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원강사가 연애하기 어려운 건 절대 아니다. 나의 주관적인 의견이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린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나는 '균형 잡힌 삶'을 살지 않았다. 연애도하고, 건강도 생각하고 일도 잘하는 사람들이 항상 부러웠다. 나는 하나에 몰입하면 다른 부분에는 신경을 전혀 못 쓰는 사람이다. 연애가 특히 나에게 그랬다. 신입 강사시절 남자친구는 있었지만 장거리였다. 사실 그래서 부담 없이 만났다. 자주 만나지 않았고, 내가 일하는데 큰 방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끔 만나며 연애를 유지했다. 결국 헤어진 후 몇 번 소개팅을 했지만 제대로 연결된 적은 없었다. 현재의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연애과제를 풀지 못한 채 그럭저럭 지냈다.
보통 학원강사들은 오후에 출근한다. 학원에 따라 약간 상이하긴 하지만, 2시 이후에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학교수업을 마친 후 학원에 오기 때문에 초등학원을 제외한 학원은 저녁 수업을 진행한다. 2시 - 10시가 기본적인 근무시간이다. 혹시 추가적인 일이 남았다면 10시 이후 야근을 한다. 늦게 시작하고 늦게 끝나다 보니 야행성인 강사들이 많다. 보통 직장인들이 퇴근 후 바로 집에 가기 싫어서 치맥 한 잔 하고 가는 것처럼, 학원강사들도 일 끝나고 스트레스받으면 치맥 하러 간다. 차이점은 우린 치맥 하는 시간이 약간 늦다는 것이다.
시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9 TO 6을 일하는 보통 직장인들을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물론 주말도 있지만, 내가 일 할 때까지만 해도 학원은 대부분 주 6일 근무로 토요일도출근했다. 1년에 4달 정도 내신기간에는 일요일도 출근했고, 여름, 겨울 방학특강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 항상 피곤한 채로 사람을 만나다 보니 있던 감정도 사라졌다.
여자가 문자를 안 할 때는 '옥중', '상중', '아웃오브안중'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진짜 바빴다. 수업을 하고 상담까지 하면 핸드폰을 볼 겨를이 없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 동료들은 연애를 잘했었다. 하지만 나의 연애사업은 원활하지 못했다. 썸에서 연애로 잘 이어지지 않았다. 우선 연락 자체를 잘 못 하니 밀땅이 아니라 그냥 항상 밀고 있는 느낌이었을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바빴다는 건 핑계였던 것 같다. 내 일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꼭 사랑하겠다는 나의 다짐은 꺾이지 않았다. 없는 시간을 쪼개 소개팅을 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나의 남편 M은 내가 강사이었을 때부터 현재까지 옆에서 있어준 사람이다. C어학원에서 K어학원으로 이직하기 전 잠시 휴식할 때 남편을 만났다. 그때 딱 한 달 쉬었는데 그때 진짜 매일같이 만났다. 생각해 보면 초반 연애사업이 잘 안 된 나의 큰 그림이었을 수도 있다. 초반에 신뢰를 단단히 쌓고 나서일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M의 희생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도 나는 솔로였을 것이다. 일을 다시 시작한 후 여전히 바빴지만 그 안에서 연락하고 만나고 예전 나와 달라지려 노력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남편은 직장인이 아니라 교대근무를 하는 경찰이었다. 유동적으로 나의 스케줄에 맞출 수 있어서 평일에도 볼 수 있었다. 이런 남편의 헌신이 없었다면 여전히 연애, 사랑은 어려워라고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M은 강사스케줄에 대해서 잘 모르고 나를 만났는데, 연락도 잘 되지 않고 , 카페를 가더라도 수업자료를 챙겨가는 모습에 초반에 놀랬다고 한다. 365일 24시간 일하는 사람 같다며 걱정했지만, 그 모습도 나중엔 이해해 주고 나를 응원해 줬다. 이런 헌신이 없었다면 행복한 강사생활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