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어머니, 노짐바지

책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임을 깨달으며…

by 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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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바다의 아름다운 전망을 바라볼 수 있는, 높은 산 위의 한 채소밭에서 즈와네(Zwane) 부인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일하면서 인도양의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또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오래된 신문, 책, 잡지 등을 모아 늘 깔끔하게 정리해 둡니다. 부인은 학교에 다닌 적이 없습니다. 비록 읽고 쓸 줄은 모르지만, 마음속으로는 인쇄된 모든 글자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항상 책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그 책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올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녀에게 새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책의 어머니라는 뜻의 ‘노짐바지(Nozincwadi)’로 말입니다.

그녀에게 책은 삶의 의지이자 희망입니다. 알 수도 없고, 읽을 수도 없는 그 물건을 닦고, 차곡차곡 정리하며, 소중히 여기는 모습은 그녀에게 특별한 의식과도 같아 보입니다. 가난했고, 여성으로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지만,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더 나아가 책을 통해 세상의 섭리를 알게 하는 지식,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기억, 배우고자 하는 열정, 자유를 향한 갈망 등을 채울 수 있다고 확신했을 겁니다.

노짐바지는 마을에서 집이 너무 가난하여 학교에 보낼 책을 못 사고 있는 무지(Muzi)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녀는 이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고, 소년의 집으로 찾아가 마을에 가서 필요한 책을 사 오겠다며 부모님께 걱정하지 말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인연이 된 무지는 노짐바지 아주머니 댁을 방문하여 학교에서 읽었던 책도 읽어주고, 배우는 즐거움에 관하여 이야기해 줍니다. 그러면서 소년은 아주머니께서도 학교에 가서 글 읽는 것을 배우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합니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자신이 글을 읽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환하게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신문이나 낡은 책에서 단어 한두 개를 알아볼 때마다 너무 신이 났고,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그녀의 생애 첫 번째 책을 읽는 날도 왔습니다. 그 후 그녀의 방에 잠자고 있던 책들이 하나둘씩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책을 하나하나 천천히, 하지만 큰 기쁨으로 읽었습니다.

그녀는 책을 통한 앎에 대한 갈망, 문화, 존엄, 자유 등 인류가 쌓은 높고 숭고한 가치들에 대한 하나의 '상징'으로 다가옵니다. 조용하고 소박하지만 매우 강인하게 다가오는 그녀의 행위를 통해 미래의 희망을 엿보게 합니다. 노짐바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책을 읽기까지 전체 행위의 의미를 하나하나 되새겨 봅니다.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그 책을 집어 들어 글자를 해독하고, 충분히 이해하고, 사유하며 자기 생각을 넓혀갑니다. 그리고는 각자의 삶에 배운 것을 적용하거나 반성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얼마나 경이로운지를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녀가 읽지 못하는 책들을 지키며 정리, 수집하는 행동들은 모두 이러한 과정을 위한 것들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생각을 확장해 나아갈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안에 반드시 밝은 세상의 빛이 존재하리라고 그녀는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입니다.

우리가 책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가 우리의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책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인생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여기면서 책을 대하면, 책은 그 길을 분명 안내해 줄 것입니다. 책의 가치를 알고 늘 좋은 책을 가까이하려고 노력하면 우리의 삶이 매우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척박하고 삭막한 환경 속에서도 책을 읽고 치유하고, 고민하여 인생의 방향을 좀 더 나은 쪽으로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두운 긴 터널 속 한 줄기 희망을 책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 오늘도 책을 꺼내어 한 줄 한 줄 천천히 읽어 내려가 봅니다. 이 순간이 무척 감사하고, 읽는 자체가 큰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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