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비록 보잘것없어도 변화를 만들기에는 충분하기를 바라며…
케냐산을 바라보며 자리 잡은 이히테(Ihithe)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큰 무화과나무(mugumo tree)가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나무 아래에서 케냐산을 향해 신께 기도를 올립니다. 장엄한 위상을 뽐내는 케냐산의 봉우리는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습니다. 마을에서 사람들을 치료하는 사람은 무화과나무의 뿌리, 나무껍질, 잎들을 모아 치료제를 만들 때 사용합니다. 또 이 나무는 원숭이, 다람쥐, 벌새 등의 따뜻한 보금자리입니다. 그리고 나무와 가까운 곳에 왕가리(Wangari)라는 소녀의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왕가리는 친구들과 나무 아래에서 종종 놀곤 합니다. 아이들은 무더위를 피해 나무 아래의 그늘에서 쉬고, 열매가 열릴 때는 맛있는 과일을 따서 나누어 먹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왕가리와 친구들은 마을의 나무들이 모조리 베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한 마을을 지키는 큰 나무는 언제나 마을 사람들에게 다양한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더운 여름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고, 남녀노소 상관없이 늘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모두를 받아들여 줍니다. 요즘 자주 가는 카페 앞에 큰 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나뭇잎 물결이 출렁이며 춤추기도 하고, 바람이 조금 부는 날이면 짙푸른 색을 더 강하게 띠며 속삭이듯 살랑이고 있습니다. 바쁜 하루를 보내다가 차 한잔 마실 때 나무는 늘 내게 잠시 쉬어가라고 격려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야기처럼 나무는 마치 부모님과도 같이 인간의 곁에서 많은 것을 제공하고 있음을 상기해 봅니다.
왕가리는 큰 무화과나무를 자르려는 일꾼들에게 그만두라고 소리쳐봅니다. 하지만 그들은 소녀보다 훨씬 몸집이 크고 힘이 셉니다. 소녀는 그 어른들을 결코 막을 수 없습니다. 소녀는 너무 슬퍼서 엉엉 울고 맙니다. 마을에 나무가 모두 사라진 뒤, 강은 점차 말라갔고, 동물들은 쉼터를 잃어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이제는 마을 사람들이 마음껏 쉴 수 있는 시원한 그늘도, 달콤하고 탐스러운 과일도 더 이상 없습니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요? 이 마을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체념하고 말았습니다.
실컷 울다 지친 소녀는 다시 새로이 마음을 먹어 봅니다. 비록 내가 어리고 작지만, 최선을 다해 나무를 심어보기로 결심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소녀가 너무 어려서 중요한 무언가를 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소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무를 한 그루씩 심었고, 그녀를 안쓰럽게 여긴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돕게 됩니다. 그리고 소녀는 말합니다. 내가 비록 작을지 몰라도 변화를 만들기에 너무 작지는 않다고 말이죠.
소녀는 체념하고 있던 어른들 뒤로 나무를 다시 심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내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바로 실천으로 옮긴 것입니다. 여기서 소녀의 위대함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너무 작고 보잘것없지만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서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필자도 이 어린 소녀처럼 다짐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지금은 비록 권력, 명예 따위는 없는 소시민이지만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에 최선을 다하면 세상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아이디어의 방향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과 여부나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최대한 신경을 안 써야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묵묵히 하다 보면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은 용기도 생깁니다. 나무 한 그루 한그루 심어가는 마음으로 하루를 가치 있게 보내려고 애써야 하겠습니다. 소녀 왕가리 마타이(Wangari Maathai, 1940-2011)는 실존했던 인물입니다. 환경 운동, 지속 가능한 발전과 민주주의에 공헌한 인물로, 2004년 아프리카 최초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흑인 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