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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8. 2020

기억 저편 서울의 봄나들이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만물의 일부

이탈리아,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 것일까..?!!


오늘 이탈리아 COVID-19 사망자 +604(누적 사망자 수 17,127명)..!!

Coronavirus in Italia: 135,586(확진자 +3,039) casi, 17,127(사망자 +604) morti, 24,392(치료자 +1,555) i guariti -Il bollettino al 06 Aprile.


어제(Il bollettino al 06 marzo.)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및 치료자 수 Coronavirus in Italia: 132,547(+3,599) casi, 16,523(+636) morti, 22,837(+819) i guariti


-2020년 4월 7일 오후 16시 28분(현지시각) 현재,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COVID-19) 누적 확진자 수는 135,586(확진자 +3,039)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17,127(사망자 +604)으로 집계됐다. 치료자 수는 24,392(치료자 +1,555)으로 집계됐다. (출처: www.worldometers.info


이게 웬일인가.. 오늘 발표된 이탈리아 꼬뷔드-19 전염병 통계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수치를 보여주었다. 이틀 전 대비 현저히 눈에 띄는 수치는 사망자 수뿐만 아니라 확진자 그리고 치료자까지 모두 청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동토에 봄기운이 찾아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대략 한 달 전 비루스 사태를 인지했을 당시 열흘만에 생긴 놀라운 변화에서 이렇게 썼다.  



누적 확진자는 2천502명이며 사망자 수는 79명으로 급증했다. 전날 대비 466명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망자 수는 27명 증가한 79명으로 잠정 집계된 것이다. 지난달 중순 바이러스 전파가 본격화한 이래 하루 기준으로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위 자료사진과 영상은 당시 아내와 함께 아침산책을 나가 만났던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의 봄 풍경으로 언덕 위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이다. 밭이랑 너머로 아드리아해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웠고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당시만 해도 꼬뷔드-19 사태는 상대적으로 미약해 보였지만 우리에게는 차마 믿기지 않는 놀라운 사건이자 대참사였다. 그리고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까지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비루스의 확산세는 꺾일 줄 모르다가, 마침내 꼭짓점을 찍는 통계수치를 우리 앞에 내놓은 것인지.. 오늘 오후, 나는 기억 저편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서울의 봄나들이를 떠올렸다. 





봄나들이 준비에 바빴던 우리




서울의 봄.. 우리는 아침이 밝기 무섭게 아침산책 준비를 서둘렀다. 주방에서는 딸그락 소리가 연신 들렸다. 딸그락 거리는 소리에도 속도가 느껴진다. 한시가 급한 것일까.. 작은 소음이 멈추면 커피포트가 준비되고 과일 몇 조각과 빵 몇 조각.. 어떤 때는 삶은 계란 몇 개가 작은 허리 가방에 채워진다. 



이 같은 습관은 오래된 것으로 악천후가 아니면 거의 매일 이어지곤 했다. 특히 이맘때 진달래꽃이 흐드러질 때면 딸그락 거리는 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다.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기 때문이다.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특히 아내는 이맘때 내놓은 진달래 꽃봉오리를 좋아했다. 핏빛 꽃봉오리를 보면서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과 고단했던 삶을 떠올렸을까.. 



겨우내 버려진 듯 무심해 보이던 산하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거의 동시에 꽃잎과 새순을 내놓는 것. 매일 아침 우리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신천지를 향해 운동화 끈을 졸라매는 것이다. 참 희한한 일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그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그런데 더 희한한 일은 우리가 봄을 인지한 순간 봄은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어디론가 바삐 사라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절로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다. 이랬지..


봄날은 간다

-한영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우리가 좋아했던 서울의 동네 뒷산




서울시민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 때나 어느 곳으로 든 소풍을 다닐 수 있는 장소가 널려있기 때문이다. 북한산은 물론 관악산과 청계산과 대모산 등 가까운 곳에서는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지근거리에 혹은 자동차를 운전해 단박에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곳이 널린 매우 편리한 곳이다. 



우리는 그 가운데 집에서 가까운 청계산과 대모산을 사시사철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그리고 주말이면 먼산을 찾아 나서는 것. 그 가운데 봄산은 뭐니 뭐니 해도 동네에서 가까운 청계산과 대모산이 최고였다. 이동이 쉽고 산세에 비해 볼거리가 지천에 빼곡히 널린 곳이었다. 수정같이 맑은 물이 쉼 없이 졸졸 거리며 흐르는 곳..



특히 청계산 청계골은 서울 강남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마치 지리산 혹은 설악산 깊은 산중의 향기를 폴폴 풍기는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다. 봄부터 겨울까지 매일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우리를 맞이하던 곳. 포스트에 등장하는 봄 풍경은 대모산 자락의 이맘때 풍경이다. 산기슭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지천에 널린 풀꽃들이 손짓을 하며 반기던 곳..



카메라 하나만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어느 봄날.. 아내는 봄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 안달을 부렸다. 그래서 보고 또 보고.. 다시 들여다본 봄 속에 떠나보내야 하는 안타까움이 덕지덕지 묻어난 것이랄까.. 봄이 우리에게 다시 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다시 가을이 올 때쯤이면, 겨울이 봄을 잉태하고 새로운 생명을 우리 앞에 내놓고 있었던 것. 사람들만 출산의 고통을 겪는 게 아니란 것을 알 때쯤이면 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기나 할까..





기억 저편 서울의 봄나들이


요즘 나의 브런치에 매일 기록하는 건 다름 아닌 꼬뷔드-19의 상황이다. 정확히 말하면 죽음의 기록이자 주검의 기록이다. 매일 죽어가는 사람의 수를 계수하며 언제인가 그 수가 제자리걸음을 할 때까지 기록하기로 마음먹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서울에서 살 때 연분홍 꽃봉오리를 기다렸던 것처럼, 혹한의 겨울을 조바심으로 나는 것처럼, 우리 삶에 풍요로움이 깃들기를 바라는 것처럼.. 



기억 저편의 봄나들이를 떠올리면 고통은 저만치 멀어져 있고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들만 남아있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 앞에는 전에 보지 못한 한 현상이 오롯이 나타난 것이다. 지금 내가 계수하고 있는 주검의 수만큼 봄을 기다린 시간 속에 당의정처럼 아픔이 녹아든 것이다. 마치 타인의 불행이 내게 가져다주는 행운인 것처럼 말이다. 이게 혼자만의 일일까..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만물의 일부


오늘 발표된 이탈리아 꼬뷔드-19 전염병 통계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수치를 보여주었다. 매일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날이 속히 도래한다면, 내일 당장 비루스 사태가 종식된다면.. 어느 봄날 전혀 느끼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낼 것 같다. 



하루.. 한 달.. 한 해의 주기가 더 이상 길어지지 않을 정도로 촌음을 아껴 쓰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지구별에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같이 적용될 게 분명해 보인다. 



시간만 아껴 쓰는 게 아니라 반목하던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더 행복해지는 꿈을 꿀 것이다. 괜히 미워보이거나 미워하던 사람들도 눈만 뜨면 사랑놀음에 빠질 것이며, 사랑타령에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던 사회관습 조차 사라지며 서로 나누며 서로 돕고 살아갈 것이다. 고통과 행복을 서로 나누어 가지려고 난리 북새통을 피울 것이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큰 선물.. 잘난 듯 죽음 앞에서 허둥대던 사람들이 서로 부끄러워하며 인간 최고의 가치를 노래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봄이 오시는 걸 당연해하듯 인간의 삶도 자연의 일부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만물의 일부분이라는 걸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는 보다 더 귀해질 게 아닌가..



L'uscita primaverile di Seoul oltre la memoria
il 07 April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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