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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17. 2020

그녀가 다시 가고 싶어 하는 곳

-아내를 유혹한 아드리아해의 바닷가 

아내가 첫눈에 반한 그곳.. 다시 가 보면 어떨까..?!!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주도 바리(Bari)에서 천천히 북상하며 들른 곳이 몰풰따(Città di Molfetta)라는 곳이다. 우리가 이곳을 찾게 된 데는 아내의 그림 선생님의 추천이 있었다. 바리는 세 번째 다녀오는 곳이지만 바를레타에서부터 바리까지 이어지는 해안선은 둘러볼 기회가 없었는데 몰풰따 항구가 특히 아름다운 곳이라 일러주었다. 


바리에서 몰풰따로 올 때까지 국도변에 자동차를 여러 번 주차했다. 아드리아해 중부 해변과 달리 이곳의 해변은 모래밭이 적은 반면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해변이 주로 많아 보였다. 바닷물은 얼마나 푸른지 북상길을 자꾸만 붙들고 있었다. 그리고 바닷가에 위치한 무화과 과수원은 물론 올리브 과수원과 포도원의 풍경은 발길을 자꾸만 붙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곳곳에 쌓아둔 나지막한 돌담은 제주도를 연상시켰다. 



몰풰따는 이곳 방언으로 몰풰떼제(Melfétte in dialetto molfettese)로 부르는 곳으로 인구는 대략 6만 명이 사는 바리 시에 속한 작은 도시이다. 바리 시에서 북서쪽으로 2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곳은 바리 시의 세 번째 자치구이고 아홉 번째의 마을에 속한다. 2016년 ACES에 의해 유럽의 스포츠 도시로 선정되었는데, 우리가 이곳에 도착하여 맨 먼저 눈에 띈 것이 바닷가에 위치한 두 개의 운동장이었다. 



높은 벽에 둘러싸인 운동장 곁으로 작은 해수욕장이 있고, 해수욕장은 자갈밭(부산 태종대의 자갈마당을 닮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당시 시간은 오전 10시를 지나고 있었다. 이때부터 이곳 시민들이 하나둘씩 접이식 간이침대를 들고 해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보거니 말거나 훌러덩훌러덩 겉옷을 벗고 일광욕을 즐기거나 바다로 뛰어드는 것. 



볕은 쨍쨍했으나 바닷가에 서면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이른 새벽 아니 한밤중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오전 5시에 바리를 향해 출발했으므로 피곤이 몰려와 바닷가에 주차를 해 두고 잠시 쉬기로 했다. 그런데 운전석에서 막 졸음에 몰려오눈 순간 아내가 부산을 떨었다. 아내는 "여기 너무 좋아! 바닷가에 자리를 깔고 누우면 너무 좋을 것 같다"며 종용했다. 



내 고향은 부산.. 바다와 얽힌 문화라면 손바닥 들여다 보듯 훤하여 저만치 보이는 아드리아해를 별로로 여겼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바닷가가 더 눈에 아른거렸다고나 할까.. 나는 이곳 몰풰따의 항구가 보고 싶었으므로 바다를 등한시한 것이다. 


막상 돗자리를 들고 아내가 가고 싶어 하는 바닷가 언덕 위로 가 보니 아내의 말이 옳았다. 그곳은 아드리아해로부터 불어온 시원한 바람과 밀려드는 파도가 한데 어우러져 피곤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그곳에서 우리는 카메라를 주고받으며 아내가 찍어준 사진에서처럼 기념촬영을 한 것이다. 그 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그녀가 다시 가 보고 싶어 하는 곳




그녀는 다름 아닌 아내이다. 우리가 돗자리를 깔고 누운 곳은 이곳 시민들이 훌러덩 걷어붙이고 누운 해수욕장 바로 곁 언덕 위이다.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한 번 누우면 두 번 다시 일어나고 싶지 않은 장소였다. 그곳에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자란 풀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들을 쏙 빼닮았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맑은 바닷물은 쉼 없이 들락거렸다. 아내는 이곳을 다녀온 직후 내게 칭얼대듯 말했다.


그곳에 다시 가고 싶으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에 사람들이 넘쳐난다면 이곳은 매우 한적한 시골 같은 풍경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언덕 위에서 자리를 들고 해수욕장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해수욕장에는 가족과 연인들 그리고 여자 사람 친구들이 한데 어우러져 해수욕을 하거나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이어진 이런 풍경들은 코로나 사태를 까마득히 잊은 모습이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바닷가에 시설된 커다란 운동장이 약간은 흉물스러우나 특별해 보이기도 한 곳. 그 곁에 마을 사람들의 피난처가 위치해 있었던 것이다.



남부 이탈리아에서 만난 생경스러운 풍경이지만 평생을 봐 왔던 낯익은 풍경들..



아드리아해는 유월 중순의 남부 이탈리아 사람들을 마구 유혹하며 옷을 벗게 만든다. 우리도 벗고 싶었다. 아내는 당장이라도 옷을 벗고 비키니 차림으로 이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다. 이런 풍경들 때문이었을까..



아내는 몰풰따 해수욕장을 돌아본 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이틀 전) 시내의 옷가게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한 곳에 들러 비키니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 느낌이 새로웠다. 백발의 아내가 입는 비키니 모습은 또 얼마나 섹시할까..(풉!! ^^) 그렇지만 그런 내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아내의 표정을 보니 진심으로 다시 그곳으로 가 보고 싶어 했다.



그리고 아내는 바캉스 계획을 짜기 시작하며 그림 수업이 방학(?)을 맞이하는 즉시 남부 이탈리아로 떠나자고 제안했다. 하루 이틀도 아닌 긴 시간 동안의 여행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작은 해수욕장을 돌아보는 동안 바닷가 자갈들은 밀려드는 파도에 따라 자갈자갈 소리를 내거나 촤르르 소리를 반복했다. 시름이 있다면 그 소리를 따라 아드리아해가 모두 삼켜버리고 새것으로 채워줄 것만 같은 바닷가..



위 자료사진 속 멀리 우리가 맨 처음 바닷가를 향해 누웠던 나지막한 언덕이 보인다. 자갈마당 바로 옆에는 방풍림이 심겨 있고 사람들이 일광욕을 하는 자리에는 그 흔한 파라솔 조차 보이지 않는다. 볕을 머리에 인 사람들.. 땡볕을 온몸에 바르고 있는 사람들.. 



그 속을 걸어가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다시 한번 더 이곳에 가고 싶어 하고, 다시금 우리가 다녀온 바닷가를 무한 동경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와 한 지붕 한 침대를 사용한 이후 이토록 목마르게 칭찬을 아끼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아내는 작은 해수욕장.. 아드리아해가 유혹하는 그 마을을 다시 가고 싶어 했다.



마음만 먹으면.. 하시라도 떠날 수 있고 30분이면 아무 때나 당도하는 지근거리에.. 아내를 지독하게 유혹한 명소가 있었다. 기다려라 하지 않아도 마냥 우리가 다시 오기를 기다리는 그 바다가 덩달아 그리워진다.


La spiaggia dell'Adriatica_Molfetta
il 15 Giugno 2020, Citta' di Molf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K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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