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흐릴수록 마음은 분주하다. 해가 멀어지고 구름이 가득 차면 빛의 행방은 묘연해지는 것이다. 이때부터 나를 제대로 보고, 나의 모습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진다. 누군가 말했던, 어둡고 흐린 날이란 내가 그 대상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는 실전이다.
빛이 없는 순간을 걸을 때도 빛이 사라졌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여러 군데에서 제 모습을 감춘 것뿐이다. 당신의 시간에 맞춰서 등장하기 위한 계획이다. 점점 세상은 빛이 어디서 왔는지 보단 빛이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는지에 혈안이 되어 있다. 지는 빛도 탐구해야 한다. 나의 빛이 어디서 태어났고 그 사랑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삶은 더 빨리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기에 적합하다. 매일매일 볼 수 있는 것들을 내 곁에 두기 위해서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것들을 대신 희생한다. 때로는 나 없는 관계에 의해 물살처럼, 때로는 나 없는 사랑에 의해 폭포처럼 치닫는다. 그 모든 일든은 가볍게 보이나 거미줄처럼 엉켜 홀가분하기가 힘들다. 그러니 믿음 없이 변화만 들고서는 다시 나로 돌아가기도 어렵다.
원래 나의 것이 아닌 것들은 살살 사랑해야 한다. 내가 다루지 못하는, 나의 것들이란 슬픔이 슬픔인지 모르게 기쁨이 기쁨인지 분간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바람이 불 때 아프고 파도가 칠 때 쓰라리지 못해 덧이 난다. 어쩌면 무엇에 의해서 슬프고 기쁜지 무엇을 위해서 기쁘고 슬픈지 순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병이다. 정리와 끝이 없으면, 설령 왜 내가 아픈지는 알아도 내가 어떤 표정인지는 영영 모르게 가로막는다.
원래 내 것이 아닌 마음을 자리에 두고 간다는 것이 왜 이리 힘든 일인가. 결국 우리는 영원을 다 모르고 다 알게 된다. 시간을 맞추고 잠들더라도, 사랑의 시차는 한발 늦어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