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늘, 몇 번이나 자신을 의심했나요?
아침에 거울을 보며 한 번,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한 번,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또 한 번. 하루에도 수십 번,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그 질문들 앞에서 마음이 흔들립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무너지기도 하고, 작은 실수에도 하루 종일 자책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시합을 치르며 살아갑니다.
홈 플레이트, 그 특별한 자리
야구장에서 가장 특별한 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홈 플레이트입니다.
모든 득점이 시작되는 곳이자, 모든 득점이 완성되는 곳. 타자가 공을 치기 위해 서는 곳이자, 주자가 마지막에 도달해야 하는 곳.
그 자리에 서면 모든 시선이 집중됩니다. 심판의 날카로운 판정, 관중의 뜨거운 함성, 팀원들의 간절한 기대. 그 모든 것들이 홈 플레이트 위의 한 사람에게 쏟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습니다. 포수입니다. 온갖 압박과 긴장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
우리의 삶도 그와 같습니다. 매 순간 누군가의 시선과 기대 앞에 서야 하고, 때로는 가혹한 판정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만의 홈 플레이트를 지켜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존감입니다.
내가 무너졌던 날들
고백하자면, 나 역시 한때는 자존감이 바닥을 쳤습니다.
'좋은 코치'가 되고 싶었지만 아이들 앞에서 무력함을 느꼈던 날들, '좋은 사업가'가 되고 싶었지만 실패를 거듭했던 시간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지만 가족들에게 실망만 안겨준 것 같았던 순간들.
그때의 나는 마치 홈 플레이트를 잃어버린 선수 같았습니다. 어디에 서야 할지 모르겠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내가 누구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일까?'
그 질문 앞에서 수없이 흔들렸습니다.
자존감은 기술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자존감은 타고나는 기질이 아니라,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마치 야구 선수가 반복 연습을 통해 실력을 늘려가듯이, 우리도 연습을 통해 자존감을 키워갈 수 있다는 것을.
홈 플레이트를 지키는 법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서야 하는지, 어떻게 집중해야 하는지, 어떻게 압박을 견뎌내야 하는지. 모든 것이 경험과 연습을 통해 늘어갑니다.
자존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지키는 방법,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을 만드는 방법,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방법.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충분히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흔들려도 괜찮다
이 책을 쓰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의심이 들 때도 있고, 불안할 때도 있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흔들리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중요한 건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찾을 수 있는 힘,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자존감이란 완벽한 상태가 아닙니다.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단단한 것도 아닙니다.
자존감은 바람에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는 나무 같은 것입니다. 유연하면서도 뿌리가 깊고, 폭풍이 지나가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힘입니다.
함께 걷는 여정
이 책은 완성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 역시 지금도 '마음의 홈 플레이트'에서 연습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실수하고,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면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들이 있습니다. 나를 지키는 작은 기술들, 마음의 중심을 되찾는 방법들, 다시 일어서는 힘을 기르는 연습들.
야구라는 익숙한 언어로,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그 기술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혹시 지금 당신이 혼자라고 느끼고 계신다면, 이 페이지들이 작은 안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만 흔들리는 게 아닙니다. 당신만 의심하며 사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홈 플레이트에서 각자의 시합을 치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홈런을 치는 날도 있고, 때로는 삼진을 당하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 다음 타석을 준비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만의 홈 플레이트를 지켜내는 것입니다.
마음의 홈 플레이트로
이제, 함께 마음의 홈 플레이트로 걸어가보겠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나를 지키는 연습을 할 것입니다.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찾는 연습,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연습,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경기를 치르는 연습을.
그 연습들이 쌓여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존감은 기술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배울 수 있습니다. 함께라면 더욱 잘 배울 수 있습니다.
오늘도 홈 플레이트에서, 마음을 지키는 연습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윤창식
그린라이트야구캠프에서, 따뜻한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