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창문에 붙은 나비 한 마리를
오래 바라본 적이 있다.
투명한 유리 위에서,
그것은 안과 밖의 공기를 동시에 더듬고 있었다.
유리는 경계선이었다.
실내의 온기와 실외의 바람,
인간의 숨결과 먼지의 흐름을 나누는 얇은 막.
그러나 그 얇음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벽이기도 했다.
나비의 날개는 가볍다.
비늘처럼 겹쳐진 색들이 빛을 머금고,
아주 작은 떨림으로도 공기를 가른다.
나는 그 미세한 떨림을 눈으로 더듬었다.
보랏빛과 주황, 그 사이를 스치는 검은 선들.
그 문양은 마치 누군가의 마음속 지도를 닮았다.
갈 수 있는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
건너도 되는 선과, 넘으면 무너질 선.
경계선은 늘 그렇게 조용히 존재한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한 번 의식하는 순간 모든 풍경을 분리해 버린다.
나와 너.
어제와 오늘.
사랑과 미움.
말해버린 감정과 끝내 삼킨 문장 사이.
나는 오래전, 한 사람과의 사이에 선을 그은 적이 있다.
그 선은 처음엔 희미했다.
조금의 서운함, 사소한 오해, 늦은 답장.
그러다 어느 순간, 그것은 선이 아니라 벽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온기를 느끼면서도 닿지 못했다.
마치 유리창 너머의 나비처럼.
나비는 몇 번이나 날개를 퍼덕였다.
툭, 하고 유리에 부딪히는 소리가 아주 작게 울렸다.
그 소리는 슬프기보다 맑았다.
마치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처럼.
나는 문득 생각했다.
경계선은 누가 그은 것일까.
세상은 수없이 많은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경선, 차선, 인도와 차도의 경계.
도화지 위 연필의 윤곽선.
그리고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설명할 수 없는 선들.
하지만 나비에게는 그런 선이 없다.
그것은 바람을 읽고, 빛을 따라가며,
꽃의 향기에 이끌릴 뿐이다.
경계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생과 사의 얇은 막.
그조차도 나비는 모른 채 날아간다.
나는 창문을 열어보았다.
차가운 바람이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커튼이 숨처럼 부풀었다.
그 순간, 나비는 잠시 허공에 머물더니
안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밖으로 나갔다.
경계는 열리자마자 사라졌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 기억하고 있다.
어쩌면 경계선은 선 자체가 아니라
닫힌 상태에서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어디쯤에 서 있다.
완전히 떠나지도, 완전히 머물지도 못한 채.
어른과 아이의 사이.
희망과 체념의 사이.
현실과 꿈의 사이.
그 사이에서
우리는 나비처럼 가볍지 못해 자주 부딪힌다.
상처는 생기고, 날개는 조금씩 닳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비는 날개를 접지 않는다.
나는 이제 경계선을 무서워하지 않으려 한다.
그 선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되,
영원한 벽으로 여기지 않으려 한다.
나비의 날개는
선을 지우지 않는다.
다만 그 위를 스쳐 지나간다.
어쩌면 삶이란
선을 넘는 일이 아니라
선을 따라, 혹은 선을 스치며
자신만의 궤적을 그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해 질 녘, 창밖의 빛이 붉게 번질 때
나는 다시 그 나비를 떠올린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가장 선명해지는 존재.
경계선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위를 건너는 감각은
언제나 새롭다.
오늘도 나는
마음속의 창문을 조금 열어둔다.
혹시 모를 나비 한 마리가
머뭇거리다 날아들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