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득점을 향한 용기, 다시 베이스를 향해 뛰다」

by 윤숨

망설임은 베이스에서 시작된다.

1루에 서서 다음 베이스를 바라보는 순간, 모든 러너는 같은 고민을 한다. 뛸까, 말까. 아웃당할까, 안전할까. 그 짧은 순간의 망설임이 때로는 득점의 기회를 놓치게도, 때로는 현명한 판단이 되기도 한다.

삶도 그렇다. 상처에서 회복된 후, 우리는 다시 베이스에 선다. 그리고 묻는다. 다시 뛸 준비가 되었을까.

안전한 베이스에서의 망설임

사업을 다시 시작하려던 그 날을 기억한다. 몇 년 전 실패의 아픔이 아직 생생했던 때였다. 투자했던 돈을 모두 잃었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했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었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새로운 사업 제안, 새로운 동반자, 새로운 가능성. 마음 한구석에서는 설렘이 일었지만, 더 큰 부분에서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또 실패하면 어떡하지?' '이번에도 사람들을 실망시키면 어떡하지?'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나는 1루 베이스에 서서 망설이고 있었다. 안전한 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과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아이가 다시 타석에 선 날

그즈음 한 아이가 찾아왔다. 몇 달 전 야구를 그만둔 아이였다. 큰 경기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했고, 그 후로 자신감을 잃어 그라운드를 떠났던 아이.

"선생님, 저 다시 야구 하고 싶어요."

조심스럽게 말하는 아이의 눈에서 간절함과 두려움이 동시에 보였다. 하고 싶지만 무서운 마음, 도전하고 싶지만 실패가 두려운 마음.

"무서우면 어떡해요?"

아이가 물었다. 나는 그 질문에서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무서워도 괜찮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 중요한 건 무서워하면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느냐는 거야."

아이에게 해준 말이 내게로 돌아왔다.

작은 걸음부터

그 아이는 조심스럽게 다시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본기 연습만 했다. 캐치볼, 토스, 간단한 수비 연습. 큰 경기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야구공과 다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며칠이 지나자 아이의 표정이 달라졌다. 조금씩 웃음이 돌아오고, 동작에도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완전히 예전의 실력을 되찾은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야구가 다시 즐거워졌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결심했다. 나도 작은 것부터 다시 시작해보자고.

2루까지의 첫 걸음

새로운 사업을 한 번에 크게 벌이지 않았다. 작은 프로젝트부터 시작했다. 실패해도 크게 다치지 않을 정도의 규모로.

처음 1루에서 2루로 뛸 때의 그 떨림을 기억한다. 심장이 빨리 뛰었고, 손에 땀이 났다. 하지만 뛰기 시작하니 몸이 기억하고 있던 감각이 돌아왔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지.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걸 즐기는 사람이었지.

첫 번째 작은 성공이 왔을 때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크지 않은 성과였지만, 그 성공은 나에게 확신을 주었다. '나는 아직 할 수 있다'는 확신을.

벤치의 응원

혼자서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족들은 "천천히 해도 괜찮다"며 격려해주었고, 친구들은 "너라면 할 수 있어"라며 믿어주었다. 무엇보다 그 아이가 다시 야구를 시작하는 모습이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야구에서 러너가 베이스를 돌 때, 벤치에서는 응원을 보낸다. "갈 수 있어!", "더 빨리!", "슬라이딩!" 그 목소리들이 러너에게는 날개가 된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혼자서는 용기 내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 응원해준다면, 그 목소리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3루를 돌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큰 도전들을 시작했다. 2루에서 3루로, 3루에서 홈플레이트로. 각 단계마다 새로운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두려움을 다루는 법을 알았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씩 큰 경기에 나가기 시작했고, 실수를 해도 예전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한 번의 실수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으니까.

홈을 향한 전력질주

어느 날, 큰 기회가 왔다.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3루에서 홈플레이트까지의 거리. 짧지만 가장 위험한 구간이다. 포수가 기다리고 있고, 태그아웃의 위험이 크다. 하지만 득점을 하려면 결국 그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야 한다.

나는 뛰기로 했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억한다. 홈플레이트를 향해 전력질주하던 그 순간의 짜릿함을.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오직 앞만 보고 달리던 그때의 집중력을.

슬라이딩의 순간

야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가 홈플레이트에서의 슬라이딩이다. 러너는 온몸을 던져 홈플레이트에 닿으려 하고, 포수는 그것을 막으려 한다. 그 찰나의 순간에 승부가 갈린다.

인생에서도 그런 순간들이 있다.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도전을 하는 순간.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온 힘을 다해 도전하는 순간.

나는 슬라이딩했다. 그리고... 세이프였다.

득점의 환희

성공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오랜 기간의 노력과 인내, 두려움과 망설임을 모두 이겨낸 후에 맛보는 달콤함.

하지만 그보다더 소중한 건 과정에서 얻은 것들이었다.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함께 응원해준 사람들과의 연대감.

다시 타석에 선 아이

그 아이는 이제 당당하게 경기에 나선다. 여전히 실수할 때도 있고, 아웃당할 때도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것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다.

"선생님, 저 이제 실수가 무섭지 않아요. 실수해도 다시 하면 되잖아요."

아이의 그 말이 내게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베이스를 돌아가는 삶

삶은 계속해서 베이스를 돌아가는 것과 같다. 한 번 홈에 도착했다고 끝이 아니다. 다시 새로운 이닝이 시작되고, 새로운 도전이 기다린다.

중요한 건 매번 완벽하게 성공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도전할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회복력을 기르는 것이다.

응원하는 사람이 되기

이제 나는 다른 사람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사람이 되었다. 1루에서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괜찮다, 천천히 해도 돼"라고 말해준다.

2루에서 3루로 가는 게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도 그랬어, 하지만 해낼 수 있어"라고 격려한다.

홈플레이트를 향해 마지막 전력질주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갈 수 있어!"라고 큰 소리로 응원한다.

용기는 전염된다

한 사람의 용기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내가 도전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그 사람의 도전이 또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응원군이 되어간다. 혼자서는 두려워서 하지 못할 일들을,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는 걸 배워간다.

홈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야구에서 홈플레이트는 항상 같은 자리에 있다. 러너가 얼마나 멀리 나가든, 결국 돌아와야 할 곳은 홈이다.

우리의 삶에도 그런 '홈'이 있다. 아무리 멀리 나가서 도전하고 모험을 하더라도, 결국 돌아와야 할 자신만의 안전한 공간.

그 홈이 있기에 우리는 용기 내어 베이스를 돌 수 있다.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

오늘의 베이스

오늘도 나는 어딘가의 베이스에 서 있다. 때로는 1루에서 망설이고, 때로는 2루에서 다음을 준비하고, 때로는 3루에서 홈을 향한 마지막 질주를 준비한다.

어떤 베이스에 있든 중요한 건 멈춰있지 않는 것이다. 망설여도 좋고, 천천히 가도 좋지만, 포기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는 것이다. 벤치에서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같은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 있다는 걸.

득점을 향한 용기는 특별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용기를 꺼내어 사용할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오늘이 바로 그 때일지도 모른다.


멈춤, 홈 플레이트에서 나에게 건네는 질문

당신은 지금 어떤 베이스에 머물러 있나요?

다시 홈을 향해 뛸 준비가 되어 있나요?

누가 당신의 벤치에서 응원해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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