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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27. 2020

갑자기 달라진 바닷가 풍경

-풀꽃과 여인



어느 날 바닷가에 나타난 여자 사람..!!



서기 2020년 2월 23일, 나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로마의 피우미치노 공항을 다녀왔다. 이 같은 사실은 나의 브런치 봄이 오시는 로마 가는 길에 담은 바 있다.  바를레타 기차역을 출발한 뒤 로마 공항에서 아내를 마중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의 단편을 쓴 것. 후속 편을 이어가기 전에 브런치 이웃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영상은 바를레타에서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까지 여정 일부를 담았다.


이곳 바를레타에 거주하고 있었던 7개월 여의 시간 동안 응원을 아끼지 않고 당신의 일처럼 성원을 아끼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곧 천지신명을 일깨우는 기도로 작용하여, 자칫 난관에 봉착할 뻔했던 일들이 행운으로 변신한 것이다. 





우리 내외는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재회의 기쁨을 누리는 한편, 간발의 차(5분)로 피우미치노 공항-로마 떼르미니 역-바를레타로 이어지는 급행열차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무게의 짐들은 가트에 실려 기차역 구내까지 이동한 바 있다. 


그리고 짐이 정리되자마자 기차는 출발시간에 맞추어 바를레타로 향한 것이다.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극적인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난관을 앞두고 있었다. 대형 케리어 한쪽 바퀴가 아예 부러진 것이다. 가뜩에 나 무거운 짐들은 바를레타 역에 도착하는 즉시 집까지 끌고 가야 했으므로 매우 힘든 과정에 직면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바를레타 역에 도착하면 높은 계단 위로 짐을 하나씩 운반해야 하는 과정을 남겨두었다. 이 과정은 자칫 허리를 다칠 수 있었으므로(경험) 약간은 걱정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런데.. 나의 그런 걱정은 기우로 돌아서며 우리를 놀라게 했다. 기차는 1번 비나리오(역 쪽)에 우리를 내려놓았다.(앗, 세상에 이런 일이..!) 따라서 기차에서 짐을 내려 곧장 기차역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서로 기뻐했다. (세상에는 별거 아닌 게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어요. ^^)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심은 이 날따라 텅 비어 (인도를 이용하지 않고) 대로변 가장자리를 이용하여 짐을 운반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아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도시를 살폈다. 어쩌면 꽤 긴 시간 동안 이곳에서 지내야 할지 모르는 둥지를 살피는 한편, 통화 중에 당신이 머릿속에 그렸던 도시의 이미지와 비교해 보고 있는 것이다. 아내는 그동안 전화기 너머에서 이곳을 '시골'로 부르고 있었다. 그런 아내로부터 "와.. 도시가 너무 아름답고 번화하다"는 말로 초행길의 바를레타를 평가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2020년 2월 27일 02시(현지시각)를 넘기고 있는 한밤중이다. 어느새 나흘의 시간이 지나간 것이다. 나흘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우리는 집으로 도착한 즉시 아이들처럼 좋아하며 짐보따리를 풀어헤쳤다. 말로만 듣던 보따리 속은 도깨비방망이를 연출했다. 가방을 열자마자 끝도 없이 쏟아지는 물건들..! 


우리가 좋아하는 김은 100장들이 한 봉지를 꼭꼭 꼬오꼭 밟아져 노트 두께처럼 얇게 변해있었다. 그런 김이 대략 5킬로그램은 넘었다. 같은 방법으로 질 좋은 은빛 멸치는 여러 군데에 나누어 포장되어 있었다. 거기에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는 물론 김치 등은 냉장고는 물론 싱크대를 가득 채웠다.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



뿐만 아니라 우리가 즐겨 사용하던 애장품과 노트북까지 공수되어 온 것이다. 노트북은 아내가 공항에서 맨 먼저 내게 보여준 보물 같은 존재였다. 공교롭게도 아내를 마중 나가기 이틀 전 그동안 잘 부려 먹었던 느트북이 갑자기 매우 느리게 작동하다가 생을 마감한 것이다. 당초 아내가 들고 온 노트북은 다른 용도로 쓸 요량이었으나 아내의 귀환 직후 대체품으로 변한 것이다. 


따라서 두 편의 브런치 글은 새로운 노트북으로부터 쓰이고 있는 것. 참 아슬아슬한 일들이 며칠 사이에 일어났던 것이다. 잠시 노트북의 기능을 익히며 아내를 생각하며 듣던 노래를 아내와 함께 들었다. 너무 좋아했다. 이랬지..!



바람

-노사연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 때문에 내 시간도 없이 살다가
평생 바쁘게 걸어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에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마디 지친 나를 안아주면서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에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마디 지친 나를 안아주면서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 그대뿐입니다.





아내가 귀환한 사나흘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하루하루는 이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된 아내와 함께 내가 즐겨 걷던 운동 코스를 답사했다. 또 향후 우리의 삶을 즐겁게해 줄 바를레타 재래시장을 방문해 싱싱한 해산물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아내는 흡족해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꼬로나 비루스(Corona virus)로부터 탈출한 게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한국의 뉴스를 열어보면 여전함 이상으로 증폭되고 있는 음산한 뉴스는, 이곳의 해맑은 풍경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즐겨 찾았던 바닷가로 발길을 돌렸을 때 그곳에는 전에 못 보던 풍경들이 펼쳐지며 아내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행복이 별거던가.. 일상의 작고 소소한 것들로부터 행복을 찾아내면 무한한 기쁨을 가져다줄 것이다. 사람들이 다시금 바벨탑을 쌓는 수고를 하며 행복을 찾아 나서도 찾지 못하는 즐거움이 바닷가의 한 풍경으로부터 발현되는 것이다. 지난 7개월 여의 시간 동안 여러 번 꿈은 꾸었어도 그게 현실이 된다는 것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 


한 여인이 바를레타 해변에 등장하자 갑자기 달라진 풍경이 연출됐다. 우리는 다시 일상을 회복하며 갑자기 바빠진 것이다. 아내는 짬나는 대로 당신과 놀아달란다. 브런치 글이 뜸한 이유이자 행복한 투정이다. 이게 다 브런치 이웃 여러분들의 응원 때문이란 거..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IL NOSTRO VIAGGIO IN ITALIA CON MIA MOGLIE
il 27 Febbra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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