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준 이들을 생각해 보며…
소를 치는 목동인 치코(Chico)의 가장 큰 꿈은 여행입니다. 마을의 은빛 호수에서 동네 소년들이 모이면 고대 전사의 놀이를 하고, 호수에서 수영하거나 물고기를 잡습니다. 그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광산에서 도착한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소년은 그들의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맞혀보려고 애씁니다. 짐작하는 것이 꽤 어려웠으나 그 일꾼들은 모두 치코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었고, 계속해서 멀리 떠나는 여행을 꿈꾸게 하였습니다. 친구 중 가장 똑똑한 킨다(Kinda)는 새처럼 날개가 있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여행을 하겠다고 합니다. 구름 위를 지나 사람들을 보는 건 정말 무섭겠지만 말입니다. 소년은 기차여행이 더 재미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개미만 해질 때까지 작별 인사를 할 수도 있고, 숲이나 산의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도 있고, 흥분하면 기차가 기적을 울리기 시작하니까요. 소년이 여덟 살이 되자 점차 목동의 생활이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라진 기차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고, 늙을 때까지 여행하며 큰 꿈을 꾸고 싶었습니다.
인간에게 있어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도전과 모험입니다. 일상이 지루하고 따분할수록 인간은 더욱 신선한 인간관계, 새로운 경험을 원하게 됩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동경, 호기심과 더불어 두려움, 불안함도 함께 몰려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행동으로 실천하고 나면, 늘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세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모든 일이 생각대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듯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전혀 예상치 못한 즐겁고 유쾌한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어느 날 치고 있던 소를 반쯤 잃어버리게 된 소년은 집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홀로 계신 어머니가 걱정되었지만, 그냥 떠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기차는 오후 내내 한참을 달렸고, 기차에서 내리자 거대한 도시, 빛의 낙원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도시의 삶은 절대 녹록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몇 년간 도시의 거리에서 4명의 친구와 함께 구걸하며 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주앙 갈라갈라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검은 머리, 하얀 눈, 매서운 혀와 사마귀처럼 긴 팔을 가졌습니다. 소년에게 그는 자신도 그 무리에 들어가고 싶다고 합니다.
어느 금요일 밤, 아이 중 한 명인 고티네(Gotine)가 중앙 시장 근처의 공연장에서 열리는 콘서트 전단을 가져왔습니다. 파란색에 예쁜 악기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글을 읽을 수 있었던 주앙 갈라갈라는 쿠바 예술가들의 무대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처음으로 음악 공연을 접하게 됩니다. 풍부한 소리에 이끌려 악기를 배우는 것처럼 다른 꿈을 꾸는 것도 가능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듬해 주앙은 개에 물려 병에 걸리게 되었고, 많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떠났고, 결국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어떤 이는 나에게 좋거나 나쁜 영향을 줄 의도가 전혀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들로 인해 지금의 나의 삶이 조금씩 변화해가며 여기까지 왔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인생에서 스스로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인연을 만나고자 노력하는 것도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꿈과 희망을 찾아 집을 떠났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혀 어려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비슷한 처지의 친구 주앙 갈라갈라와 만나게 되었고, 그의 고통받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여전히 친구를 걱정하며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가끔 꺼내어 보는 것 같습니다.
훗날 무리의 소년들은 경찰서를 거쳐 보육원으로 향하게 되었고, 하나둘 입양을 가게 됩니다. 치코도 새 부모님을 만나 글을 배우고 음악을 배우게 됩니다. 그는 항상 어느 곳에서도 주앙 갈라갈라를 떠올립니다. 수년이 지나 이마에 잔주름이 두세 개 있을 때 주앙 갈라갈라를 찾기로 마음먹지만, 전혀 쉽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만나겠다는 생각을 접었으나 긴 꿈속에서 주앙을 만나게 됩니다. 갑자기 나타나 재잘거리며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로 뛰어다니는 듯한 재주를 뽐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잠들지 못하는 어느 날 밤 노트를 꺼내어 노래를 작곡하기 시작합니다. 제목은 ‘주앙 갈라갈라’ 입니다. 어쩌면 이 음악을 듣고 다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밤새 써 내려갔을 겁니다. 그렇게 그를 영원히 가슴 속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잠비크의 음악가 치코 안토니오(Chico António)의 전기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지독하게 가난하고 궁핍한 생활이었지만 그 안에서 울고 웃으며 함께 살던 친구들이 그의 음악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함께 하였기에 어려운 도전과 모험을 이겨낼 수 있었고, 버텨내며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삶이 지치고 힘들수록 주변의 사람들을 한 번 더 둘러보아야 하겠습니다. 내 곁에서, 또는 멀리서 나를 응원하거나 믿어주는 친구들과 가족들을 말입니다. 그러면 그들이 조금 더 용기를 내고, 힘내어 달려가도록 진심으로 도와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