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꽃에 깃든 COVID-19
멈추어 버린 시간..!!
Coronavirus in Italia: 132,547(확진자 +3,599) casi, 16,523(사망자 +636) morti, 22,837(치료자 +819) i guariti -Il bollettino al 06 Aprile.
어제(Il bollettino al 05 marzo.)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및 치료자 수 Coronavirus in Italia: 128,948(+4,316) casi, 15,887(+525) morti, 20,996(+1,238) i guariti
-2020년 4월 6일 오후 17시 57분(현지시각) 현재,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COVID-19) 누적 확진자 수는 132,547명(+3,588)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16,523명(+636)으로 집계됐다. 치료자 수는 22,837명(+819)으로 집계됐다. (출처: www.worldometers.info)
확진자 수는 전날에 비해 현저히 감소했으나 사망자 수는 거의 100명 더 늘었다. 또 치료자 수도 줄어들어 실낱같은 희망이 잠시 멀어진 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확진자 수가 크게 줄어들어 다시 희망의 날을 잇게 됐다. 반면 위 통계 자료를 참조하면 미국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의 약진세가 도드라진다. 지구별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 등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꼬뷔드-19 전염병이 장기간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의 전망을 내놓을 때는 예측 가능한 수치와 조치 등을 함께 내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뜩에 나 우울한 심리에 불안을 부추기는 일만큼 나쁜 일도 없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꼬뷔드-19 때문에 멈추어 버린 우리들의 삶을 잠시 돌아보고자 한다.
너무 빨리 터뜨린 샴페인
잠잠한 바다와 샛노란 풀꽃들이 어우러진 바닷가 풍경 가운데 한 여자 사람은 아내 모습이다. 아내는 무리함을 무릅쓰고 한국의 특산물을 3개의 케리어에 나누어 싣고 로마의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7개월 만에 나와 조우했다. 당시의 모습을 갑자기 달라진 바닷가 풍경에 이렇게 썼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2020년 2월 27일 02시(현지시각)를 넘기고 있는 한밤중이다. 어느새 나흘의 시간이 지나간 것이다. 나흘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우리는 집으로 도착한 즉시 아이들처럼 좋아하며 짐보따리를 풀어헤쳤다. 말로만 듣던 보따리 속은 도깨비방망이를 연출했다. 가방을 열자마자 끝도 없이 쏟아지는 물건들..!
우리가 좋아하는 김은 100장들이 한 봉지를 꼭꼭 꼬오꼭 밟아져 노트 두께처럼 얇게 변해있었다. 그런 김이 대략 5킬로그램은 넘었다. 같은 방법으로 질 좋은 은빛 멸치는 여러 군데에 나누어 포장되어 있었다. 거기에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는 물론 김치 등은 냉장고는 물론 싱크대를 가득 채웠다.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
아내가 도착한 후 나흘 동안 잠시 시차를 조절하고 있었던 것이며 가까운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 이날 포스트에서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술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꼬로나 비루스(Corona virus)로부터 탈출한 게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한국의 뉴스를 열어보면 여전함 이상으로 증폭되고 있는 음산한 뉴스는, 이곳의 해맑은 풍경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즐겨 찾았던 바닷가로 발길을 돌렸을 때 그곳에는 전에 못 보던 풍경들이 펼쳐지며 아내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꼬로나 비루스(Corona virus)로부터 탈출한 게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고 한 말이 씨가 되었을까.. 이때부터 빌어먹을 비루스의 음모는 아무도 몰래 서서히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말이 씨가 된 것일까..
2020년 4월 6일 오후 1시경, 모처럼 장을 보기 위해 대형마트로 향했다. 마트는 집에서 천천히 걸어가면 늦어도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아내가 이탈리아에 다시 발을 디딘 지 어느덧 한 달 보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40여 일이 지난 것이다. 이 정도의 시간은 평소 같으면 계수할 아무런 이유를 찾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내와 나뿐만 아니라 지구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시간은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시간이자 잃어버린 시간이나 다름없다. 봄이 오시는 문턱에서 누군가의 발을 걸어 넘어진 이후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상태 이상으로 참담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대참사가 연일 일어나고 있었다. 그 시작은 중국의 우한이었으며 한국이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온 아내는 이렇게 말했었지..
무엇보다 꼬로나비루스(Coronavirus)로부터 탈출한 게 속이 시원하다
아내가 이탈리아에 다시 발을 들여놓은 후 우리는 매일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이런 습관은 오래된 것으로 아내에게 빼놓을 수 없는 명약과 다름없는 것. 나는 아내가 오기 전부터 개척해둔 산책코스로 아내를 안내하며 잠시 행복에 빠져드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듯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로부터 행복을 말하는 게 우스워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이탈리아에 둥지를 틀기까지 보낸 세월을 계수하고, 서로 다른 장소에서 시간을 보낸 것 등을 생각하면, 우리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게 될 것 같다. 그동안 바닷가로 산책을 나가면 그림자가 하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림자가 둘씩이나 생긴 것이다. 그 느낌을 빛과 두 그림자에 이렇게 썼다.
아내와 나는 조금 전 언덕 위에서 아드리아해가 연출한 바다를 함께 바라봤다. 한국에 있을 때 아침 산책에서 의례히 만나던 풍경은 가까운 산길이었지만 요즘은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된다. 매일 아침 바다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거의 매일 만나던 산과 다른 풍경 앞에서 아내는 흡족해했다. 나와 함께 걷는 것도 오랜만의 일이지만 그동안 우리에게 없었던 풍경은 물론 잊고 살던 그림자를 동시에 챙기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우리 앞에 그림자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두 개의 그림자.. 언덕길을 내려와 산책길에 접어들면 우리 앞에 긴 그림자가 앞서 걸으며 길을 재촉하고 있는 것. 재밌는 일이다. 그림자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인데 아무도 몰래 가슴속에 드리워진 그림자 하나가 바깥으로 나온 듯하다. 그림자는 꽤 오랫동안 내 속에서 그리움으로 남아 발효를 거듭했던지.. 나의 그림자 곁에 생겨난 그림자의 향기는 너무 풋풋하고 생기 발랄했다.
양귀비꽃에 깃든 마법의 그림자
오늘 오후,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가다가 잠시 발길을 멈추었다. 그곳에는 붉디붉은 양귀비꽃(Papaver somniferum)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녀석들의 아름다운 자태는 요리학교가 위치한 빠르마의 꼴로르노역(La stazione di Colorno PARMA)이었다.
위 자료사진은 나의 브런치 양귀비꽃과 기찻길에 담은 아스라한 추억의 장면이다.
요리학교에서 바쁘게 지내다 일주일 만에 빠르마 시내로 외출을 떠나던 날, 비나리오(Binario ferroviario) 가득 피어있는 양귀비꽃을 만나게 된 것이다. 참 이국적이면서 매혹적인 자태로 유혹한 아름다운 꽃이었다. 가끔씩 한 두 송이를 만났을 때 보다 무리를 지어 핀 꽃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면 눈을 떼지 못하던 곳..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내와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 양귀비꽃들이 만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 싹 갈아 엎어버린 것이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이때부터(대략 3월 10일 전후) 이탈리아는 생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꼬뷔드-19 전염병의 확산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3월 6일 처음으로 브런치에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 속보를 썼다.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당시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이랬다.
2020년 3월 6일(현지시각) 공식 발표된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의 확진자 수는 4,636명이며 197명이 사망했다. 이틀 전보다 급격히 불어난 수치이다.
최근에 비하면 당시의 피해는 미미했다. 그러나 생전 처음 보는 대참사였으므로 기록을 시작했는데.. 글쎄, 대참사는 오늘까지 이어지며 전체 사망자 수가 16,523명에 이르렀고 오늘 하루만 사망자 수가 636명에 이른 것이다. 기막힐 노릇이다..!
따라서 이탈리아 요리 유학 당시 꼴로르노 기차역에서 만난 양귀비꽃을 통해 아내를 그리워하거나, 아침 산책 후 아내와 함께 바라본 양귀비꽃은 첫 느낌과 전혀 다른 살벌한 마법이 깃든 것이었다. 아름답기 짝이 없는 양귀비꽃이 꼬뷔드-19 전염병의 확산세를 기록한 도표의 붉은 반점처럼 느끼게 되는 것. 마법의 그림자였다.
멈추어 버린 시간, 열흘 간의 외출
오늘 마트에 장 보러 갈 때 혼자였다. 아내를 집에 꼭꼭 숨겨(?) 두고 혼자만 장 보러 가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됐고, 비상사태까지 선포된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함부로 돌아다닐 수도 없고 또 다녀서는 더더욱 안 되는 세상..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시간이 멈추어 선 것이다.
아내는 이탈리아에 다시 돌아온 직후 "꼬로나 비루스(Corona virus)로부터 탈출한 게 속이 시원하다"라고 말했다. 당시 우리 국민들을 괴롭히던 비루스의 모습이 얼마나 지겨웠으면 그랬을까.. 그동안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지구촌은 여전히 대참사를 겪으며 악전고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아내를 자유롭게 한 시간은 불과 열흘이 전부나 다름없었다.
그 잔인한 세월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귀비꽃은 붉디붉은 꽃잎을 내놓고 4월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학수고대한다.
i Fiori di papavero che ho incontrato mentre andavo al mercato
il 06 Aprile 2020, La Spiaggia della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