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 가장자리에서

by 윤지안


처음에는 나비가 아니었다.
그것은 숨이었다.
내가 내쉰 숨이 방 안에 머물다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느낌.
창문은 닫혀 있었고, 벽지는 미세하게 울렁였으며,
시계는 초침을 잃은 채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세계는 아주 조금씩 얇아졌다.

사람들은 숨을 산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숨은 통과증이라는 것을.
세계가 나를 통과하고, 내가 세계를 통과한다는 증표.
숨이 짧아질수록 세계는 가까워졌고,
가까워질수록 나는 더 숨을 쉬어야 했다.
그 균형이 어긋나는 순간, 균열이 생긴다.

균열에서 나비가 나왔다.

나비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 더 무섭다.
파닥임 없는 날갯짓은 움직임이 아니라 변화였다.
그것이 날아오를 때마다 방의 공기 배치가 달라졌고,
기억의 가구들이 조금씩 위치를 바꿨다.
어린 시절의 장면이 문턱으로 이동하고,
잊었다고 믿었던 얼굴이 벽에 걸렸다.
나비는 내 숨을 먹고 자랐다.
숨을 들이마시면 작아지고, 내쉬면 커졌다.

나는 숨을 아꼈다.
그러나 숨을 아끼는 것은 세계를 늘리는 일이었다.
세계는 늘어날수록 세밀해졌다.
먼지의 가장자리까지 또렷해졌고,
어둠은 색을 갖기 시작했다.
검정이 아니라, 오래된 남색과 젖은 녹색.

그때 알았다.
세계는 내가 보지 않을수록 나를 더 잘 본다는 것을.

나비는 내 어깨에 내려앉아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날개에는 지도가 있었다.
대륙도 국경도 없는 지도.
대신 호흡의 길이가 등고선처럼 겹겹이 새겨져 있었다.
가장 깊은 곳에는 구멍이 있었다.
나의 숨이 시작되기 전의 구멍.
나비는 그곳을 가리켰다.

말없이, 나비는 늘 말없이 정확했다.

나는 숨을 쉬지 않으려고 했다.
숨을 멈추면 세계도 멈출 거라 믿었다.
그러나 숨을 멈추자 세계는 더 빨리 움직였다.
벽은 안쪽으로 접혔고, 바닥은 위로 떠올랐다.
시간은 방향을 바꾸어 나에게 달려왔다.

그제야 깨달았다.
숨은 엔진이 아니라, 브레이크였다는 것을.

공포는 갑작스럽지 않았다.
공포는 서서히 배치된다.
의자 하나, 그림자 하나, 생각 하나.
그리고 마지막에 숨.
숨이 틀어지는 순간,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 척하며 나를 둘러싼다.
나비는 그 중앙에서 날개를 접는다.
접힌 날개 사이에서 세계가 접힌다.

나는 질문했다.
이 세계는 내 것인가, 내가 세계의 것인가.
나비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 가슴 위로 이동해, 숨의 출입구를 덮었다.

그 순간, 숨이 아니라 내가 통과되기 시작했다.
기억이 먼저 빠져나가고, 이름이 뒤따랐다.
남은 것은 호흡의 습관뿐이었다.
자동으로 들이마시고, 자동으로 내쉬는 습관.

세계는 그 습관을 사랑한다.
습관은 저항하지 않으니까.

마지막으로 남은 나비는 창문으로 나가지 않았다.
창문은

세계의 바깥을 약속하는 장식품일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비는 내 폐의 가장 안쪽에서 고요히 접혔다.
접히며 속삭였다---아니, 숨으로 눌러썼다.
너는 이미 충분히 넓다.

그 이후로 나는 정상적으로 숨을 쉰다.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가끔 숨을 내쉴 때마다

방 안의 공기가 아주 미세하게
재배치되는 느낌이 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안다.
세계는 아직 접히는 중이며,

나비는 아직 접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접힌 것들은,

언젠가 반드시 다시 펼쳐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