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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5. 2019

자주 먹어서 나타난 놀라운 변화

#8_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피노끼오라 쓰고 휀넬로 읽는다..? 


  피노끼오? 휀넬? 회향?..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식재료를 앞에 두고 누군가는 또 언제인가는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소개의 글을 끼적거리기 전에 먼저 이름부터 정확히 짚고 가는 게 순서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같은 재료인데도 불구하고, 부르는 이름이 사용하는 부위 등에 따라 서로 달라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 먼저 열거한 이름들은 셋다 발음뿐만 아니라 이름조차 우리말로 옮기기도 어쭙잖아서, 한 약용식물의 본래의 발음과 가장 가까운 퓌노끼오(il Finocchio_ Foeniculum vulgare L.)로 부르기로 한다. 


  휀넬(Fennel)은 Foeniculum vulgare의 영어식 발음이므로 본래의 발음과 매우 동떨어진 표현이다. 한자어 회향(茴香)도 같은 이유이다. 또 피노끼오(Pinocchio)란 발음은 동화 속에 등장하는 한 인물을 연상케 하는 것으로 발음을 통해 뜻이 달라질 수 있는 용어로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예건데 누군가의 이름을 잘 못 사용하여 철수 칠수 혹은 찰스라고 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것도 우리 인류의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온 귀하디 귀한 한 약용식물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겠는가..




 피렌체의 오래된 재래시장 산타 암부로지오의 한 상점에 진열된 제철 야채들 속에 퓌노끼오(좌측)가 보인다.


  이틀 전, 아내와 함께 자주 다니는 피렌체의 오래된 재래시장 산타 암부로지오를 다녀왔다. 아내는 이날 장바구니에 담아올 품목에 까볼 피오레, 우오바, 마르멜라따, 알리오, 만다리노, 빠르마 지아노 레지아노를 담았다. 하지만 나는 카메라에 담아올 품목을 따로 생각하고 있었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동안 상점마다 골고루 비치해 놓은 식재료나 전에 보지 못했던 식재료가 그것. 장을 보는 동안 이리저리 살피며 달라진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는 주끼네 호박이 시장 곳곳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지만 어제는 달랐다. 몸통이 하얗고 짤막하며 파릇한 싹을 내놓은 먹음직스러운 퓌노끼오가 산타 암부로지오 시장 가득한 것.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며 퓌노끼오에 대한 정체와 일화를 한풀씩 벗겨내 본다.





퓌노끼오를 몰라 어리둥절했던 초보 요리사

  글쓴이가 현재 살고 있는 피렌체는 일찌감치 예약해 둔 것과 다름없는 도시였다. 요리학교의 기본 과정을 마치고 나면 현장 실습을 위한 리스또란떼를 선택해야 한다. 그때 학교의 담당자와 함께 자기의 특성에 맞는 리스또란떼는 물론 도시를 선택해야 하는 것. 학생들은 대체로 미슐랭 별을 단 유명한 곳을 선택하거나 유명한 셰프가 있는 곳을 선호하거나 알선했다.


  돌이켜 보면 나의 선택은 탁월했다. 요리 유학 과정을 통해 선견지명을 발휘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이탈리아 요리는 물론 르네상스를 일군 유명한 예술가들의 흔적을 접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굳힌 것. 그 후 피렌체의 한 오래된 리스토란떼를 방문하면서부터 짬만나면 피렌체 시내를 싸돌아 다니는 한편, 내가 좋아했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담았었다.


  어느 날 초보 실습 요리사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독일 출신 셰프(여성)로부터 마가찌노(Magazzino_식료품 창고)에 있는 퓌노끼오를 가져오라는 명을 받았다. 나는 즉시 대답(Si, Chef!!)을 하고 식료품 창고로 이동을 했다. 꾸치나(Cucina_주방)에서는 매우 분주하므로 신속하게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커다란 꾸치나를 지나 식료품 창고로 가는 찰나 퓌노끼오란 녀석의 정체가 궁금했다.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은 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창고 빼곡히 널린 식재료 앞에서 낯선 녀석들을 이리저리 살피며 잠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이때 다급했던 셰프가 나타나 한 식재료를 꺼내 들며 이렇게 말했다.


"프란체스코! 요게 퓌노끼옵니다!"     


  당시 나의 이탈리아 이름은 프란체스코(Francesco)였는데 독일 셰프(여자)는 기꺼이 창고까지 다가와 헤매고 있는 내게 퓌노끼오를 가르쳐 준 것. 수많은 요리(조리) 동사(動詞, Verb)는 물론 요리 재료까지 달달달 외우고 있었지만, 하필이면 퓌노끼오란 녀석은 꼭꼭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ㅜ 그리고 비슷한 해프닝은 실습이 끝나갈 때까지 몇 번 이어졌고, 마침내 놀림감으로 변해 동료들을 웃게 만드는데 일조를 한 것. 아무튼 퓌노끼오는 그렇게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퓌노끼오란 녀석은 언제부터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을까..




퓌노끼오의 오래된 역사

  인류는 고대로부터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고 싶은 게 꿈이었을까. 한 초보 요리사를 헤매게 만들었던 퓌노끼오의 역사는 까마득했다. 퓌노끼오를 언급한 기록은 고대 이집트의 의학서 파피루스( Papyrus)에 기록된 것. 관련 문서 한쪽을 살펴보니 고대 이집트 의학은 현대인들 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참고로 위키백과에 등재된 고대 이집트 의학내용을 엿보면 이러하다. 


1822 년 로제타 스톤 (Rosetta stone)의 번역으로 마침내 이집트의 상형 문자 비문과 파피루스가 번역되었다. 19 세기에 이집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Ebers Papyrus, Edwin Smith Papyrus, Hearst Papyrus, London Medical Papyrus 및 기원전 2900 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여러 고대 이집트의 의료 문서가 발견되었다.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 (Edwin Smith Papyrus)는 수술에 관한 교과서로 해부학 적 관찰과 수많은 질병의 "시험, 진단, 치료 및 예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1] 그것은 아마도 기원전 1600 년경에 기록되었을 것이지만, 몇 개의 이전 본문의 사본으로 간주된다. 그 의학 정보는 기원전 3000 년경 것으로 간주된다. [2]  따라서 그것은 학습 매뉴얼로 간주된다. 치료는 동물성, 식물성 또는 과일 물질 또는 미네랄로 만든 연고로 이루어져 있다. [3] 이집트에서 가장 먼저 수행된 수술은 기원전 2750 년경에 발생했다.


  식재료 퓌노끼오와 고대 이집트 의학이 일면 잘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관련 자료들에 나타난 내용들은 한결같이 퓌노끼오를 약용식물로 묘사했다. 퓌노끼오는 인류에게 식품보다 약으로 더 많이 사용되었을까. 퓌노끼오의 쓰임새는 다양했으며 의약품이나 다름없었다. 오늘날처럼 다양한 약품이 개발되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약품들은 자연에서 채취했던 것. 퓌노끼오도 그중 하나였지만 놀라운 약효를 지니고 있었다.





퓌노끼오의 효능과 특징

  참 놀라운 식품이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선 퓌노끼오는 지중해 연안이 주산지로 이탈리아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이집트에서 뿐만 아니라 고대 로마시대 때부터 재배되어 왔던 것. 이름도 흥미롭지만 녀석의 성격(?)을 알게 되면 단박에 좋아하게 될 것 같다. 특히 여성들이나 생선요리를 좋아하는 식도락가들에게는 눈이 번쩍 띌 정로로 매력 넘치는 식품이다. 


  퓌노끼오의 쓰임새는 두 가지, 잎과 씨앗은 주로 허브로 사용하고 뿌리는 식용으로 사용한다. 이탈리아 요리 혹은 서양요리 대부분은 뿌리를 사용하며 수산물 요리에 적합한 채소이다. 또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에도 너무 잘 어울린다. 잡내를 제거하는 등 부족한 영양분을 채우는 것. 전자의 경우만 해도 엄청난 효능을 가진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돼 왔다. 


  향(香)을 맡으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니 잠 못 이루시는 분들은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출물은 진통제(鎭痛劑)로 이용되고, 위통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 특히 산모가 차로 달여 마시면 젖이 잘 나와 수유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여성병(생리통 등), 갱년기, 식욕 증진, 건위(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약제. 소화액의 운동을 촉진시켜서 소화, 흡수 작용을 돕는다 ), 체한 데에 좋다고 한다.  


  아울러 기침을 멈추는데도 효과가 있고, 감기가 들었을 때에도 적합한 음료로 알려졌는데 비타민 C는 100그램당 12mg이나 들어있었다.(아래 퓌노끼오 주요 성분 등 참조) 또 오래전에는 퓌노끼오 끓인 물을 갓난아이의 눈을 씻어주는 습관이 있었는데 '뱀이 탈피를 할 때 이 풀을 먹고 시력을 증가시킨다'라는 기록 때문이었다.   





  그뿐인가. 중세에는 어떠한 통증도 제거하여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로서 목욕할 때 사용했다고 하며, 또한 이뇨작용, 비만 방지로 체중감량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 대단했다. 자료를 쭈욱 늘어놓고 퓌노끼오의 쓰임새와 특징 등을 살펴보고 있자니 글쓴이가 마치 약장수로 변신한 듯하다. 이 같은 퓌노끼오의 효능 등은 뿌리와 종자의 쓰임새에 따라 달라진 것. 종자로 짜낸 오일은 마치 마법사 같다. 이랬다. 


- 장 내 가스가 차거나 소화 문제를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 이뇨 성 림프 울혈 제거 효과가 있어 신체가 독소를 배출하도록 한다.
- 퓌노끼오 오일은 체액 정체, 셀룰라이트, 비만치료에 사용된다.
- 항 결연 및 거담작용, 상부 기도의 카타르 증상에 추천
- 생리주기 조절, 생리통과 생리불순에 추천하며, 폐경기의 호르몬 변동으로 인한 증상 경감
- 퓌노끼오의 피부관리 사용시 생기 없는 피부, 지성피부, 노화 피부에 사용된다.    

주의: 퓌노끼오는 호르몬 조절 기능이 있으므로 임신 중에 혹은 간질환, 신경계에 이상이 있으면 사용 금지!!  

  

  정말 짧게 줄여서 끼적거리고 싶었다. 그런데 글쓴이 스스로 퓌노끼오에 빠져들면서 자꾸만 욕심이 생기는 것. 매일 매 끼니마다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앞서 살펴본 대로 퓌노끼오는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이탈리아는 물론 지중해 연안의 국가와 유럽 등 세계인들이 즐겨 먹거나 애용해 온 약용식물이었다. 그런데 왜 우리만 몰랐단 말인가. 이탈리아 요리의 관련 리체타를 검색하면 세상에 이런 요리가 다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게 되는 것. 퓌노끼오로 만든 요리(링크)를 살짝 간만 볼까..?


퓌노끼오로 만든 요리법: Ricette con Finocchi

베샤멜라 살사를 곁들인 퓌노끼오 그라띠나띠_Finocchi gratinati con besciamella


  이탈리아 요리를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느낀 점은 이랬다. 약용식물 등 건강에 유익한 식품들을 잘 챙겨 먹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하여 맛있게 먹는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수천 년 동안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체득된 음식문화는 다양한 요리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위에서 살짝 간만 본 요리법은 오만가지(?) 요리법 중 하나일 뿐이다. 약이 되는 식품을 자주 먹게 되면 어떤 변화가 오게 될까.. 이탈리아인들이 건강하게 오래도록 장수하는 비결은 히포크라테스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라한 때문인 것 같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하고, 약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 모든 음식을 당신의 약으로 삼고, 의사로 삼아라"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퓌노끼오는 주로 남부지방(Puglia (da cui proviene circa il 30% del raccolto nazionale), Campania (18%), Lazio (11%), Sicilia (9%), Marche (9%), Abruzzo (5%), Calabria (4,5%) ed Emilia-Romagna (4%))이었으며,  경작지가 대략 1만 7천 헥타르에 이르었다. 아울러 생산량은 년간 37만 톤에 이렀는데 그중 약 2만 5천 톤은 프랑스나 스위스 등지로 수출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퓌노끼오는 이탈리아인들이 소비하고 있었던 것. 이 정도면 퓌노끼오가 이탈리아인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었던 일등공신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누구인가 뜻있는 농부들이 퓌노끼오를 심어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고 아울러 대박 났다는 뉴스를 듣고 싶다. 그때가 언제쯤일까.. 지금 당장 따라쟁이가 되고 싶은 건 나뿐만 아니지 아마도..!


FIRENZE_피노키오,휀델,회향,퓌노끼오FINOCCHIO LE ORIGINI_MERCATO DI SANT'AMBROGIO




퓌노끼오 주요 성분과 역사 등 참고자료:

Calorie e valori nutrizionali del finocchio

100 g di finocchi contengono 9 kcal / 36 kj

Inoltre, per ogni 100 g di questo prodotto, abbiamo:

Acqua 93,20 g / Carboidrati 1 g / Zuccheri 1 g / Proteine 1,2 g / Grassi tracce / Colesterolo 0 g / Fibra totale 2,2 g / Sodio 4 mg / Potassio 394 mg / Ferro 0,4 mg / Calcio 45 mg / Fosforo 39mg / Magnesio 16 mg / Zinco 0,87 mg / Rame 0,1 mg / Selenio  0,9 µg / Vitamina B1 0,02 mg / Vitamina B2 0,04 mg / Vitamina B3 0,5 mg / Vitamina A 2 µg / Vitamina C 12 mg 

Finocchio, alleato di Stomaco, intestino, fegato.


FINOCCHIO  LE ORIGINI

http://cookolic-alvin.blogspot.com 

http://wiki.cucchiaio.it/wiki/finocchio/selvatico.html  

Storia e proprietà  finocchio e finocchietto

Finocchio: proprietà, valori nutrizionali, calorie


Mercato di sant'ambrogio Firenze
I Finocchi 04 Maggio 2019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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