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하게 살아가는 삶을 꿈꾸며…
이오나 국립공원 나미브 사막의 모래 위로 태양이 지고 있습니다. 빠르기로 유명한 암컷 치타인 주바(JUBA)는 숨을 헐떡이고 있습니다. 배고픈 갈색 하이에나로부터 방금 새끼 한 마리를 잃었습니다. 그녀는 목놓아 울지도 못합니다. 고통을 숨길 수도 없고,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도 힘이 듭니다. 삶의 모든 걸 잃은 것 같은 슬픔이 밀려와 밤을 지새웠습니다. 하지만 주바는 새날이 밝자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했습니다. 남은 세 마리의 새끼 치타들에게 스프링복을 사냥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사막 환경에서 천 년 이상을 생존해온 웰위치아 미라빌리스(Welwitschia Mirabilis)를 보며 사막 생태계에 대해서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포식자인 인간에게도 당하지 않도록 잘 일러두어야 합니다.
아무리 빠른 치타라고 하지만 그 상황에서 새끼 모두를 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새로운 다음 날이 오고,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똑같이 그대로입니다. 어미인 주바는 아픔을 묻어두고 일단 현실에 충실하여지기로 합니다. 삶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고, 남은 새끼들을 위해 온 힘을 기울입니다. 주바의 모습을 보며 지극히 현실적인 어미의 모습에 많이 놀랐습니다. 감정에 계속 연연하지 않고, 지극히 냉혹한 현실에 맞서는 용맹함이 내게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어도 내일의 태양은 뜨고, 삶은 계속된다는 문구가 현실을 이겨내게 합니다. 많이 힘들고 아프면서도 주어진 삶을 기꺼이 살아내려는 자세가 감동적입니다. 새끼들에게는 주바와 같은 이러한 강인한 부모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주바와 새끼 무리가 이번에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우리에 갇힌 송아지를 발견합니다. 오로지 이 동물을 사냥하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그만 농장주들이 무장한 것을 놓치고 맙니다. 이내 총소리가 들렸고, 새끼 한 마리는 도망치지 못했습니다. 주바는 또 한 마리의 새끼를 잃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녘에 걷던 중,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바로 농장에서 잃어버렸던 새끼의 소리였습니다. 새끼는 자초지종을 설명합니다. 농장주들이 새끼 치타를 잡아 나미베(Namibe) 시장으로 넘겼고, 어느 두 소년이 이를 보고 경찰에 신고하였습니다. 야생동물을 판매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서 이오나 국립공원 보호소에 넘겨졌고, 그들의 도움으로 다시 어미가 있는 야생으로 보내어질 수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주바는 생각합니다. 모든 인간이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인간도 야생의 치타의 삶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쟁, 비교, 평가를 통해 세상에서 꿋꿋이 살아남아야 하고, 늘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해야 합니다. 사람 때문에 울고, 사람 덕분에 웃고 삽니다. 아직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들이 많이 있고, 살다 보면 가끔 뜻하지 않은 은혜를 입기도 합니다. 주바처럼 새끼들에게도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부모로서 힘들지만, 하루하루 삶을 이겨내려고 애쓰고, 새끼가 생존할 수 있도록 독립할 때까지 지켜봐 주어야 하겠습니다. 주바의 이야기를 통해 원시적이고 자연적인 부모의 역할을 고민해볼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부정적인 면이 많지만 그래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기에 버티고,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아프리카 야생의 모습을 통해 좀 더 초연하게 살아가는 법을 깨닫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