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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을 Aug 01. 2024

시험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3. 나는 학원 강사입니다.

시험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학원 강사일을 아르바이트라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에 가장 중요한 시기는 '내신'기간이라는 것을


학원마다 내신대비를 하는 방법은 각각 다르다. 학교별로 묶어서 하는 경우도 있고, 교과서별로 하는 경우도 있고 학원 규모, 원장님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한다.


내가 처음 다녔던 학원 같은 경우는 담임선생님이 해당 학생들의 시험을 모두 대비해줘야 했다. 교과서와 학교가 다 다르기 때문에 시험대비 전에 해당학년 선생님들끼리 연구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많다 보면 학교도 당연히 다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처음 내신대비를 진행했을 때는 밤을 새워가며 공부했다.


보통 약 한 달 동안 내신대비를 한다. 내신 기간 때는 학생들과 친해질 수밖에 없다. 수업 이외 보충이 필요한 아이들을 학원에 추가로 불러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일주일 평균적으로 4일 이상을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니 내적친밀감이 생기게 된다. 아이들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함께 고군분투한다. 내신기간은 강사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하지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기간이기도 하다.


내신대비가 끝나면 학생들도 성적표를 받지만, 강사들도 성적표를 받는다. 이번 시험에서 100점 학생들이, 1등급 학생들이 얼마나 나왔는지, 성적향상된 학생들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가 강사평가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결과에 따라 학생수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비율제 강사라면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강사들은 최상의 수업자료, 강의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공부시키는 일이다. 내가 시험 보는 것이 아니니 결국 학생들공부해야 한다. 학생 때 공부가 좋아서 한다는 애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을 동기부여해 주며 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럴 때마다 한 번쯤 생각해 본다.


나는 어떤 선생님, 어떤 강사일까?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범대생이라면, 강사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나는 시험, 점수에 연연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았었다. 내가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은 "공부해라." "학생은 공부해야 해."라는 말들이었다. 판에 박힌 꼰대스러운 말을 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아무래도 내가 시험과 성적에 집착하니 반대성향을 가진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강사였을 때 나를 떠올려보면, 나는 그 누구보다 시험과 점수에 집착했었다.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성적향상'일 거라며 자기 합리화하며 내가 바랬던 키팅선생님의 모습에서 멀어져 갔다.


매년마다 수능 전 후에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 자신의 수능점수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내가 가르쳤던 많은 학생들에게 혹시 나도 모르게  점수에 과한 집착을 하도록 일조한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시험, 점수


둘 다 공부할 때 좋은 자극제이다. 나에게도 그랬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동기부여 요소이라는 부분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공부의 목적이 오직  성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수치화된 숫자가 나타낼 수 없는 것들이 매우 많다. 점수가 사람들의 잠재력까지 나타낼 수 없다. 결과가 좋지 않다고 과정이 사라지는 건 절대 아니다.


이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그때 깨달았다면 조금 더 좋은 강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아쉽다.


다시 돌아간다면 학생들에게도, 자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시험, 그거 그렇게 중요한 거 아니야.

인생 끝난 거 아니야.

점수로 너를 증명할 필요는 없어.




#시험중요하나요, #내신대비, #시험기간, #점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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