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아니 아내가 임신을 한 순간부터,
나는 자동으로 ‘아빠’라는 포지션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축구처럼 전술 설명도, 포지션 훈련도,
심지어 경기 감각을 익힐 연습경기 조차 없었다.
첫 경기부터 풀타임이었다.
그리고 그라운드 위에선
‘이젠 당신이 수비 마지막 라인이에요’라고 하는듯
모든 책임이 나에게로 몰려왔다.
‘아빠’라는 포지션은 생각보다 굉장히 넓었다.
경제적인 수비부터 정서적인 미드필더,
육아 현장의 공격수까지
모든 포지션을 동시에 소화해야 했다.
경기장에서는 동료와 눈빛만 맞아도 패스가 오가지만,
육아 리그에서는 눈빛만으로는
서로의 피로와 불안을 읽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더 자주 이야기 하려 한다.
‘오늘은 어떤 플레이가 제일 힘들었어?‘
‘지금 어디가 가장 힘들어?’
축구에선 전반전이 끝나면
하프타임이 찾아오지만,
육아에는 그 하프타임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틈틈히 숨을 고를 시간을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했다.
아빠라는 자리의 무게는,
단순히 ‘지킨다’라는 책임에서만 오는 게 아니었다.
그 무게는,
내가 그라운드 안과 밖 모두에서
팀의 일원으로 뛴다는 사실에서 왔다.
아빠라는 또는 엄마라는 포지션을 배정받은 모든 선수들에게
경기 감각이 없다고 해서
스스로를 벤치로 내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이미 그라운드 위에 있습니다.
중요한 건 완벽한 플레이가 아니라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뛰는 발걸음입니다.
그게 팀을 지키는 가장 큰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