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아내를 유혹한 아드리아해의 바닷가
거대한 갤러리로 변한 아드리아해의 바닷가..!!
밤마다 아드리아해는 꿈을 꾼다. 그 바닷가에서 한 농부를 만나는 일이다. 그는 바다가 태초부터 퍼 나른 모래를 한 올 한 조각씩 모아 그림을 그린다. 아드리아해가 꿈꾼 그림.. 도무지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지만 형체 만으로 짐작이 간다. 바다는 한 농부의 가슴에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선물했다. 깊고 부드러우며 단순하고 세상 아무 거나 다 수용할 수 있는 너그러운 선율이 그로부터 발현되는 것이다. 그가 그린 그림을 추상화라 불렀지만 그 속에 아드리아해와 농부의 사랑이 깃들었네.. 밤마다 아드리아해는 꿈을 꾸고 아침이 되면 농부는 그의 사랑을 바닷가에 그리기 시작한다.
트랙터가 그린 추상화
서기 2020년 7월 13일 아침,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해변에 날이 밝았다. 아침 산책에 발길을 붙드는 아름다운 풍경들. 매일 아무 때나 만나는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감흥을 선물한다. 매일 아침 화장을 고치고 나를 만난다.
그 바닷가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들이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무슨 꿈을 꾸고 살아가는 것일까..
멀리서 트랙터의 굉음이 들려오는 가운데 한 농부가 지나간 자리에 선명한 바퀴 자국이 남았다.
바퀴 자국은 선명하지만 당신이 지나간 자리엔 곱디 고운 분가루가 아침햇살을 맞이하고 있다.
오래 전의 일이다. 학교에서 돌아와 조용해진 안방 문을 열면 그곳에 누이가 엄마와 함께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토닥토닥 얼굴에 분을 바르는 모습과 함께 방문을 열면 분 냄새가 코를 찔렀다.
농부가 그린 그림 속에 분가루를 담은 분통의 모습이 오롯이 남아있다. 바닷가에 남긴 분은 곧 해님의 코를 자극할 것이며 그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달님이 분통을 열어 토닥토닥 화장을 고치겠지..
거울 앞에서 화장을 고치던 어머니와 누이..
토닥토닥 분을 바르시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사랑을 꿈꾸었을까..
농부는 저만치서 트랙터를 몰고 다니더니 이번에는 내 앞으로 지나친다.
매일 아침 일상이 된 농부의 그림 그리기..
하니의 그림 선생님은 피렌체로 출장을 떠나 한 여인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다. 그곳은 우리가 만났던 삐앗싸 데이 치옴피(Piazza dei Ciompi).. 한 예술가가 청춘을 바친 곳이자 몽유병자처럼 다시 찾는 곳. 그는 피렌체서 초상화를 그리고 그가 태어난 바닷가에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추상화가 그려지고 있다.
깊고 부드러우며 단순하고 세상 아무 거나 다 수용할 수 있는 너그러운 선율..
아침 산책을 하다 말고 거대한 갤러리 곁에서 어머니와 누이 그리고 한 예술가와 하니를 떠올렸다.
Astrazione disegnata dal trattore
il 14 Luglio 2020,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