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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31. 2019

돼지비계 라르도의 화려한 변신

#18_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돼지비계, 즉 돼지의 지방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돼지의 지방은 우리 몸에 매우 유익한 식품


미리 결론을 들여다보면 돼지의 지방은 우리 몸에 매우 유익한 식품이라는데 쉽게 동의한다. 매우 특별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글을 시작한다. 건강 장수 국가로 알려진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 중에 돼지의 지방 부위를 이용한 라르도(Il lardo di Colonnata_아래 자료 참조)가 있다. 라르도는 돼지의 등 쪽 지방을 잘 잘라낸 다음 대리석으로 만든 관속에 넣고 여러 향신초와 소금으로 염장한 후 일정한 숙성 기간이 지나면 식탁에 오르게 되는 매우 귀한 음식이다. 나는 운 좋게도 이 같은 방법으로 라르도를 만드는 과정 전부를 요리학교 현장학습을 통해 알게 됐다. 참으로 놀라운 발견이었다. 


한국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돼지고기 지방 부위라면 손사래를 칠 정도로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되는 식품 정도로 여김을 당했다. 돼지의 지방이 몸에 흡수되면 건강에 매우 악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미디어들이 앞다투어 보도했다. 이 같은 학습 등에 따라 돼지의 삼겹살 조차 기름을 쏙 뺀 채 먹게 되고, 식당의 요리에서 조차 돼지지방 대신 식용유를  주로 사용하게 된 것. 내게 매우 특별했던 라르도의 생산 현장을 먼저 둘러본다.




#창밖에 나타난 빠르꼬 알삐 아푸아네 전경


글쓴이가 몸 담았던 요리학교(ALMA la scuola Internazionale di cucina italiana)의 강점 주에 하나는 현장학습을 통한 이탈리아 음식의 이해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특산물 등을 통해 이탈리아 음식문화를 이해하게 되는 것. 우리가 흔히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란 말을 사용할 때 '골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뜻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 또 이 같은 행위가 일어난 이후에는 백견이 불여일행(百見而不如一行)이랄까. 실천이 없다면 보고 듣는 일이 다 무슨 소용이랴..



3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간 세월 넘어 당시의 기억을 또렷이 기억해 낼 수 있는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어느덧 4년 전의 일이다. 우리는 아침 일찍 요리학교가 위치한 렛지아 디 꼴로르노 앞에서 미니버스에 몸을 싣고 토스카나 주 최북단 빠르꼬 알삐 아뿌아네(Parco Alpi Apuane)로 향했다. 이곳은 르네상스를 일군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 등 조각가들의 작품에 쓰인 대리석 원산지로 알려진 곳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대리석을 채굴했던지 멀리서 보면 산꼭대기 혹은 중턱이 마치 눈을 머리에 하얗게 인 알프스를 연상케 한다. 곳곳에 스키장이 널린 듯한 풍경을 자아내는 곳. 그래서일까. 이곳의 산군에는 알프스 산맥의 이름을 딴 알삐 알뿌네(Le Alpi Apuane)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해발 1,946m에 이르는 이 산은 이탈리아 북부의 척추를 이루고 있는 아뻰니니 산맥(Gli Appennini)의 일부이며, 이곳에서 가까운 산아래 꼴론나따(Colonnata) 지역에서 우리가 잘 모르거나 글쓴이는 전혀 모르고 살았던 라르도가 생산되고 있었던 것이다. 




#라르도 생산 현장에서 만난 첫인상_La Bottega Di Adó - Lardo di Colonnata


우리 일행이 둘러볼 라르도 생산 현장(링크)은 이탈리아를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둘러볼 수 있도록 편리하게 만들어진 곳. 현장 입구에는 이곳에서 생산된 각종 라르도는 물론 살루메, 빤체타, 라르도 크레마 등을 공장도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관 입구에서 마주친 흉상에서 고집스러운 한 노인의 표정을 만나게 됐다. 



이분이 130년 전부터 이곳에서 라르도를 생산해 온 아도 장인(La Bottega Di Adó)의 모습. 무엇이든 무슨 일이든 꾸준하고 끈질긴 면이 부족하면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일까. 이날 우리가 만난 건 비단 라르도 뿐만 아니었다. 여러 제품의 공정을 둘러보면서 갖추어둔 시설에 감탄을 하게 됐고, 치밀함에 놀랐으며, 생산현장이 너무 깨끗해서 괜히 부럽기도 했다.



돼지비계 라르도의 화려한 변신

#18_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일행은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마침내 라르도 생산 현장을 둘러볼 차례가 됐다. 그동안 빤체타며 살루메 등을 만드는 공정을 둘러본 후 지하에서 숙성 보관되고 있었던 라르도를 만나게 된 것. 이 회사의 한 책임자는 입이 마르도록 당신의 제품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돼지비계가 새로운 모습으로 화려하게 변신을 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그녀의 칭찬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으며 속으로 즈윽이 놀라고 있는 것. 라르도에 대한 이야기는 담당 교수 파비오(Fabio)로부터 이미 전해 듣긴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본 라르도 생산 공정은 라르도가 그냥 유명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라르도의 변신을 가능케 한 숙성 장면을 살펴보도록 한다.



#특별했던 라르도의 숙성 과정


 위 자료 사진을 살펴보면 굵은소금(Sale grosso) 사이로 파릇한 빛깔과 거뭇한 점들이 무수히 박힌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 숙성 단계에서 로즈마리노(Il rosmarino)와 소금 후추 등 향신초를 가미한 모습이다. 이런 과정은 돼지비계를 잘 손질하는 과정을 거친 후 두 번의 숙성 과정을 거쳐 변신을 거듭하게 된다. 그 모습은 아래와 같다.


사진(왼쪽)의 라르도 생산 현장의 책임자가 라르도의 숙성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라르도가 숙성될 대리석 관이 줄을 지어선 모습이 뒤로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염장 과정을 거친 라르도가 긴 시간 숙성을 위해 만들어진 대리석 관의 내부 모습이다. 앞서 설명한 바 이 대리석들은 알삐 알뿌아네(Le Alpi Apuane)에서 채굴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을 이용해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예술작품을 만들었다면, 아도 장인은 대리석을 이용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라르도를 만든 것. 르네상스의 유산을 만난 듯 특별한 감흥이 일어났다. 났었다.


사진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라르도를 대리석관 아래에 깔고 소금 등으로 빈틈없이 라르도를 덮은 후 숙성과정에 들어가는 것. 두 번째 숙성 과정의 모습이며 첫 번째 염장 과정은 아래와 같다.


대리석관 속에 빼곡하게 채워둔 돼지비계는 숙성 과정을 거치기 전에 먼저 염장 과정에 들어간다. 적당한 염도(라르도 맛의 비밀)로 맞추어진 소금물 속에서 대략 3개월 동안 염장 과정을 거친 후 숙성 과정을 거치는데 전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게 책임자의 설명이었다. 맞은편에 서 있는 사람이 이탈리아 요리 역사를 가르치는 요리학교 알마의 파비오 교수. 지하 복도에는 출하를 기다리는 라르도 석관이 길게 줄지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차분한 숙성 과정을 거친 돼지비계는 우리나라의 시루떡 크기보다 조금 더 크게 재가공되는 한편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라르도라는 이름으로 화려한 변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라르도의 맛과 영양은 어떨까..




#꼴로르노의 한 유명 리스또란데에서 만난 돼지비계 라르도의 화려한 변신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된장찌개와 김치에 길들여진 한 꼬레아노 앞에 차려진 음식들은 생전 듣보잡이었다. 작은 빵조각 위에 하늘거리는 듯 얇게 저며진 라르도가 식욕을 자극하고 있는 것. 라르도의 화려한 변신 현장이었다. 우리가 언제부터인가 회피하고 있었던 돼지비계가 최고급 음식으로 변신을 거듭한 곳. 


소금 간을 하지 않은 빵조각 위에 얹힌 라르도의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확 퍼지며 살살 녹은 것은 잠시 후였다.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배부르게 먹어본 음식이 라르도와 살루메였다. 라르도는 대리석 채굴 현장 노동자들이 빵에 넣어 먹으며 주린 배를 채워주던 음식이었다는데, 이걸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낸 이탈리아인들의 모습에 부러움이 엄습한 것이다. 



이렇게 맛본 라르도는 DOP(Denominazione di Origine Protetta) 혹은 IGP(Indicazione Geografica Protetta)로 분류되어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는 것.  식품의 품질 등급에 매겨지는 용어인 DOP와 IGP는 약간의 차이(또는 큰 차이)가 있긴 하다. 우수한 품질의 식품에 붙여지는 DOP를 취득하려면 전통 방식의 원재료를 현지에서 재배하고 수확하여 전통 방식대로 가공하고 포장해야 한다. 


하나의 식품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이 관련 법이 지정한 까다로운 방식 모두를 만족시켜야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 등을 거친 제품에만 DOP 상표를 붙일 수 있는 것. 반면에 IGP는 이 과정 중 하나의 과정만 충족시키면 되므로 DOP 상표가 보다 더 전통방식을 따른 훌륭한 제품이란 걸 알 수 있다. 




#돼지비계에 숨겨진 맛과 영양의 비밀


글을 작성하는 동안 줄곧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게 돼지비계의 맛과 영양이었다. 오래전 글쓴이의 집 근처 중국집(우리나라 짜장면집)에서 우연히 주방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곳 화덕에서 돼지비계로 만든 기름으로 각종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짜장면의 짜장(춘장)을 볶을 때도 야채나 고기를 볶을 때 등 이탈리아인들이 음식을 만들 때 거의 빼놓지 않고 사용하는 올리브유와 같은 쓰임새였다고나 할까. 


돼지비계를 뜨겁게 달군 팬 위에 볶으면 맑은 기름을 얻게 되는데 이것을 응고시킨 후 요리에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이런 방법은 잔치집이나 시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때 먹었던 짜장면이나 빈대떡 등의 고소한 맛을 기억한다면, 그냥 식용유로 만든 음식들의 맛이 왜 밋밋한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맛을 내기 위해 각종 조미료가 투입된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생각된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돼지비계는 우리 몸에 매우 유익한 영양 성분을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과학자들이 선정(BBC 보도)한 최고의 식품에 돼지비계가 8위로 올라서 있는 것. 과학자들이 돼지비계를 최고의 식품으로 선정한 이유는 올리브유에 포함돼 있는 올레산과 비타민B 및 오메가_3이 풍부하기 때문이란다. 


올레산은 불포화 지방산으로 혈관을 튼튼하게 해 주며 각종 성인병을 예방해 준단다. 뿐만 아니라 이를 섭취하면 체내에서 항산화 작용을 해 매끈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기도 한다는 것.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무엇이든 지나치면 아니한 만 못한 것. 과학자들은 돼지비계의 과도한 섭취는 비만과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돼지비계로 만든 라르도가 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계가 많이 섞인 돼지고기 앞다리살로 만든 김치찌개가 나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도 포함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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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Aprile 2016 ALMA 17^ Edizi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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