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우리에게 일어난 일
우리를 지탱해준 행복한 기억들..!!
봄이 무르익은 파타고니아는 어디를 가나 꽃 피고 새가 지저귀는 꿈같은 나라이다. 인간이 필설로 형용할 수 있는 풍경 대부분을 그대로 숨겨둔 곳이자, 사람들로 하여금 당신도 모르게 황홀경에 빠뜨리는 곳. 이곳은 칠레의 중부 파타고니아에 속한 뿌에르또 리오 뜨랑뀔로(Puerto rio Tranquillo)이다.
이름만으로도 조용하고 한적하게 느껴지는 이곳은, 뿌에르또 몬뜨로부터 시작되는 까르레떼르라 오스뜨랄(Carretera Austral_Ruta CH-7 )의 기나긴(1,240킬로미터) 도로 곁에 위치한 조용한 마을이다. 여행자들이 남부 파타고니아로 떠날 때 잠시 쉬어가는 곳. 우리의 여정도 이 길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기 전만 해도 아내와 나는 이곳의 매력에 대해 전혀 몰랐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챙겨본 정보 속에서 까떼드랄 데 마르몰(Catedral de Mármol)이 유명한 줄로만 알았다. 그런 우리에게 보란 듯이 펼쳐놓은 무르익은 봄의 풍경은, 사람들이 말하는 천국과 다름없는 곳이거나 더 나아 보이는 곳이었다.
맨 위 자료사진 두 장은 까떼드랄 데 마르몰 투어를 떠날 때 바라본 뿌에르또 리오 뜨랑뀔로의 마을 풍경이다. 우리는 이곳에 머물면서 이 마을 뒷산에 꼭 가 보고 싶었다. 그곳에 서면 라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혹은 라고 헤네랄 까르레라(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로 불리는 아름다운 호수가 잘 조망될 게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젊음의 묘약으로 부르는 로사 모스께다
그런데 우리는 이곳에서 전혀 다른 풍경 하나를 덤으로 얻게 됐다. 그곳은 야생 들장미 로사 모스께따(Rosa rubiginosa_Rosa Mosqueta)가 지천에 널린 곳이자 들장미 향기가 코를 찌르는 곳이었다. 야생 들장미 열매로부터 추출한 기름은 피부 재생 오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로즈힙 혹은 로사 모스께따로 부른다.
고대 잉카의 원주민들은 이 기름을 '젊음의 묘약'으로 불렀다. 기름을 얼굴 혹은 몸에 바르거나 들장미 열매를 차로 달여 마셨다는 것이다. 로사 모스께따에는 철분이 시금치의 4배, 리코펜 성분이 토마토의 22배 칼슘이 우유의 8배 비타민 C가 레몬의 60배나 들어있는 등 다양한 영양소 때문에 신비의 열매로 불리는 것이다.
로사 모스께따 열매로 내린 차 한 잔은 비타민 천연 보충제로 알려졌는데 감기 예방은 물론 면역력을 강화하고 후두 염증 예방 효과까지 있다고 전한다. 따라서 영국이나 독일에서 천연 비타민 보충제로 사용한다는 것. 피부 미인을 원하시는 여성들이(혹은 남성이라 할지라도) 눈여겨봐 둘 고급진 정보가 뿌에르또 리오 뜨랑뀔로 뒷산 혹은 칠레의 파타고니아에 널려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침을 먹은 뒤 뒷산으로 향했다. 작은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자 저만치서 마을이 발아래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동안 작은 오솔길 곁은 로사 모스께따의 연분홍 꽃이 자지라 졌다. 그리고 가는 바람에 짙은 들장미 향이 코를 찌르다 못해 후벼 판다.
위 자료사진을 잘 관찰해 주시기 바란다. 미루나무 숲 곁의 집들은 주로 판자를 이용해 지은 집들로 양철지붕과 덧댄 판자들이 눈에 띈다. 잘 지은 집들도 있지만 판자로 지은 집들이 적지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부유해 보이지 않는 이들 곁으로, 천하를 다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선경이 천지 빼까리로 빼곡하게 널려있는 것이다.
주를 이루고 있는 꽃들은 초초(Lupines)와 로사 모스께따로 빼곡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경은 파타고니아 땅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파타고니아 중부 지방을 벗어나면 점점 사라지는 것. 하지만 이 마을 뒷산과 호수 곁 혹은 작은 계곡에는 발을 디딜 틈 조차 없을 정도로 빼곡히 피어있었다.
한 달 동안에 일어난 일
아내와 나는 이탈리아에 둥지를 튼 후 짬만 나면 파타고니아를 화제로 삼는다. 혹시라도 돌아갈 수 있을까 하고 머리를 맞대어도 두 번 다시 그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우리 앞에는 또 다른 계획이 있을 뿐만 아니라 파타고니아 투어를 할 때와 같은 동력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여행이란 그런 것 같다. 관련 브런치에서 언급했지만 여행의 3요소는 누가 뭐래도 건강과 비용과 여가의 삼박자가 충족되어야 하는 것. 더군다나 배낭을 등에 메고 떠나는 여행은 더더욱 힘들게 됐다.
아내가 한국으로 일시 귀국 후,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로 돌아온 지금 어느덧 한 달의 시간이 후다닥 지나갔다. 오늘 밤(현지시각)만 지나면 만 한 달이 채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들은 평소와 매우 달랐다. 우리 인류를 괴롭히는 꼬로나비루스가 생활 깊숙이 자리매김한 것이다. 매일 매 순간을 녀석들이 남기고 간 상처를 되새기는가 하면, 귀중한 생명들이 하늘나라로 줄지어 떠나고 있는 것. 세상은 불과 한 달만에 바이러스 때문에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매일 우울하고 우중충한 시간들이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또한 다르지 않았다. 눈만 뜨면 바이러스가 남긴 상처를 회자하고 살자니 사는 게 사는 모습이 아니었다. 오후 5시를 넘기면 이탈리아 보건 당국이 집계해 둔 피해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일상이 됐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 조차 하지 못한 일들이 일상이 되면서, 산 자와 죽은 자의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어른들은 이 같은 모습에 대해 "산 자는 살게 마련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에서는 죽음의 미사 조차 올리지 못하고 주검을 묻거나 태울 장소나 시간 조차 힘들어졌다고 한다. 비루스 관련 뉴스에 올라온 사진들 속에서 군용 트럭이 즐비하게 늘어선 장면도 목격된다. 희생자들이 고향을 떠나 다른 장소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운명의 시간을 맞이한 순간 당신이 마지막으로 기억한 장면들이 무엇일까 하는 것. 자식일까.. 배우자일까.. 돈일까.. 명예일까.. 싶은 것이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니 그 무엇도 아닌 풍경들이 떠올랐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땅.. 파타고니아였다. 그곳이야 말로 머리를 뉠만한 진정한 천국이 아닐까 싶다. <계속>
IL NOSTRO VIAGGIO IN SUD AMERICA
Puerto rio Tranquillo Patagonia CILE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