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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13. 2020

봄이 오시는 길

-꼬로나비루스가 떠민 아드리아해 언덕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오늘 아침(12일 현지 시각), 우리는 작아 보이지만 중요한 결정을 실행하고 있었다. 이탈리아를 패닉상태로 내몬 꼬로나비루스 사태로 한 며칠 자가격리를 시행하면서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의 표정도 답답함이 진득하게 묻어있었다. 거의 매일 아침산책을 나가던 습관이 멈추면서 새로운 방도를 찾아 나서게 만든 것이다. 



나는 그동안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Provincia di Barletta-Andria-Trani)에서 익힌 산책길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그곳은 바를레타 항구를 보호하고 있는 방파제 남쪽으로 길게 이어진 바닷가로 인적이 뜸한 해변이었다. 지난해 가을에 개척(?) 한 이 길은 바를레타에서 바리(Bari)로 이어지는 이면도로가 있는 길로 주로 자동차가 다니는 곳이었다.





우리는 오전 7시 30분이 지나서야 간단한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작은 배낭 속에는 이틀 전 바를레타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딸기가 전부였다. 아침산책이 끝나면 간식으로 먹을 요량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마스크를 호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섰는데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아침 시간에 사람들이 오갔는데 인적이 뜸한 것이다. 


위 자료사진은 꼬로나비루스 사태로 인해 집 앞 공원(Giardini Fratelli Cervi)이 인적이 끊기고 굳게 닫힌 모습이다.


집에서 가까운 공원에 도착해서야 인적이 끈긴 이유를 알게 됐다. 24시간 시민들을 위해 쪽문을 열어두었던 공원의 문이 굳게 닫힌 것이다. 거리는 텅 비었고 공원까지 문을 내건 이유는 꼬로나비루스 때문이었다는 걸 단박에 알아차렸다. 보통은 이 시간에 시민들이 산책 삼아 공원으로 혹은 근처를 배회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봄볕이 따사로웠지만 인적이 뚝 끈긴 것이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이 발표한 꼬로나비루스 현황에 따르면 3월 12일 현재 뿔리아 주의 확진자 수는 104명으로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일주일 전 4명에 불과하던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 바를레타에도 2명의 확진자가 생기고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연출한 것이다.






꼬로나비루스에 놀아난 사람들




오늘 아침 산책을 나서기 전 아내는 달력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꼽았다. 아내가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오게 된 날은 지난달 23일이었다. 따라서 오늘 아침이 만 18일이 되는 날이었다. 아내가 로마 공항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만 해도 이탈리아는 꼬로나비루스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 보였다.



그동안 한국은 미친 듯이 꼬로나비루스와 싸우고 있었다. 거의 매일 아내와 통화를 하면 꼬로나비루스가 양념처럼 묻어났다. 은근히 지겨워지곤 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열어 우리나라의 소식을 볼라치면 꼬로나비루스가 도배되다시피 했다. 거기에 사이비 교주와 한 패거리가 된 시민들이 비루스처럼 싸돌아 다니는 모습이 은근히 화를 치밀게 했다.



그들은 비루스를 이곳저곳으로 퍼 나는 '숙주 할아비'나 다름없었는데 정부와 검찰과 국민들은 그들을 용납하고 있는 풍경과 다름없이 보였다. 이탈리아의 꼬로나비루스 사태를 참조하면, 그들은 살인을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는 중죄를 저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처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가 이탈리아로 돌아온 직후부터 비루스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아내는 컴 앞에 앉으면 한국의 비루스 소식과 함께 사이비 교주의 근황을 살펴봤다. 또 검찰의 동태를 살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 가운데 비루스는 점점 더 확산일로에 접어들었고, 이탈리아도 비루스 때문에 점점 더 패닉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결과를 내놓고 나라 전체를 통째로 격리하는 극처방을 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구별은 태초 이래 처음으로(?) 반목하는 지경까지 이르며 나라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이다. 한국발 비행기 중국발 비행기 이탈리아발 비행기 혹은 이들 나라를 다녀온 사람들을 발도 못 부치게 만들었다. 자칭 타칭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간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를 지경으로 치닫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서서히 꼬로나비루스의 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비루스스(Virus)와 박테리아(Bacteria_Batterio)의 정체


나는 요 며칠 이탈리아 현지 꼬로나비루스 속보를 끼적거리며 한 두 번 비루스와 박테리아의 정체에 대해 혼선을 빚고 있었다. 아마도 이 같은 현상은 비루스가 몰고 온 사태 때문에 생긴 패닉 현상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비루스와 박테리아는 엄연히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비루스를 '세균'으로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그런 오류를 바로잡는 한편 비루스와 박테리아의 정체에 대해 복습 삼아 차근히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적을 똑바로 알아야 백전백승은 물론 후손들까지 안전할 게 아닌가..



비루스와 세균은 모두 미생물에 속한다. 미시세계의 미생물들은 우리 인간들이 눈으로 볼 수 없는 크기로 보통 0.1mm 이하의 생물을 가리킨다. 미생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미생물은 테리아와 조류(algae), 고세균(archaea), 곰팡이와 같은 균류(fungi)와 효모(yeast)와 비루스(Virus) 등이다. 



그런데 비루스와 세균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들의 차이는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박테리아는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 생물로 기관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비루스는 다르다. 비루스는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며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전무한 것이다. 따라서 번식을 하려면 숙주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비루스는 온전한 생물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루스는 생물이 아니라 입자와 다름없는 존재로 부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루스와 세균은 크기도 다르다. 박테리아는 보통 수 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의 크기로 광학현미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비루스는 이보다 훨씬 작아서 큰 것도 수백 나노미터(㎚, 10억 분의 1m) 크기로 전자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다. 대략 이 정도의 정보만으로 박테리아와 비루스의 정체를 비교해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세균은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할까..?!!



세균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래 이탈리아가 세상에 내놓은 식품에 대해 매우 놀라고 있다. 우리에게 발효식품 김치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쁘로슈또나 꿀라텔로 혹은 포르맛지오 등 발효식품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빠르마지아노 렛지아노 포르맛지오(Formaggio di Parmigiano Reggiano)의 경우 적게는 12개월 많게는 36개월 이상의 발효 숙성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같은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게 우리 인체에 이로운 세균들인 것이다. 사이언스 타임스는 세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세균들은 유리처럼 투명한 모습이고 크기가 먼지보다 10배 작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 세균들이 우리 몸에 100조 개가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몸 전체 세포 수는 약 60조 개로 알려졌는데 그 보다 훨씬 많은 수가 우리 몸에 살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몸은 세포들과 세균들이 공생하는 하나의 생태계로 말하는 것이다. 
세균은 일반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주위 환경으로부터 얻는다. 그래서 세균들은 주로 우리 몸의 영양분이 많은 곳에 몰려 있는데, 음식물 찌꺼기나 소화가 안 된 음식이 머무르는 소화 기관에 가장 많다. 소화 기관에는 1000종이나 되는 세균이 약 100조 개나 살고 있고, 그 무게만도 1.5㎏에 이른다. 관련 내용 계속 읽기



위 링크된 내용에 따르면 세균들이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와 함께 동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시세계와 거시세계.. 세균은 우리 몸은 물론 지구별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우리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우리는 인체에 이로운 세균을 통해 발효식품을 얻고 해로운 세균을 멀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반면에 이탈리아는 물론 지구별을 우울하게 만드는 꼬로나비루스(COVID_19)는,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능력으로 말미암아 인간에 빌붙어 전염되는 등 나약한 인간을 숙주로 삼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음흉한 것들이 만물의 영장을 잠시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나 할까.. 



최근 지구촌에 전파되고 있는 꼬로나비루스의 소식을 접하면서 적지않은 충격에 빠져 녀석의 정체 조차 혼미스러웠다. 그러나 기승을 부리는 꼬로나비루스의 확진자라 할지라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건 다행이라 하겠다. 꼬로나비루스에 대처하는 보건당국의 안내가 이를 말해준다. 비루스의 잠복 기간이 두 주(14일)라 하므로 최소한 당신이 살고있는 지역 혹은 장소로부터 그 기간 만큼 자가격리를 수용하는 한편, 사람들과 접촉을 삼가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되 단백질 공급량을 늘려야 하는 게 급선무였다.




오늘 아침 산책을 끝마치고 우리집 바로 곁 15미터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과일.야채 가게에 들렀더니, 직원 1명이 아내와 나를 분리시키는 안내를 했다. 한 사람씩 가게로 들어오라는 것. 그리고 야채와 과일을 구입한 직후 계산대에 서자 평소에 없던 선(금)이 그어져 있었다. 계산대와 2미터 떨어진 곳에서 돈을 주고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가게 주인과 직원은 마스크를 쓴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 꼬로나비루스가 사람들을 멀리하게 만든 이유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좋으나 싫으나 이들 박테리아나 비루스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비루스의 창궐로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한 봄이 아드리아해 연안 언덕 위에 오롯이 펼쳐진 아침.. 우리는 모처럼 느긋한 산책을 즐겼다. 그 가운데 비루스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아내가 이번 사태를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 인간이 문제인 것 같아..!!



나는 평소 인간이 발명한 비행기와 인터넷 등 몇가지를 최대 업적으로 삼았다. 그런데 최근 꼬로나비루스 사태를 코 앞에서 느끼는 동안 비행기가 비루스에 가장 취약한 발명품으로 다가온 것이다. 비루스에게 손과 발이되어준 동시에 날개를 달아준 꼴로 변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터넷의 발달로 지구촌에 일어난 일을 실시간으로 소통 가능케 한 일이다. 지구별에도 진정한 봄이 오시길 기원하며 글을 맺는다.



Colline adriatiche galleggianti di Coonavirus
il 12 Marzo la amttina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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