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끼적거린 전래동요 해야해야 나오너라
그 바닷가에 서면 시간 저편 까마득한 추억이 고개를 삐죽 내민다.
해야해야 나오너라
빨리빨리 나오너라
쪼그맣게 쫄아들은
귀연고추 더커지게
해야해야 나오너라
해야해야 나오너라
물밖에서 놀고있는
우리수니 눈커진다
해야해야 나오너라
해야해야 나오너라
엄마아빠 기다린다
빨리커져 집에가게
해야해야 나오너라
해야해야 나오너라
그 바닷가에 서면 우리 전래동요 '해야해야 나오너라'가 절로 떠오르며 입가에 미소가 씩 번지게 된다. 유년기의 내 모습이 전래동요 속에 오롯이 묻어 수채물감처럼 가슴을 적시는 것이다. 나의 유년기 버전으로 바꾸어 본 조금은 발칙한 노래.. 동무(친구)들과 산골짜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놀이를 하다가 추워지면 바위서렁에 올라 자라처럼 몸을 데운다.
그땐 수영복도 없던 시절이었지. 집에서 골짜기까지 걸어가면 온 몸이 불덩이처럼 달궈지고.. 물 만난 아이들은 곁에 수니 여니 있거나 말거나 훌러덩훌러덩 풍덩 첨벙첨벙.. 수니와 여니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가득한데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수니도 여니도 훌러덩훌러덩 풍덩 첨벙첨벙..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 웬 말이냐 시원하면 장땡이지.. 일생에 딱 한 번 주어지는 에덴동산의 풍경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농산물.. 번데기 시절 모르고 세월을 보내다 보면, 아담과 이브처럼 낙원에서 추방되고 땅의 소산물을 취하기 위해 노동을 해야 했던가.
그게 언제였던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동산. 배암이 유혹질만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운명이라는 시나리오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야. 그 넘의 배암이 "조거 따 먹어 봐라"라고 꼬드기지 않아도, 언제부터인가 수니도 여니도 배가 불렀어. 젖 가리개도 없었던 시절의 계집아이들이 물장구치며 놀던 아이들과 한 지붕 아래서 살고 있는 거야.
해야해야 나오너라
빨리빨리 나오너라
쪼그맣게 쫄아들은
귀연고추 더커지게
해야해야 나오너라
해야해야 나오너라
물밖에서 놀고있는
우리수니 눈커진다
해야해야 나오너라
해야해야 나오너라
엄마아빠 기다린다
빨리커져 집에가게
해야해야 나오너라
해야해야 나오너라
그 아이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할꼬..
그 바닷가에 서면 시간 저편 까마득한 추억이 고개를 삐죽 내민다.
서기 2020년 7월 2일 오전 5시 30분경,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에는 비치파라솔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드리아해 곁에서 가지런히 가지런히 줄지어 서서 해야해야 나오너라 해야해야 나오너라..
해가 나왔다.
붉디붉은 해가 솟았다.
해야해야 나오너라
빨리빨리 나오너라
쪼그맣게 쫄아들은
귀연고추 더커지게
해야해야 나오너라
해야해야 나오너라
물밖에서 놀고있는
우리수니 눈커진다
해야해야 나오너라
해야해야 나오너라
엄마아빠 기다린다
빨리커져 집에가게
해야해야 나오너라
해야해야 나오너라
우리가 사는 이곳은 7월에 접어들면서부터 머리 위로 땡볕이 쏟아진다. 조금 전 그림 수업을 끝마치고 돌아온 하니는 당장 수영복을 사러 가자고 졸라댄다. 이탈리아 남부에 바캉스 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바닷가 아침산책을 나간 이날 아침은 하니가 파마를 하러 가는 날. 하니는 꽃단장을 한 신부의 차림으로 바닷가로 떠나고 싶은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나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런 노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겠지..
해야해야 나오너라
빨리빨리 나오너라
쪼그맣게 쫄아들은
귀연고추 더커지게
해야해야 나오너라
해야해야 나오너라
물밖에서 놀고있는
우리수니 눈커진다
해야해야 나오너라
해야해야 나오너라
엄마아빠 기다린다
빨리커져 집에가게
해야해야 나오너라
해야해야 나오너라
Ombrelloni da spiaggia della Citta' di Barletta
il 02 Luglio 2020, La mattina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