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달과 가벼운 슬픔

by 윤지안


나비는 언제나 가장 가벼운 방식으로 세계를 건넌다.
손끝에 닿지 않을 것 같은 거리에서,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그 얇은 날개에는 기억이 잘 붙는다.
어제의 온기, 오래된 약속, 끝내 말하지 못한 문장들.
그래서 나비가 지나간 자리는 늘 조용히 흔들린다.

달은 그 흔들림을 알고 있는 듯
밤마다 같은 얼굴로 떠오른다.
완전해 보이지만 늘 어딘가 비어 있는 얼굴.
차오르기도 하고 기울기도 하며,
스스로의 결핍을 숨기지 않는다.

달빛은 위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것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빛이다.
감추어 둔 마음까지도.
눈물은 그 빛 아래서 태어난다.

아프기 때문만은 아니다.
버텨왔기 때문에, 지나왔기 때문에,
놓아주지 못한 것들이 쌓여 있기 때문에.

눈물은 마음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신호다.
“여기까지 잘 왔어.”
혹은
“이제는 쉬어도 돼.”

어느 밤, 달빛이 유난히 낮게 내려앉은 창가에서
한 마리 나비가 어둠을 가르며 날아간다.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에 차오르고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
그 눈물 속에는 달이 비치고,
달 속에는 나비의 그림자가 흔들린다.
나비는 결국 사라지고,
달은 다시 기울며,
눈물은 마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후의 밤은
조금 덜 무겁다.
가벼워진 것은 나비의 날개가 아니라
눈물을 흘린 마음 쪽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안다.
나비는 이별이 아니라 변화의 징후라는 것을.
달은 외로움이 아니라 반복되는 희망이라는 것을.
눈물은 약함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가장 솔직한 증거라는 것을.

그리고 오늘 밤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달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울고 있을 것이다.

그 눈물 위로, 보이지 않는 나비 한 마리가
아무 말 없이 날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