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내의 도전_현장 체험학습
무슨 일이든 임자를 잘 만나야 하는 거지..?!!
서기 2020년 6월 19일,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한 화실이 분주하다. 그곳에는 이곳 바를레타의 수호성인의 초상을 그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성인의 초상화를 그리는 예술가의 이름은 루이지 라노떼(LUIGI LANOTTE).. 그는 아내의 그림을 지도하는 그림 선생님이다. 그가 그리는 수호성인 이름은 루제로 디 깐네(RUGGERO DI CANNE)이다. 고대 그리스어와 비잔틴어로 깐느라 읽는다.
링크된 자료에 따르면 루제로는 바를레타에서 가까운 지역의 이름을 딴 이름으로 생몰연대는 대략 1천 년 전 (Canne, 1060 – Canne, 30 dicembre 1129)의 사람이다. 깐느는 바딸리아 전투(Canne della Battaglia)로 유명한 곳.
아드리아해로부터 9킬로 미터 떨어진 오판토(Ofanto) 강 옆 해발 54미터에 위치한 고대도시 뿔리아(un'antica città della Puglia)의 유적이 발견되는 곳이다. 성인의 출생지가 궁금해 자료를 뒤적여 보니 오래된 유적지들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지만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성인의 생애를 살펴보니 그는 10세기 때 깐느의 주교로 선출되었는데 1083년에 일어난 노르만(Normanni)의 침략에 자기 고향의 자부심을 걸고 지켜 싸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루제로는 고대 도시(antica città pugliese) 어폴리언의 도덕적, 물질적 재건에 기여해 성인으로 추앙되어, 이 지역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한 위대한 인물이었다.
지난 19일, 아내의 그림 수업이 시작되기 전, 루이지는 "수업이 끝난 후에 특별한 장소로 안내하겠다"고 했다. 그곳은 이미 몇 차례 루이지가 함께 가 보자고 제안한 장소로, 성인의 초상화가 그려지고 있는 또 다른 화실이었다. 이 작업은 대략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초상화가 다 그려지면 바를레타의 키에사 디 산 지아코모(Chiesa di San Giacomo (Barletta))에 봉헌될 예정이다. 비용은 거의 실비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작업에는 두 사람의 모델이 등장한다. 성인 역에는 16살의 남자아이가 성인이 건네고 있는 빵을 쥐고 성인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는 7살짜리 어린아이였다.
이 작업이 아내에게 중요한 것은 루이지가 그리는 그림의 기법이 장차 아내가 따라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재 2단계 소묘 코스를 끝내고 3단계 소묘 코스에 진입한 아내는, 그림 선생님의 붓 터치는 물론 모델을 그리는 과정 등을 수업할 예정이다. 이런 과정은 시간이 걸릴 것이나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집중하면 당신의 경지에 도달할 것이란 게 루이지의 설명이다.
그 과정은 매우 섬세하며 정확해야 했다. 아내는 그런 과정을 매우 흡족해하며 수업을 행복하게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내가 한국에서 보낸 기나긴 시간은 깜깜한 터널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루이지를 만나고부터 터널 끝이 보이고 마침내 빛이 보인 것이랄까.. 한국에서 그토록 배우고 싶어 한 건 정밀 소묘였으며 소묘 과정을 잘 배우는 것이었다.
그 일을 위해 늘그막에 입시학원까지 들락거렸지만 한계를 실감하곤 했다. 물론 그림 동아리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배울 수 없는 게 기초작업 과정이었다. 비용도 들이고 시간도 들이고 노력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아내가 쌓을 수 있는 탑의 높이는 매우 제한되어 있었다. 그 이유를 뒤늦게 알았으니 지난 시간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한국에 있는 지인들 중에는 그림 수업을 10년, 15년씩 해도 여전히 한계를 느끼곤 하는 작가들이 숱하다.
따라서 아내는 요즘 짬나는 대로 "인생은 사람을 잘 만나는 일"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아내의 그림 선생님 루이지는 인간 됨됨이가 뛰어나고 착하고 성실하며 정직하다. 그리고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 사명감이 투철한 것이다. 루이지가 우리 내외를 작업실로 초대해 촬영을 허락한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니었다.
우리가 르네상스 고도 피렌체서 루이지를 만난 이래로 바를레타까지 거처를 옮긴 이유는 모두 아내의 그림 수업 때문이었다. 루이지는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안다. 운명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그 운명 한가운데 바를레타 수호성인이 있었으므로 우리는 선택받은 삶이 아닐까 싶은 착각도 드는 것.
모델이 걸치고 있는 망토와 옷 그리고 지팡이는 루제로 수호성인이 사용하던 수제품이자 진품이다.
루이지는 동시통역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아내의 그림 수업에서 늘 강조하는 게 있다. 가장 초보적이며 가장 중요한 소묘가 되지 않으면 붓을 쥘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는 아내에게 피렌체의 한 아카데미에서 배운 그대로 코스를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가리킨 대로라면 그 어떤 대상이라 할지라도 화폭에 옮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세상의 걸작품들은 기초공사가 세밀하고 튼튼해야 한다는 또 다른 가르침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사노라면 그 과정을 생략하는 게 다반사였지 아마도.. 아래 영상에서 짧게 인터뷰한 귀여운 꼬마 모델은 "모델 작업에 앞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라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챠오~반갑구나 아가야 이름이 뭐니?
-디에고.. 요. ^^ (귀엽게 미소 지으며)
-몇 살이지?
-일곱 살.. 요.^^ (손가락을 접어가며)
-모델 작업이 좋으니?
-넹.. ^^ (웃으며)
-(모델 작업하기 전에) 무슨 생각을 하니?
-음.. 오직 그림만 생각해요. ^^
*아래 영상에 담은 그림은 120호에서 150호 중간 크기(2m X 1.5m)이다. 그림을 그리는 분들에게 매우 유익할 것이다. 소묘가 완성돼야 가능한 대작이다. 루이지는 빛의 마술사 렘브란트를 좋아한다.
Il santo patrono dipinge così_Studio LUIGI LANOTTE
il 19 Giugn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