어 있고, 그 조그만 땅덩어리는 다시 지자체 등의 단위로 사분오열된 지 꽤 오래이다.
그런데 사리 때 만난 가로림만의 풍경은 그런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혀 다른 평화로운 모습으로 일행을 반기는 것이다. 잠시 바닷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통발이 갯벌 위에서 뒹굴고 있는 모습 속에서 만나게 된 가로림만 사람들은 여전히 분주했다. 통발과 굴 양식장을 보수하며 뭍으로 나오고 있는 것. 이분들의 삶은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다. 비록 장화를 신었을 망정 어떤 곳은 무릎 이상으로 빠져드는 곳이 곳곳에 있다. 맨바닥을 걸어도 피곤할 텐데 질퍽거리는 개펄을 다니며 일을 한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인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나는 무시로 우리나라의 해산물을 머리에 떠올리고 있었다. 날로 먹어도 좋지만 요리사의 손길을 거치는 순간 보다 고급진 요리로 탄생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한 때는 동해 남해 서해 어디든 작은 식당 하나를 차려놓고 이탈리아 요리를 연구하고 싶기도 했다. 주로 지인들을 초대하고 입소문으로 알고 찾아온 손님들과 더불어 재밌게 사는 것이다. 매출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어민들은 물론 관련 업계의 사람들이 휘파람을 불 것 같다는 착한 생각을 해 봤던 것이다.
버려진 듯 수많은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곳. 나는 이곳을 다녀오면서 망태기 하나 가득 다시마를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 또 갯가에서 주운 고동 한 바가지와 성게와 자연산 전복과 해삼까지.. 아내는 좋아라 했다. 우리가 아무렇게나 함부로(?) 내뱉는 해산물들이 지천에 널린 곳이 우리나라의 바다이며 이곳 가로림만까지..
서두에 이렇게 끼적거렸지..
이번 주말.. 기다리고 기다렸던 아내가 마침내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동안 우리는 거의 매일 전화를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한편 짐보따리 속에 채울 내용물 점검을 했다. 그 가운데 다시마와 김과 멸치 된장 고추장 김치 등이 빼곡한 가운데 아예 케리어를 하나 더 준비했다.
그곳에 다시마와 김을 추가로 빼곡히 채워 넣은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들 대부분이 요리사에 버금가는 요리실력이 있지만 다시마를 빼놓고 '선수'라는 소릴 듣기는 어려운 법. 두 개의 짐보따리는 그때부터 보물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은 잘 알 것이다. 우리보다 이민 역사가 100년이나 더 된 일본 아이들의 리스또란떼에서 쓰시로 포장한 음식값은 엄청나다. 우리나라에서 김밥 한 줄 가격이 최소 1000원부터 3000원까지 책정되어 있다면 이곳에서는 10,000원이 넘는 가격이다. 김밥 한 줄이 10유로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바를레타 현지에서 지인에게 김밥 15줄을 이탈리아 요리로 포장해 나누어 먹었더니.. 글쎄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그리고 짬만 나면 김밥 타령을 하는 것이다. 우리 음식을 너무 맛있게 먹어준 배경에 우리나라 해산물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곳 현지 슈퍼마켓에서 팔고 있는 김밥용(쓰시용) 김은 한 장에 1000원이었다. 믿기시는가..
그래서 김밥을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 지인들에게 "김의 원산지는 한국의 완도"라고 일러주었다. 그랬더니 과연 그럴까 싶은 표정을 짓고 일본 아이들이 포장지에 써 둔 깨알보다 작은 글씨를 한참 찾아보더니 "맞아요"라고 외친다. 그런 김을 아내가 케리어 가득 싣고 로마행 직항을 탄다면 도대체 얼마나 비싼 해산물을 공수해오고 있는 것인가..
대략 계산해 봐도 수백 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급 해산물들이 아내의 짐보따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만약 사정이 허락한다면 가로림만에서 생산된 해산물까지 공수해 오고 싶은 것. 그런 보물들이 지천에 널린 곳이 우리 땅이며 가로림만이며 동해 남해 서해를 낀 금실로 수놓은 금쪽같은 우리 강산인 것이다. 일본 아이들의 예에서처럼 우리 해산물을 일본으로 수출하는데 급급하지 말고 그들처럼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앞에서 잠시 엿본 것처럼 나라에서나 기업에서 '문어 제 살 뜯어먹기식' 음흉한 짓을 저지를 게 아니라, 금수강산에서 생산된 금쪽같은 해산물을 금값 이상으로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우리는 날마다 금수강산의 실 한오라기씩 빼어다 남의 나라 좋은 일 시키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가로림만의 사람들이 지켜낸 이 바다가 너무 아름답고 최고로 여겨지는 것. 하마터면 사라질 뻔한 금수강산 한쪽이 가로림만에 오롯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촬영 순서대로 나열된 현지 풍경을 포스트를 담다가 시선이 멈춘 곳.. 남편은 저만치 앞서 가고 이날 마지막으로 뭍으로 걸어나온 한 아주머니였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당신을 보는 순간 노사연 씨가 부른 노랫말이 절로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바다를 지켜오신 분들에게 무한 감사를 드리는 것이다. <계속>
-노사연
내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땜에 내시간도 없이 살다가
평생 바쁘게 걸어 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 질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에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있진 않겠죠
큰것도 아니고 아주작은 한마디 지친나를 안아주면서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 질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에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있진 않겠죠
큰것도 아니고 아주작은 한마디 지친나를 안아주면서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저 높은곳에 함께가야 할 사람 그대 뿐입니다.
LE UNICHE PERSONE CHE MANTENGONO IL MEGLIO
il 18 Febbra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