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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08. 2020

봄날은 저만치

-아내와 함께 다시 찾아가 본 포도원에서

불행과 행복의 커 보이지만 소소한 차이..?!!



아내와 나는 조금 전 멀리 보이는 바닷가로부터 나지막한 언덕까지 진출했다. 시선을 조금만 높여도 평지에서 바라보던 풍경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곧게 뻗은 밭이랑이 사이로 노랗고 파란색들이 아드리아해와 조화를 잘 이루는 곳. 시선만 달리했을 뿐인데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것이다. 우리네 삶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은 것. 



우리는 거의 매일 행복과 불행을 말하고 산다. 어떤 사람은 너무 행복해 곧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행복해 죽겠다"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삶 자체가 불행 혹은 저주받은 인생처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누구나 겪어본 현상일 것.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차이는 매우 소소했다.



사람들은 어둠을 빛에 견주어 사악한 것으로 말한다. 그러나 그 빛은 어둠으로 인해 눈에 띄는 것으로 세상 만물은 모두 음양의 이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높고 낮음 강함과 약함 뜨거움과 차가움 센 것과 약한 것 혹은 남자와 여자 등등등... 



세상 만물은 모두 상대적이다. 따라서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 불행을 겪고 있다는 말과 별로 다르지 않다. 예컨대 아내가 행복해한다면 아내의 행복을 위해 남편의 희생이 따랐다는 것. 또 둘 다 동시에 행복하다면 주변의 누군가가 그만한 희생을 치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피렌체서 바를레타로 거처를 옮긴 이후 나는 최소한 7개월 여의 세월을 혼자 지냈다. 7개월 동안 홀아비였다. 당연한 이치로 아내는 7개월 동안 과부나 다름없는 시간을 한국에서 보냈던 것이다. 적지 않은 세월이 그동안 우리 둘을 갈라놓았다. 전혀 원치 않았던 생활이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아내와 나는 어떻게 지냈을까.. 단정하기 쉽지 않지만 두 사람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그 끈의 정체를 흔해빠진 '사랑의 힘'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 두 사람을 이어주는 순간접착제 보다 더 끈끈한 사랑의 힘.. 나의 브런치 독자분들께서는 잘 아실 것이다. 



나는 그동안 아내와 함께했던 행복했던 추억을 거의 매일 브런치에 밥 또는 반찬 등으로 요리(?)해 올렸다. 그 속에는 아내에 대한 염려는 물론 우리 둘만의 추억을 느낌이 가는 대로 사실대로 끼적거렸다. 그게 어느덧 7개월의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아내를 마중하러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까지 달려간 것이다. 


어떻게 볼 것도 없이 매우 평범해 보이는 이 같은 일상은 글쎄다.. 어떤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면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거나 상황을 미화시킨 것 등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네 삶의 일상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우리는 조금 전 바닷가를 걷다가 지난해 10월 13일 오후에 만났던 어느 포도원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이다. 이번에는 방향이 달랐다. 지난해 이곳 포도원을 찾았을 때는 도시를 가로질러 교외로 향했으며 그때는 가을이었다. 추수를 끝낸 포도원에는 수확을 할 수 없는 포도가 대롱대롱 매달려 이방인의 침샘을 자극한 나머지 나의 밥이 되고 말았다. 약간은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해 아내가 다시 이탈리아에 입국하면 같은 장소에 가 보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침산책을 통해 아내와 발길을 옮긴 그곳에는 달짝지근하고 향긋한 포도 알맹이 대신 풀꽃들이 자지러지고 있었다. 아직 새순을 내놓지 않은 드넓은 포도밭 가득 풀꽃들의 대합창이 울려 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바를레타로 거처를 옮긴 후 나는 농부들의 습성을 알고 있었다. 


나에게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이는 풀꽃들은 농부들에게 잡초에 불과했다. 여행자에겐 유익한 풍경이 농부 혹은 포도나무에게는 무익함 이상의 해로운 존재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풀꽃들이 우리 내외를 위해 꽃을 내놓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 (풀꽃들은 아내의 방문을 알고 있었을까..?!!)"



세상은 늘 이 모양이다. 우리가 포도원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봄날은 저만치 가고 있었던 것이다. 서두에 잠시 언급한 불행과 행복의 소소한 차이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 당신 앞에 혹은 주변의 사정이 열악함 이상으로 불행의 모습으로 다가올지라도, 가장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내려고 애를 써야 했던 게 나의 경우의 수였다. 





기록_2019년 10월 23일 오후, 철 지난 포도원의 버려진 포도들




세상에 버려진 것은 없다. 인간이 그 어떤 발명품 등으로 행복해 보려고 애를 써도 그건 시쳇말로 '꽝'이었다. 매일 같이 동양사 서양사 철학 과학 미학 등등을 배우고 또 연구할지라도.. 어느 봄날 당신 곁에서 피고 지는 풀꽃이 눈에 띄지 않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거의 매일 만나는 브런치 이웃 가운데 한 분의 삶을 돌아보면 당신께선 오늘 당장 하늘나라로 떠나야 마땅할 것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다. 그러나 그분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혜안을 터득하고 날이면 날마다 행복의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 봄은 오시는 즉시 떠난다. 그 봄을 아쉬워하며 붙잡으려는 노력보다 한 걸음 더 다가오신 5월을 맞이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NEL MIO VIGNETO CON MIA MOGLIE
il 07 Marz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  속보


LA SITUAZIONE NEL PAESE  

Coronavirus, in Italia raggiunti 5.883 casi
I morti sono 233, i guariti 589 - La mappa

-2020년 3월 7일 오후 6시(현지시각) 현재,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 확진자 수는 5,883명이며 사망자 수는 233명이다. 이틀 전에 비해 확진자 수는 1,247명이 늘었으며 사망자 수는 36명이 더 늘었다. 급격히 늘어난 수치이다. 또 꼬로나비루스는 불과 사흘 만에 이탈리아를 충격 속으로 빠뜨리고 있는 모양새다. 링크된 이탈리아 지도에 꼬로나비루스 현황이 표시되어 있다.


In Italia, dall’inizio dell’epidemia di Coronavirus, 5.883 persone hanno contratto il virus Sars-CoV-2, 1.247 in più rispetto a venerdì: i dati della Protezione Civile aggiornati alle ore 18 del 7 marzo

«Solo il 2% dei morti non aveva altre malattie. Età media 81 anni. Chi ha febbre e dispnea chieda assisten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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