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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1. 2019

피렌체서 만난 낯익은 녀석의 정체

#12_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낯익은 모습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피렌체는 연일 날씨가 찌뿌듯하다. 창밖을 보니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거나 여우비를 쏟곤 한다. 어딜 나가고 싶어도 비 때문에 귀찮아지다 보니 창밖을 보는 횟수가 자꾸만 늘어나는 것. 한 때는 이런 날씨가 낭만적이어서 하루 종일 빗속을 거닌 적도 있건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그럴 때가 지난 것 같다. 한마디로 '꼰대화' 되어간다는 것.ㅜ 그렇지만 비가 싫지만은 않다. 하루 종일 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 보다 더 운치가 있는 것. 특히 책상 바로 앞 창밖으로 내다 보이는 풍경은 새롭다. (관련 브런치에서 잠시 소개해 드린 대로) 그곳에서는 작고 어여쁜 꽃잎을 무수히 내놓은 어린아이들이 늘 눈을 맞춘다. 비가 오시기라도 하면 녀석들은 두 팔을 높이 들고 만세를 부르거나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귀가 쨍쨍거리도록 합창을 한다. 마치 노란 미니버스를 타고 소풍을 떠나는 유치원생들 같다. 피렌체의 날씨가 찌뿌듯해도 귀차니즘이 좋아지는 이유가 이런 것이랄까. 비가 잠시 그치는 틈을 타 재빨리 시장으로 향했다. 정오가 다 된 시간.. 비가 오시거나 말거나 두오모 앞은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 관광객들로 차고 넘친다. 어떤 사람들은 비 때문에 여행을 망쳤다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아이들은 우비도 없이 물웅덩이를 첨벙거리며 다니고 있었다. 오래전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즐겁다. 전자의 경우는 "먼 데서 비행기 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비가 오다니"라는 자조 섞인 표정. 나는 후자의 낯익은 표정이 좋았다. 그런데 이 같은 일은 시장에서 다시 이어졌다. 희한한 일이었다. 피렌체에 둥지를 튼 후부터 어느덧 정이 들어버린 산타 암부로지오 재래시장에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낯익은 녀석을 만나게 된 것이다. 




피렌체 산타 암부로지오 재래시장에서 촬영된 함초(위 사진)를 이탈리아에서는 아그렛띠(Agretti) 혹은 바르바 데이 프라띠(Barba dei fratti)라고 불렀다.


반가웠다. 녀석의 이름은 서해 갯벌에 살고 있던 함초(鹹草)였다. 생각 보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은 함초의 본명은 퉁퉁마디(학명: Salicornia europaea)로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북도, 경기도, 황해도, 평안남도 등지에 분포하고 있으며, 전 세계 해안지대 염습지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초란 '짠맛을 지닌 풀'이라는 뜻으로 바닷가 갯벌에 살다보니 먹기 싫은(?) 짠물도 먹어야 했던 운명. 그런데 바닷물이 녀석의 몸을 통과 하면서 걸러진 유용한 미네랄 성분 때문에, 녀석의 몸 속에 지닌 성분은 단순히 짠맛에 지나지 않고 온갖 영양소를 함유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함초를 일러 바다의 산삼이라고 부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피렌체 산타 암부로지오 재래시장에서 사 온 함초 한 단(대략 300그램)의 가격은 3.5유로로 꽤 비싼 편이었지만, 녀석이 지닌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생각하면 결코 비싸지 않은 것 같다. 시장에서 녀석의 이름을 물어봤더니 아그렛띠(Agretto의 복수형 Agretti)라고 말했는데 관련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또 다른 이름 바르바 데이 프라띠(Barba dei fratti)라고도 부르고 있었다. 함초 한 단의 모습이 마치 사람의 수염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인 이름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함초에 함유된 성분은 콜린(Choline)과 비테인(Betain), 식이섬유 및 미네랄 등이 포함돼 간의 독소 해소와 지방간 치유, 면역기능 증강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비테인은 동물과 식물의 생명활동 에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온스트레스에 노출되었 을 때 체내 삼투압 및 산염기의 균형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체온 조절을 원활하게 해주고 고온환경에 잘 견딜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1)은 강화도 장화리 갯벌에서 만난 화려한 함초의 가을 풍경


또 콜린(choline)은 동맥경화, 지방간 예방에 효과적인 수용성 비타민 가운데 하나로, 체내에서 세포막을 구성하는 레시틴과 혈압을 내리는 아세틸콜린의 재료로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몸은 하루 500mg 정도가 필요한것으로 알려졌는데, 체내에서도 합성되지만  평소 식사에서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함초에는 니아신과 나트륨, 단백질, 당질, 비타민B군, 비타민E, 식이섬유,엽산, 지질, 철분,칼륨,칼슘,아미노산, 게르마늄 등의 성분이 빼곡하게 차 있는 것.



함초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았다. 가끔씩 서해 갯벌에서 마주친 녀석. 최근에는 강화도 장화리에서 녀석의 화려한 몸짓에 반해 하루종일 발품을 팔기도 한 것. 따라서 암부로지오 재래시장에서 녀석을 냉큼 나꿔채는 한편 귀가하자 마자 아내는 재빠를 손놀림으로 다듬어 생채로 내 놓은 것이다. 생채의 맛은 양념맛을 제외하면 아삭거림 속에서 짠내가 섞인 바다향기를 품은 듯.. 우리가 다녀온 강화도의 눈부시게 화려했던 어느 가을날을 떠 올렸다.   


사진(2)은 강화도 장화리 갯벌에서 만난 화려한 함초의 가을 풍경


조리 방법은 간단했다. 익혀먹는 방법과 날것으로 먹는 방법. 점심은 생채무침으로 먹었지만, 이탈리아인들의 식재료 사랑은 남달라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요리를 해 먹고 있었다. 지지고 볶고 튀기고 파스타에 올려먹고 그것도 모자라 케잌까지 만드는 등 몸에 좋다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자주 많이 맛있게 먹는 것 같은.. 또 재배방식이 개량화 되어 엄청난 양을 재배하고 있었다. 괜히 샘이 날 정도. 따라서 아래 관련 리체타 일부를 링크해 두었다. 


설명(언어)을 몰라도 그림만으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법이므로, 건강하게 오래토록 장수하고 싶으신 분들은 꼭 반드시 확실하게 찜해 두셨다가, 제철 함초가 찾아올 때마다 직접 요리해서 혼자만(그럴 리가 없겠지만) 드시든가, 아니면 어른들께 효도선물로 드리면 너무 기뻐 하실 것 같다. 이때 함초가 왜 몸에 좋은지를 설명을 곁들이면 두고두고 칭찬을 받거나 흐뭇해 하실 것 같다. 봄비 오시는 날 만난 낯익은 녀석 치고는 너무 괜찮았다.


Comparazione Degli Agretti oppure Barba dei frati:

Come si coltivano le barbe di frate?
Spaghetti di riso con agretti, o barba del frate, e acciughe.
RISO VENERE, VERDURINE, AGRETTI E RICOTTA
Agretti: come cucinarli e abbinarli
Frittata di agretti, la verdura che sa di primavera
Ricetta Agretti in insalata, calorie e valori nutrizionali 
http://www.eaglevet.com/wp-content/uploads/2017/01/leaflet_betafin-BT.pdf



Gli Agretti oppure Barba dei frati
Mercato di Sant'ambrogio FIRENZ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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