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두려움

편안함의 족쇄

by 윤숨

12장. 변화의 두려움 - 편안함의 족쇄

7년째 같은 길

오늘도 똑같다.

7시 15분 기상. 7시 45분 집 출발. 8시 12분 지하철 2호선. 8시 47분 회사 도착.

7년째 같은 루틴이다.

오늘 아침, 공사 때문에 역 출구가 막혔다. 반대편 출구로 나가야 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쪽으로 가면 회사까지 몇 분이지?' '혹시 늦으면 어떡하지?'

고작 출구 하나 바뀐 것뿐인데 불안했다.

결국 5분 일찍 도착했다. 반대편 길이 더 가까웠던 거다.

7년 동안 몰랐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하지만 나는 그 변화를 거부하며 같은 길만 걸어왔다.

이직 제안의 무게

"우리 회사로 오지 않을래?"

대학 동기의 제안이다. 스타트업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연봉은 비슷한데, 스톡옵션이 있어." "분위기도 자유롭고 재택근무도 가능해."

솔깃했다. 하지만...

"생각해볼게."

그렇게 답하고 한 달이 지났다. 아직도 답을 못 했다.

무서운 거다.

지금 회사는 편하다. 하는 일도 익숙하고, 사람들도 알만큼 알고. 새로운 곳은? 모든 게 불확실하다.

'안정적인 불행'과 '불확실한 가능성' 중에서 나는 전자를 선택하고 있다.

카뮈가 떠올랐다.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

자유는 선택이고, 선택은 책임이다. 그 책임이 무서워서 우리는 종종 감옥을 선택한다.

헤어스타일의 10년

"손님, 늘 하시던 대로 할까요?"

미용실 원장님의 질문.

"네, 늘 하던 대로요."

거울을 봤다. 10년째 같은 헤어스타일이다.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앞머리 5:5 가르마, 옆머리는 짧게, 뒷머리는 자연스럽게.

"한번 바꿔보시는 것도..."

원장님의 조심스러운 제안.

"아니에요. 이게 편해요."

편하다. 그 단어가 내 인생을 지배한다.

집 근처 편의점도 10년째 같은 곳. 점심 메뉴도 월화수목금 정해져 있고. 주말 루틴도 늘 똑같다.

변화가 없으니 실패도 없다. 하지만 성장도 없다.

새로운 취미의 좌절

"기타 배워볼래?"

친구의 제안에 충동적으로 기타를 샀다.

첫 주: 열정적으로 연습. 손가락이 아파도 참았다. 둘째 주: 코드 잡기가 어려워 짜증이 났다. 셋째 주: "나중에 시간 나면..." 하고 구석에 세워뒀다.

6개월째 먼지만 쌓여있다.

포기한 취미들:

수영 (2개월)

요가 (3주)

프랑스어 (1개월)

그림 그리기 (2주)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왜일까?

새로운 것을 배우려면 '못하는 나'를 인정해야 한다. 초보자가 되어야 한다. 그게 불편한 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우리는 행동을 통해 덕을 얻는다."

반복을 통해 습득하는 것. 하지만 그 과정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다.

혼자 여행의 기회

"이번 휴가 때 혼자 여행 가보는 거 어때?"

작년부터 생각만 하던 혼자 여행.

항공권 검색까지 했다. 숙소도 알아봤다. 하지만...

'혼자 밥 먹기 어색하지 않을까?' '길을 잃으면 어떡하지?' '심심하지 않을까?'

결국 올해도 집에서 넷플릭스를 봤다.

혼자 여행 간 친구의 인스타를 봤다.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부러웠다. 하지만 여전히 무섭다.

새로운 경험이 주는 불확실성보다 익숙한 일상의 지루함이 더 편하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가 떠올랐다.

"인간은 자신이 아닌 것이 되기를 두려워한다."

변화는 곧 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것. 그래서 두려운가 보다.

새벽 산책로의 발견

불면증이 심해져서 시작한 새벽 산책.

처음엔 늘 같은 코스였다. 집 - 공원 - 편의점 - 집.

어느 날, 모험을 했다. 왼쪽 골목으로 꺾었다.

작은 빵집을 발견했다. 새벽 4시부터 빵을 굽는다. 주인 할머니와 인사를 나눴다.

다음 날은 오른쪽 길로 갔다. 24시간 책방이 있었다. 불면증으로 책 읽는 사람들이 있었다.

같은 동네에 7년을 살면서 몰랐던 공간들.

작은 변화가 가져온 큰 발견이었다.

니체가 말했다.

"네가 오래 보는 심연은 너를 들여다본다."

같은 것만 보면 같은 사람이 된다. 다른 것을 봐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변화의 첫걸음

오늘, 작은 결심을 했다.

내일 다른 길로 출근하기

점심에 안 먹어본 메뉴 시도하기

퇴근 후 한 정거장 일찍 내려 걸어가기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하지만 시작이다.

라오쯔가 말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그 한 걸음이 제일 무겁다. 하지만 그 한 걸음을 떼면 두 번째는 조금 쉬워진다.

변화는 거창한 혁명이 아니다. 작은 일탈의 축적이다.

새로운 아침

내일은 7시 10분에 일어나보려 한다.

5분의 변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무 일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5분이 또 다른 5분을 부를지도 모른다.

편안함은 달콤하다. 하지만 그 달콤함이 때로는 독이 된다.

우리를 녹슬게 하고, 무디게 하고, 결국 갇히게 한다.

파스칼이 말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갈대는 바람에 흔들린다. 부러지지 않으려면.

나도 흔들려야 한다. 변화의 바람에.

두렵지만, 그래서 더 살아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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