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포용하는 넓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며…
파타트(Patat)는 아기 바분(개코원숭이)입니다. 엄마 바분과 함께 산과 해변으로 먹이를 찾아 나서지만, 식량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마을로 가야 합니다. 화가 난 마을의 남자는 이들을 쫓아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초록 지붕이 있는 집에 사는 여자와 어린 소녀는 그들이 찾아오는 것을 개의치 않습니다. 그들은 자연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배려합니다. 그들도 바분이 사는 산에 자주 하이킹하러 가는 것처럼 자연과의 공존을 자연스레 받아들입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자연과 인간 공간의 경계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세상 풍파에 지친 마음을 이끌고 지나가던 중 우연히 발견한 자연은 우리에게 잠시나마 숨 쉴 틈을 제공합니다. 보도블록 사이를 비집고 피어난 풀꽃을 바라 보거나, 오래된 시멘트벽을 타고 덩굴이 손짓하듯 올라오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도심 속 한가로이 날아다니는 잠자리는 잠시나마 순간적인 여유로움을 주고, 열심히 줄지어 먹을 것을 나르는 개미들은 앞만 보고 달리는 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합니다. 평소 의식하지 못했지만,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공간이 꽤 많이 있었고, 그러한 중간 지대에서는 서로 더욱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물리적으로 서로가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정서적으로도 상당히 많은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자연과 마주할 때 인간은 비로소 자기 내면을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 내면에 집중하게 되면 세상의 이치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인간은 조금 더 윤리적인 행동을 선택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고, 그 행동의 결과는 자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인간의 측면에서 볼 때, 그 중간 지대의 공간에서 자연으로부터 얻는 심리적 이점은 상당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넉넉함을 느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인간은 마음의 치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자연의 존재들이 성가시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자연이 치명적인 손해를 끼치지 않는 한 서로가 조율해 나아가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아기 바분 파타트는 엄마 바분과 항상 꼭 붙어있습니다. 매일 밤 별이 빛나는 산 위에서도 새끼 원숭이는 엄마에게 기대어 잠을 잡니다. 엄마 바분은 말합니다. 산에서 너는 내 최고의 ‘산’ 개코원숭이이고, 해변에서 너는 내 최고의 ‘해변’ 원숭이라고요. 마을에서 넌 내 ‘마을’ 최고의 원숭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장소에서든 아이를 사랑하는 어미의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자연의 본성과 인간의 이성이 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다면 그야말로 최상의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극단적으로 경계를 나누며 사는 삶이 아니라 모호한 경계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이 훨씬 현명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록 지붕의 집 안에 소녀의 방이 유난히 더 밝고 빛나며 아늑했던 이유는 자연을 더 아끼고 보듬어 주려는 따뜻한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자연과 인간의 공간을 구별하기보다는 세상을 포용하는 넓은 마음으로 자연과 조화로이 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자연과 잘 공존하고 배려하며 살 수 있을지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파타트를 위한 가장 좋은 장소는 엄마 원숭이와 함께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일 것이며, 중간 지대의 어떤 장소에서도 인간의 사소한 배려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대자연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인간이지만, 오히려 더 큰 넉넉한 마음으로 자연에 먼저 베풀며 살 수 있는 존재가 될 수도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