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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28. 2020

몰페타 항구의 추억

#9 아내를 유혹한 아드리아해의 바닷가

우리가 잘 몰랐던 몰페타 항구..!!   


   서기 2020년 6월 15일 아침, 아내와 나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몰페타 항구 곁에서 잠시 망중한의 시간을 보냈다. 이른 아침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를 떠나 뿔리아 주의 주도 바리시의 항구를 둘러보고 천천히 북상하며 만난 항구도시였다. 이곳은 아내의 그림 선생님 루이지 라노떼(Luigi Lanotte)가 추천한 곳으로 아름다운 항구 도시라고 일러주었다. 따라서 그의 추천에 따라 뿔리아 주의 지도를 펴 놓고 눈팅을 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한 것이다. 



링크된 지도를 보면 우리가 이동한 동선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초행길의 고속화도로는 물론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하는 재미도 솔솔 했다. 바를레타에서 바리로 이동할 때는 고속화 도로를 이용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북상길에는 16번 국도(SS16)를 이용했다. 초행길이었지만 도로가 매우 단순하여 목적지 입간판을 보며 가속페달을 밟아도 길을 잃어버리거나 헤맬 이유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특히 북상길에 만난 국도변은 매우 아름다웠다. 마치 제주도의 일부를 떼어다 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에 해당하는 곳으로부터 장화 뒤축에 해당하는 곳의 해안선은 중북부와 달리 절벽과 바위들이 절묘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해안선은 우리나라의 동해를 닮은 듯 해변은 서해나 남해를 뒤섞어 둔 듯 파란 아드리아해와 너무 잘 어울렸다. 아내는 그런 바다를 볼 때마다 "너무 아름답다"며 생전 바다를 처음 보는 소녀 같은 표정을 짓곤 했다. 



우리가 이탈리아에 둥지를 튼 이후에도 바다를 볼 이유가 별로 없어서인지, 아니면 이탈리아 남부의 풍경을 볼 기회가 없었던 탓인지.. 지인의 추천대로 뿔리아 주의 바닷가 혹은 주 전체가 평소 우리가 알던 이탈리아 풍경과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은 큰 항구 도시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한 때 뿔리아 주는 동로마 지역 그리스나 중동 등지로부터 상인들이 로마로 향하던 길목이었다. 



이곳을 통해 나폴리로 이동하거나 로마로 이동하는 주요 교통로였다. 또 성지로 떠나던 순례행렬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 따라서 뿔리아 주의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항구도시는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규모도 세련되어있었다. 도시는 작으나 주요 도로는 바를레타에서 만난 풍경과 서로 다르지 않았다. 도시 중심부는 대리석으로 포장되었고 건축물은 매우 고풍스러우며 아름다웠다. 



특히 항구 입구를 수놓은 돌로 만든 성벽은 마치 조각품을 만들어 둔 듯 세련미와 함께 항구의 풍광을 아름답게 했다. 어디를 가든 돌로 세운 성당과 종탑이 우뚝 서있는 가운데 바닷가에는 요트들이 즐비했다. 이런 풍경들이 일찌감치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더라면 어쩌면 불필요해 보이는 인문학 여행 대신 이탈리아의 자연을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 했을 것 같다. 



우리는 귀한 시간을 쪼개어 먼 나라의 이탈리아로 떠날 때 제한된 공간에 머무는 게 익숙했다고나 할까. 물의 도시 베네치아, 밀라노 꼬모 호수, 친퀘 떼르레, 제노아, 피렌체, 피사, 아시시, 로마, 나폴리, 시칠리아 등등.. 주로 이탈리아 북부로부터 남부로 이어지는 지중해 주변이 주요 볼거리로 버킷리스트에 담지 않았던가. 



그런데 우리가 바를레타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정은 많이도 달라졌다.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있는 작은 도시 바를레타 만 해도 사시사철 지천에 볼거리가 넘쳐나는 것이다. 주로 자연의 풍경이자 우리 눈에 낯선 풍경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남미의 파타고니아에 미쳐 살았지만 이곳으로 거처를 옮긴 직후부터 파타고니아는 잠시 잊고 살 정도로 뿔리아 주의 자연경관은 뛰어났다. 



만약 내가 특정 여행사에서 일을 하는 가이드였다면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호객을 할지도 모를 정도로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들이 널려있는 것이다. 바리 항구를 둘러보고 북상길에 만난 몰풰따 항구도 그중 하나였다. 아침나절의 몰풰따 항구는 인적이 드물고 정중동의 풍경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이탈리아 뿔리아 주 바리현에 위치한 몰풰따는 2011년 12월 31일 기준 인구 6만 명이 조금 더 넘을 정도로 작은 도시였다. 


우리는 이곳에 주차를 해두고 몰풰따 항구를 바라보며 적지않은 시간을 보냈다. 그늘 아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안드리아-트라니도(Provincia di Barletta-Andria-Trani)의 경계 지점에 위치한 몰풰따는 안드리아에서 27km, 바를레타에서 31km, 바리에서 34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바를레타에서 불과 20분도 채 안 되는 지근거리에 작고 아름다운 항구들이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옛날의 영화를 그리워하고 있는 모습들.. 



현대에 들어서 사람들은 주로 비행기를 이용하여 그리스 등지로 떠나므로 바리 항구도 예전의 명성에 비해 쇠퇴의 길로 들어선 풍경이었다. 따라서 주변에 있는 항구들은 개점휴업을 한 듯 파리만 날리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구 주변의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날 초행길의 우리는 바쁜 가운데 주로 바닷가와 항구를 둘러보는데 그쳤지만, 집으로 돌아온 이후 아내와 함께 벼르고 있는 장소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자연경관이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은 어디를 가나 잘 정리 정돈된 모습이었고, 그 곁에 숨죽이고 살아가고 있던 풀꽃들은 아드리아 해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활짝 웃고 있는 곳.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보다 더 젊은 어느 날 이곳으로 여행을 떠났다면.. 우리의 삶은 또 다른 장면을 연출했을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 전역을 남부부터 북부까지 차근차근히 돌아보는 것. 피렌체의 한 어학당에서 만난 젊은 선생님 한 분은 어느날 내게 이렇게 질문했다.


-이탈리아서 살게 되면 맨 먼저 하고 싶은 게 무엇이죠?

-이탈리아 남부부터 북부까지 두루 여행하고 싶습니다.


그땐 그저 막연하게 대답했지만, 그게 어느 날 불쑥 고개를 내민 게 아니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었던 일을 차근차근히 실행에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담한 몰풰따 항구를 다녀온 지 어느덧 10여 일이 훌쩍 지났다. 하룻밤만 지나도 시간은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그 시간들은 다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Non può essere, ma ... Se dovessimo viaggiare qui un giorno in meno, le nostre vite potrebbero aver creato un'altra scena. Fare un passo avanti e indietro in tutta Italia dal sud al nord. Un giorno..un giovane insegnante che ho incontrato in una scuola di lingue a Firenze mi ha chiesto questo.


-Cosa vuoi fare prima quando vivi in Italia?

-Voglio viaggiare dal sud Italia al nord Italia.


A quel tempo, ho appena risposto vagamente, ma non era la mia testa quel giorno. Ogni volta che lo facevamo, prendevamo lentamente provvedimenti per fare ciò che volevamo fare prima di morire. Sono trascorsi circa 10 giorni da quando ho visitato il piccolo porto di Molfetta. Anche dopo una notte, il tempo si sta allontanando da noi, e quei tempi vengono avvolti nel nome dei ricordi.


la Memoria del porto di Molfetta_il Nostro Viaggio
il 28 Giugno 2020, Citta' di Molf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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