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_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왜 이탈리아 요리인가..?
들어가는 말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탈리아 요리조리 용어
리체타 하나를 통해 오만가지 요리를 배운다
세상에 널린 식재료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세상 모든 식재료들은 보약이다 편식은 금물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려면 이탈리아로 가라
끝맺는 말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에 한 며칠 동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를 보니 대략 한 주는 비 소식으로 채워져 있다. 봄비가 오시면 사람들은 움츠려들까.. 아니었다. 피렌체는 그야말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야장천 관광객들로 붐빈다. 넘쳐난다. 이들이 주로 찾는 곳은 르네상스의 발자취며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미켈란젤로며 브르넬레스키며 산드로 보티첼리며 이들을 후원한 메디치가 등등.. 르네상스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발자취를 찾아 연중 발품을 파는 곳이다. 이게 대략 피렌체의 모습이자 이탈리아의 한 풍경이다.
그리고 피렌체에서 정말 중요한 타깃이 하나 더 있다.. 이탈리아 요리가 그것. 이들 관광객들은 르네상스가 남긴 흔적을 돌아보는 것을 끝으로 찾아내는 곳이 이탈리아 요리 혹은 음식이다. 오래된 일이며 그동안 나만 몰랐었다. 물론 글쓴이가 살고 있는 피렌체는 세계적 브랜드의 의상과 가죽제품 등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 상품들이 진열장 가득 화려하게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피렌체를 찾은 관광객들의 동선은 크게 두 군데로 압축된다.
르네상스의 흔적을 돌아보다 찾는 곳은 이탈리아 음식. 이들에게 음식은 단지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음식을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문한 음식이 그냥 자기 테이블 앞에 놓이면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게 아니라, 음식을 만든 리스또란떼의 전통부터 현재 요리를 책임지고 있는 셰프는 물론, 요리를 이루고 있는 식재료와 만드는 방법 등에 대해 자기가 알고 있는 이탈리아 요리의 지식을 총동원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 그러다 보니 식탁 앞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말이 많아지게 되고 식사시간은 더 길어지게 된다,
그래서 곁에서 지켜보는 이방인들은 "이탈리아 사람들은 말이 너무 많아"라며 가끔 비아냥 조로 말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외식 문화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따라서 글쓴이가 요리 유학을 통해 배웠던 관련 지식이나 문화 등을 공유해, 이탈리아 음식 혹은 요리가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한다. 약속한 대로(이미 독자 여러분들에게 알려진 관련 브런치 글) 이번에는 관련 브런치에서 못다 한 완결 편으로 이탈리아 요리학교 수업을 최초로 공개한다. 아울러 이 글은 앞으로 전개될 관련 브런치의 참고자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 그 현장으로 가 본다.
이탈리아 요리 등 관련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분들이 잘 모르는 용어들이 있다. 위 자료 사진에 잘게 썰어진 감자 조각들은 쓰임새에 따라 서로 다르게 부르는 것. 녀석들은 바스톤치니(bastoncini) 기법으로 잘게 썰어진 것들. 이와 함께 이른바 썰기 기술은 열 댓가지로 나뉘며, 이들 용어는 조리 동사와 함께 이탈리아 요리 혹은 프랑스 요리 등 서양요리에 입문하게 되면 반드시 기억해 놓아야 할 요리 혹은 조리용어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는 리스또란떼에서 상급자의 명에 따라 재빨리 행해져야 하는 매우 중요한 용어. 관련 브런치에서 언급했지만 전투현장과 다름없는 꾸치나에서는 대화법이 매우 간결하고 빨리 진행된다. 예컨대 "김 선생님, 저기 감자 몇 개 바스톤치니로 잘 다듬어서 여기에 갖다 놓고 조리하세요"라고 말하지 않는 것. 손동작이나 표정을 섞어가며 이렇게 말한다.
"킴, 바스톤치니..!"
이런 소통 방법은 그나마 이 분야의 경력자는 쉽게 알아듣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날 사용되는 리체타 속에 포함된 요리 공정이므로 단박에 알아듣게 될 것. 하지만 초보 요리사에게 이런 소통법은 청천벽력이 따로 없다. 분명히 감자를 가리키며 바스톤치니라고 말하는 건 들었지만, 그다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모르는 것. 꾸치나 내에서 행해지는 소통법 외 꾸오꼬들의 눈치는 백 단이다. 그들은 초보의 표정이나 태도만으로 눈치를 채게 된다.
(흠.. 그러면 그렇지 초보가 알 수 있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다음부터 초보 요리사에게 일을 맡기지 않거나 매우 단순한 일을 시키게 되는 것이다. 미리 준비되어 있거나 이미 완성된 리체타를 그저 퍼(?) 나르기만 하면 된다(이마저 쉽지 않다). 따라서 누구인가 이탈리아 요리 유학 등 요리 수업을 받고 있다면, 그가 어떤 파트에서 일하는지 등에 물어보면 그의 사정을 단박에 눈치챌 것. 글쓴이와 함께 일했던 한 일본인 친구가 이런 경우의 수에 해당됐다.
"저.. 안티 파스티 하고 돌치 담당하고 있는 데요..(긁적긁적)"
(지금 보고 계신) 브런치 글 한편만으로도 오만가지 리체타(Ricetta_요리법)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마시기 바란다. 매우 중요한 포스트이므로 준비과정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 이유가 있다. 똑같은 식재료 하나가 셰프의 창조성이 가미되자마자 전혀 다른 요리로 탄생하게 되는 것. 우리나라 김치가 다양하게 조리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각 리스또란떼 혹은 셰프들이 내놓는 요리 세계는 혀를 내두를 정도 그 이상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슐랭 가이드 별이 아무한테나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었던 것. 식재료 하나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요리조리 과정에서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다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식가들이나 음식평론가들은 요리접시 앞에서 특정 요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단박에 알아차리거나, 그들이 미처 몰랐던 맛 등에 대해 식사가 끝난 후(혹은 도중에) 셰프에게 문의하여 과정을 알아내면 감탄을 연발하며 그 먼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보다 더 잘 사는 사람들의 주류층에서 뿐만 아니라 요리를 즐기는 미식가들 사이에선 일반적인 현상이랄까. 우리나라에서 가끔씩 봐 왔던 한식(한국요리)의 세계화 광고 문구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등에 대해 요리 유학을 하면서부터 깨닫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 한식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글쓴이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에서 알고 있는 한식이란 몇 되지 않았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식단에서 반찬이 반복적으로 바뀌는 게 거의 전부였다.
그리고 철마다 다양하게 바뀌는 반찬 등에 대해 한식의 한 종류라고 부르기엔 조금은 어색하다. 지방마다 계절마다 상다리가 휘청하게 내놓는 한식은 이름 붙이기도 쉽지 않다. 또 명절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은 어떻고.. 따라서 이탈리아에서 누군가 한식에 대해 물으면 겨우 답하는 게 불고기, 김치, 떡국, 된장국 등 몇 안 되는 종류였다. 나머지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백성들이 거의 감히 입에 대지도 못했던 궁중요리가 아니었던가.
한식은 대단한 음식이자 요리임에 틀림없지만 누리는 방법 등이 전혀 일반화되지 못한 채 외길(?)을 걸어온 것이랄까.(따로 접근해 보기로 한다) 이탈리아에서는(지방마다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웬만한 가정에서 조차 이탈리아 요리 리체타를 훤히 꿰뚫고 있어서 아무 때나 마음만 먹으면 식탁에 올리는 것. 카르치오피 요리는 그중 하나로 요리방법만 달리 한 것이다.
글쓴이의 브런치에서 자주 사용해 온 '오만가지'란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식재료가 천지 빼까리로 널린 표현도 오만가지지만, 한 식재료를 오만가지로 만들어내는 기술이 또한 이탈리아 요리 혹은 요리 세계의 모습이었다. 후자의 경우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우리는 종종 '어느 가문의 종가에서 내려오는 비법' 같은 말을 미디어를 통해서 듣게 된다. 특정 가문에서 사용해 오던 음식의 리체타를 가리키는 이 같은 표현은 자랑삼아한 표현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폐쇄적인 음식문화의 단편을 보는 것 같아 습쓸한 것.
이를테면 한 때 우리 사회를 갈라놓았던 반상 제도의 한 단편이랄까. 특정 음식을 어느 가문에서만 나누어 먹던 습관이 이웃과 잘 어우러질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또 어디 감히 상놈 주제에 양반의 식탁을 기웃거리겠는가 싶은 것. 그나마 세월이 흐른 후 일반에 공개되긴 했지만 최근의 일이나 다름없다. 음식의 속성상 자주 먹어보지 못한 건 입에 함부로 댈 수 없는 건 자명한 일. 만약 그런 리체타가 일찌감치 담장을 넘어 이웃에 전파되었다면 우리네 사정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탈리아 요리가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게 된 이유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탈리아도 오늘날의 통일 이탈리아(1861년부터 부르기 시작) 이전에는 여러 지방으로 나뉘었고 군주 또한 제각각이었던 주지의 사실. 오늘날 피렌체 조차 피렌체 공화국으로 불리는 작은 도시국가의 형태였다. 이름만 달랐을 뿐 이들에게는 반상 제도와 엇비슷한 귀족과 평민이 있었으며 요리는 주로 귀족들의 몫이었던 것. 이러한 이탈리아가 어느 날 요리 강국으로 거듭난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면 이탈리아에 걸출한 요리사가 탄생하며 이탈리아 요리 문화를 바꾸어 나가기 시작한 것.
그는 셰프 괄띠에로 마르께지(Gualtiero Marchesi) 선생이었으며 이탈리아가 아끼던 요리사였다. 당신께서 이탈리아 국제 요리학교 알마(ALMA la scuola Internazionale di cucina italiana))의 교장에 취임하기 전 당신의 리스또란떼가 최초로 미슐랭 별 세 개를 받았다. 이탈리아 최초였다.
나는 당신께서 요리학교의 교장으로 취임하게 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알마 국제 요리학교가 위치한 곳은 에밀리아 로마냐 주 파르마와 가까운 포강(江) 근처에 위치해 있다. 파르마 시(市)가 당신을 교장으로 영입을 한 데는 파르마 지역에서 생산되는 빠르마지아노 레지아노(Parmagiano reggiano) 등 최고급 농산물을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었던 것.
아울러 요리학교 렛지아 디 꼴로르노는 황제로 불린 나폴레옹이 부인 마리아 루이자를 위해 지은 궁전이므로 격조 높고 차별화된 곳. 당신께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이곳에 몸담으며 후학들을 지도하셨는데, 운 좋게도 나는 당신의 가르침을 직접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를 차지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당신의 가르침은 매우 간결했다.
"요리는 복잡하면 안 돼요. 자연스럽게 원재료의 특성을 잘 살리면 돼요"
당신의 이러한 가르침 등은 곧 이탈리아어의 명사 일 마르케지(il marchesi)로 불리며 사람들로부터 전파되어 나갔다. 요리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아무나 그의 가르침대로 그저 따라 행하면 최고의 요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알 수도 없는 오만가지 양념을 범벅으로 떡칠하며 '맛집'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국적 불명의 음식은 많은 생각을 낳게 한다. 아울러 남모르는 비법으로 전수되는 음식 혹은 요리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던가.
요리를 통해 사회가 하나로 통합될 수 있다면 그것은 자기가 지닌 비법을 널리 공유하는 것. 오늘날 통일 이탈리아의 특징은 언어와 축구와 그들만의 고유 음식문화 등을 똘똘 뭉쳐 공유하는 것이었다. 그중에 음식문화는 독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선생께서 이러한 공헌이 없었다면 정부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거나 미슐랭 별을 받을 수 있었을까.
미슐랭 별에 대한 일화가 있다. 한 개를 받으면 개인의 영광, 두 개는 가문의 영광, 최고등급인 세 개면 나라의 영광이라는 별이 그것인데, 세상에 널린 식품에 대해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 가에 따라 개인의 영광은 물론 국민적 건강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우리가 식재료를 너무 얕잡아 봤던 건 아닐까.
그동안 필자의 브런치를 통해 소개된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편에서 특정 식재료에 대해 엄청난 칭찬을 한 내용을 기억하실 것이다. 우리에게 하찮게 보일 수 있는 식품이 어느 날 우리가 어떻게 얼마나 섭취하는가 등에 따라 인체는 놀라운 반응을 보이는 것. 이에 대해 의학의 아버지라 불린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에 대한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
이 같은 말은 모든 약의 재료가 자연으로부터 취해진다는 것과 결코 다른 말이 아니다. 그러므로 자연으로부터 얻어지는 특정 식재료에 포함된 영양소의 결핍은 우리 몸에 병을 만들거나 쇠약하게 만들 것. 아울러 건강한 신체는 우리 몸에 유익한 식품을 잘 먹거나 유용하게 사용했을 때 일일 것이다. 다 아는 듯 잊고 사는 진리일 터.. 그래서인지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이른바 패스트푸드에 익숙하게 되고 머지않은 장래에 장수는 고사하고 코 앞에 닥친 건강을 걱정하게 된다.
이 같은 일이 만연되어 오늘날 의료사업(?)이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건 눈여겨볼 일이다.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Il Giuramento di Ippocrate)를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돈벌이에 몰두하고 있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일상이 됐다고 과언이 아니다. 현대인들에게 불어닥친 가장 큰 위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제도가 제 아무리 잘 되어있다고 한들 일단 환자의 입장이 되어보면 세상만사가 다 귀찮아 보이게 될 것. 그게 일차적으로 누구의 책임인가.
따라서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만사를 제쳐두고 자기 몸에 유익한 식품을 제때 잘 챙겨 먹는 게 정말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입맛에 맞는 식품만 골라서 먹을 게 아니라 입맛에 맞지 않는 식품이라 할지라도 입 맞에 맞게 조리하는 방법을 터득해서 자주 많이 먹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탈리아 요리와 이들의 음식 문화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방법이자 오래전 어른들의 말씀이다.
"음식 가리지 말고 아무거나 잘 먹으면 그게 보약이란다"
당연한 듯 쉽지 않아 보이는 말이다.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려면 이탈리아로 가는 게 순서가 아닌가.. 싶지만 사실은 다른 것. 우리나라에서도 이탈리아 요리를 가리키는 요리학원이 있다. 북미 남미에도 있다. 유럽에도 있다. 아시아에도 있다. 지구별에는 최소 20개국 이상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가르치고 배운다. 같은 이유로 이탈리아 내에서도 프랑스 요리를 배우는 아카데미가 있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이탈리아 요리든 프랑스 요리를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것.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디서든 이탈리아 요리 기술은 배울 수 있을 망정 요리 문화는 절대로 터득할 수 없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그게 어떤 차이냐고 물으신다면, 유정란과 무정란의 차이 혹은 시험관에서 수정된 아기와 같은 운명이랄까. 김치를 좋아하는 이탈리아인에게 김치 맛을 물었더니 매운맛이 전부. 이탈리아 남부 지방에는 이 보다 더 매운 음식이 널렸고 멕시코는 물론 남미와 중국 혹은 세계 도처에서 매운 음식이 사랑받고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매운맛 밖에 기억해내지 못하는 음식을 만들면 특정 국가의 음식문화에 대해서는 까막눈이 되는 것.
우리에게 김치는 단지 애용하는 식품에 그치지 않고 우리 문화 깊숙한 곳에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걸 다 안다. 김치 하나만으로 어릴 때 추억을 되살릴 수 있고, 김치 하나만으로 나의 존재감은 물론 자기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집집마다 김치 맛은 서로 달라도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민족. 김치는 식품이라기보다 우리를 단단히 옭아매고 있는 동아줄 같은 것이랄까.
이탈리아 요리 혹은 음식도 다르지 않았다. 이탈리아 요리와 음식이 태어난 본고장에 발을 디디면 맨 먼저 이 땅의 흙냄새와 풀냄새에 익숙해지고,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그들 몸에 깊숙이 배어있는 음식문화를 느끼게 된다. 우리가 잘 익은 김치 맛 혹은 묵은 김치를 대할 때처럼.. 그 고상함을 시험관 아기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려면 먼저 이탈리아어를 충분히 배운 다음 이탈리아로 떠나라. 전혀 새로운 세상이 당신을 기다릴 것..!!
-ALMA la scuola internazionale di cucina italiana
끝맺는 말에 가름한다. 아래 영상과 사진들은 관련 브런치에서 공간상 시간상 제약 등으로 미쳐 다루지 못했던 것으로, 셰프 마우리지오 세르바가 카르치오피 요리를 진행하는 동안 분주하게 움직인 요리사들이다. 경력 10년 차 이상인 이들의 뒷받침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를 놀라게 하는 요리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를 끼친 이분들의 노력의 결실이나 다름없다. 이탈리아 요리 학교 수업을 그동안 사진으로 평면으로 봤다면 이번에는 영상으로 입체적으로 궁금한 점을 해소해 가면서 보게 될 것.
글쓴이의 기억 속에서 요리학교 수업을 공개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이것 또한 스승의 가르침이라 생각하며 여러분들과 공유하기로 한다. 다만, 영상은 브런치의 용량이 거부하여 짧게 나누는 한편 여러 편을 한꺼번에 모아 풀버전으로 재구성했다. 취사선택하시기 바란다. 아울러 자료 영상과 사진에 등장하는 요리학교의 조리실습실은 리스또란떼 현장과 차이가 있음을 양지하시기 바란다. 또 꾸치나 앞에서는 학생들이 수업 중이기 때문에 약간은 산만해 보이는 것. 보통의 요리 리체타를 소개하는 광고용 영상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날 시연해 보인 셰프 마우리지오 세르바와 스텝께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ALMA cucina italiana_#1 이탈리아 요리학교 수업 최초 공개 il Primo divulgazione
ALMA cucina italiana_#2 이탈리아 요리학교 수업 최초 공개 il Primo divulgazione
ALMA cucina italiana_#3 이탈리아 요리학교 수업 최초 공개 il Primo divulgazione
ALMA cucina italiana_#4 이탈리아 요리학교 수업 최초 공개 il Primo divulgazione
ALMA cucina italiana_#Fullvirsion 이탈리아 요리학교 수업 최초 공개 il Primo divulgazione
영상에서 놓쳤던 장면을 재구성해 놓고 보니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봄나들이 나선 카르치오피의 자태_#9-2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편에서 본 카르치오피의 완벽한 변신
셰프 마우리지오 세르바의 카르치오피 요리에 몰두한 진지한 모습. 곧 성형 작업에 들어갈 차례가 됐다.
글쓴이가 몸 담았던 요리학교의 봄의 전경,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렛지아 디 꼴로르노가 생각난다.
카르치오피 관련 브런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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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ciofo_Cynara scolymus e Maurizio Serva
ALMA la scuola internazionale cucina Italian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