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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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반가운 알림이다.
소리마저 경쾌한 입금 알림음.
마트에서 일 한지 한 달.
첫 월급이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서 뭘 해야 할지 몰라 너무 힘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을 익히면서 조금씩 적응이 되었다.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같이 일하는 분들과 어색함이 사라지니 일의 재미도 생겼다.
적응이 힘들 줄 알았는데 복병은 다른데 있었다.
첫 주부터 나의 고질병인 아킬레스건 통증이 시작되었고 무릎통증이 생기더니 지금은 팔꿈치가 문제이다.
안 쓰던 힘을 쓰니 몸이 아플 것 같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아플 줄은 몰랐다.
1월의 반쯤 지났을 때 남편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계속 일할 수 있겠어?
해야지.
여기서 그만두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
관절은 늘 안 좋았고 통증에 예민한 나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통증이 시작되니 한없이 우울해졌지만
치료를 받으면서 일을 지속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울감에 지고 싶지가 않았다.
덕분에 주 2회 정형외과에 다니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하는 요령과 근력이 생기겠지.
정형외과 치료가 끝나면 근력운동을 시작할 생각이다.
갑자기 시작한 일이 내 몸의 근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다면
마음의 근력은 조금 더 힘이 붙은 것 같다.
일하는 6시간 남짓,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여러 감정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상처받는 일도 더러 있다.
늘 그렇듯 상처받았던 일은 마음에서 나갈 줄을 모른다.
감정을 다루는데 미숙한 나는 같이 일하는 분들의 조언이 해답지다.
이미 이런 일들을 수도 없이 겪고 내공이 쌓여있는 분들의 말은 귀하다.
매장에서 일하는 분 중 닮고 싶은 분이 있다.
밝고 활기 있으시면서 다정하신 분.
늘 유쾌하고 몸속 세포까지 웃고 있을 것 같은 분.
사는 곳도 비슷한 같은 동네 분이었다.
먼저 이곳에서 자녀를 키우며 젊은 시절을 보내고 건강하고 멋진 중년기를 보내는 어른을 볼 수 있다는 건
생각지 못한 보너스이다.
내 삶에 희망이 있을까. 한없이 우울했던 시기에 들던 생각이다.
이상과 삶이 달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있다.
무용을 그만두고도 아픈 곳이 낳지 않을 까봐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내 삶은 내가 만들 수 있다는 마음의 근력도 생기고 있다.
아무래도 매장과 조금 정이 든 것 같다.
십 년 만에 받은 월급으로 생각해 두었던 적금에 가입했다.
작고 소중한 내 월급을 차곡차곡 모으며 몸과 마음의 근력을 부지런히 키워야겠다.
그것들이 나의 중년기를, 그 이후를 잘 버틸 수 있게 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