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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28. 2020

FILM_바다와 소년

#8 아내를 유혹한 아드리아해의 바닷가


바를레타, 아드리아해 바닷가 산책 개관


   나의 브런치 내가 꿈꾸는 그곳을 열면 9분짜리(8분 55초) 도꾸멘타리오(Documentario) 영상이 등장한다. 이 영상과 아래 사진들은 아내와 거의 매일 혹은 자주 바닷가로 들락거리며 산책을 즐기는 장소를 담았다. 이탈리아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중심에서 아드리아해가 위치한 바닷가로 아침 운동을 하는 장소를 카메라에 담아본 것이다. (흠..열어봐 주시면 복 받으실 게 틀림없다. ^^)



2020년 6월 27일 오전 6시경, 이날도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간밤에 지인들과 조촐한 파티를 즐긴 후여서 수면이 약간은 부족했다. 따라서 평소와 달리 1시간 늦게 집을 나섰다. 생각 같아서는 방콕을 더 즐기며 집안에서 뭉기적 거리고 싶었다. 그런 게으름이 한 번 두 번 이어지면 나쁜 습관들이 몸에 배게 되고, 종국에는 스스로를 무너뜨리게 된다는 걸 살아오면서 학습했다. 



바닷가로 떠나는 게 무슨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막상 바닷가에 발을 들여놓고 보면 "집을 나서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단박에 든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내 중심에서 바닷가로 나서면 맨 먼저 잘 다듬어진 도시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바를레타 시내 중심의 역사지구(Centro storico) 대부분은 대리석으로 깔려있고 대리석과 돌로 만든 건축물들이 아침 공기를 시원하게 저장하고 있는 것이다. 


간밤에 흥청대던 시민들은 온데간데없고 오래된 도시 위로 제비들이 거의 빛의 속도로 삐삐 거리며 날아다닌다. 제비들이 무리를 지어 비행하는 모습 때문에 어지러울 정도이다. 그리고 골목을 지나는 한 소년은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를 머리에 떠올리는 것이다. 천년고도 바를레타를 처음 방문한 이래 지금까지 소년의 가슴속에는 흥부가 쓱싹쓱싹 신나게 박을 타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혼탁했던 나를 세탁한 아드리아해





착한 흥부가 어느 날 제비에게 베푼 선한 일 때문에 강남으로 떠났던 제비가 박 씨를 물고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박을 탄 흥부 앞에 대리석으로 만든 도시가 짜잔~ 하고 나타난 격이랄까. 나는 이 도시를 처음 본 순간부터 도시의 이름을 '아드리아해의 보석'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대리석으로 만든 도시는 사시사철 주야장천 반들거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침마다 보석 위를 걸어서 바닷가로 진출하는 것이다. 



아드리아해가 연출한 황홀한 작품







요즘 바캉스 시즌을 맞이한 바를레타의 바닷가는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곧 이 바닷가로 시민들이 개미들처럼 줄지어 몰려들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이때를 위해 일을 하는지.. 시즌이 도래하면 도시는 텅 비게 되고 해변은 시끌벅적 와글와글 훌러덩훌러덩.. 



달님과 아드리아해가 밤늦도록 작업한 걸작품들






바닷가 산책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맨발을 바닷물에 담그는 일이다. 밤새 달님과 함께 놀다간 아드리아해 요정은 바다 밑에 고운결의 모래를 그려놓았는데.. 글쎄, 그 속에 발을 담그면 엄마의 젖꼭지를 빨아대던 어린아이의 혓바닥 같은 간지러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간지럼 간지럼 꼼지락꼼지락.. 



뿐만 아니라 달님과 요정의 장난질은 개구쟁이를 쏙 빼닮았는지 용왕님이 살고 있는 궁전 곁의 파래를 마구 뜯어다 바닷가에 옮겨두었다. 바다가 새로운 모습으로 화장을 고치고 어느 소년과 소녀(무늬만..^^)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렇게 대략 두 시간 정도를 걷다 보면 적당한 피로가 몰려든다. 그리고 500년 된 종려나무 가롯수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주로 이렇게 놀고 자빠졌다. 그렇게 놀아야 했다. 해방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대략 70년 동안, 한반도(남쪽)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은 세계 그 어떤 나라의 사람들보다 힘든 세월을 보냈다. 미국의 원조를 받아 몸보신한 이승만 색히와 이기붕 색히 등을 시작으로 닭대가리의 애비 박정희 색히와 군대를 동원해 살육을 일삼은 전두환 색히와 군바리들.. 그리고 함께 놀아난 무지렁이들..



그리고 대를 이어 이번에는 쪽바리 색히들의 앞잡이 이명박이 검찰 경찰 사법부 색히들과 놀아나면서 70년은 통째로 날아가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당에 대항한 민주당의 후예들은, 시민이 주인이 된 민주사회를 만든 덕분에 천지가 개벽한 듯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촛불시민들 덕분이었다. 




폭력에 저항한 사상 초유의 비폭력 평화운동이 이끌어낸 지구별의 기적 가운데서, 아내와 나는 독재자의 문화에 찌든 때를 아드리아해로부터 세탁(당)하고 있는 것이다. 세탁기의 마지막 공정.. 적당히 돌다가 좀 더 세차게 돌다가 쎄액 소리를 내며 음속으로 돌아가며 찌든 때를 빼고 물기까지 다 덜어내면 뽀송뽀송해지는 빨래처럼.. 그렇게 매일 아침을 바닷가에서 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과정이 한 번 두 번 여러 번 이어지면서 소년의 가슴을 혼탁하게 만들었던 세월들이 세재에 씻겨나가듯 말갛게 변해가는 것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야 돌아갈 수 있는 곳. 다행인지 육신은 고달팠지만 아드리아해에 발을 담그면서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마음이 오롯이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달님과 파도는 그 일을 위해 밤이 늦도록 바닷가 터를 부드럽게 고르고 아름다운 장식을 해 둔 것이다.




바닷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른 아침부터 바닷가를 걸으면서 가슴에서 들불처럼 일어나는 오염된 생각들의 출처는 어느 소년과 소녀가 자랐던 나라의 일이다. 일이었다. 그게 팔자려니 하고 그냥 묻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해야 보다 더 편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사춘기 이후 허구한 날 싸움질만 하며 살아왔던 것 같은 나날들.. 전혀 불필요해 보이는 일들이 내 조국에서 일어났던 것이며, 어린아이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긴 것이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두 갈래..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 바닷가로 떠났던 몸을 추슬러 다시 바를레타 시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길.. 그리고 나를 낳아주고 길렀으며 자랐던 나라에서 품게 된 마음을 돌이키는 것.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회한은 없다. 두 번 다시 회한을 남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 기록은 오늘 아침 하룻만에 일어난 일이다. 끝.



Ci sono due modi per tornare a casa: dopo essere usciti di casa la mattina presto, tornare al centro della città di Barletta. Non c'è rimpianto sulla strada di casa. Non dovrebbero esserci rimpianti. Questo disco è successo una mattina questa mattina. Fine.


il Mare adriatico e il ragazzo_Passeggiata sul mare
il 27 Sabato la mattina 2020, La Spiaggia della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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