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상하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Inflation Reduction Act 2022)'에 서명했다. 그는 이 법안을 두고 미국 가정에 번영과 진보를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안을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은 물론 재계와 학계 등에서 법안의 효과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법안 통과에 전원 찬성한 미국 민주당은 이 법안이 실행되면 재정 적자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공화당은 이 법안은 증세만 할 뿐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와 별개로 이 법안에 직격탄을 맞은 나라가 한국이다. 인플레감축법은 사실 그 이름과 달리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내용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고,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한국의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에서 전기차를 조립해야 하고, 내년 이후에는 미국 내 생산 조건 이외에 북미 지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한 광물과 가공된 배터리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이에 북미에서 전기차 생산이 전혀 없는 현대기아차는 당장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소재에 해당되는 희귀 광물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할 뿐 아니라, 전기차 일부 부품도 중국으로부터 수입한다. 앞으로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전기차 배터리의 원자재나 부품에 해당되는 것들을 중국 아닌 국가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중국산이 아닌 국가로부터 광물 자원을 발굴하고 수입하는 것부터 난제다.
나아가 한국의 반도체 역시 전망이 불분명하다. 인플레감축 법안처럼 반도체 역시 미국에 공장을 짓게 된 이후에 다른 조항을 넣어서 세금 혜택에서 제외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지원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바이든 정부의 취지에 맞게 삼성전자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의 배터리 업계도 북미 지역에 2025년까지 배터리 공장을 대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다. 이처럼 협조하는 상황에서 인플레감축법은 한국 측이 뒤통수를 맞은 것과 같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이에 지난 9월 21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의한 한국 기업의 피해를 호소하는 것 뿐 아니라, 이 법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미국 내에서 쟁점을 만들겠다는 뉴스까지 보도되었다.
이처럼 미국이 반도체와 전기차 부분에서 중국을 배제한 것은 국가안보 측면이 경제적 요소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 제품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FTA 자유 무역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미국 우선주의'라는 노선을 중심으로 편파적인 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한국 정부 역시 경제 논리 이외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다행인 것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해 시정 요구를 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일본도 문제제기를 공식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9월 5일자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돔브로우스키스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차별 가능성”에 대해 지적하고 미국정부에 항의했으며. 주미 일본대사관 대변인도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세계무역기구 규범에 부합하는지 의문스럽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유럽연합(EU) 및 일본과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민관 합동 대응반을 구성해 미국 행정부 등을 대상으로 협의를 적극 전개하여 해결책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같은 처지의 국가들과 ‘연합’하는 공동전선을 만들어서 대응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가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유럽연합(EU) 및 일본과의 연합공조’를 이루는 방법이다. 이는 관계적 활동의 원리와 관련된다. 요컨대, 국가들이 각자의 욕구 충족을 위해 개체의 특징을 넘어서는 일종의 ‘연합환경’을 구성함을 뜻한다. 이는 개체상호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한국, 유럽, 일본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의 양립 불가능하고대립하는 세력 사이에서 발생하는 관계 문제를 새로운 연합 환경을 구성하는, 즉 구조의 발명이라는 인식 전환을 통해 해결하면서 가야 한다.
말하자면 연합구조와 같은 상호협력적 공존 관계는 기존 시스템 내부에 존재하는 적대적인 세력들의 관계 문제를 해결하려는 내적 필연성에 따라 전개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때 주체가 대상들의 긴장 관계를 조정하면서 공존을 위해 새로운 구조(차원)로 연결시키는 관계 인식이 변환적 사고이다. 변환적 사고가 추구하는 관계인식은 서로 모순 관계에 있는 힘들을 억지로 합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상반된 힘들이 따로따로 독립성을 갖는 것을 인정하면서 네트워크로 연결되도록 하는 연속적인 체계를 지향하는 것이 변환적 사고이다. 요컨대, 변환적 사고는 '불연속성의 연속성'을 인식한다.
변환적 사고는 이처럼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스스로 변화시키는 자발적 사고 역량과 관련된다. 이것은 적대적인 것들 사이에서 공존을 하기 위한 새로운 구조화이며, 불균등한 요소들의 긴장관계에 있는 내적인 문제 상황 속에서 긴장 관계를 양립가능하게 하도록 한다. 요컨대, '따로국밥'처럼 분열된 갈등을 연결하여 전체적으로 일치성을 가진 새로운 구조를 발견하는 것이 변환적 사고이다. 이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의 형태를 변경하는 사고력과 관련된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단락에서 논의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