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가장 조용한 순간에 눈꽃은 태어난다.
소리가 없는 탄생이다.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세상 어디보다 섬세하게.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송이는
각자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문양.
단 한 번 존재하고, 단 한 번만 세상에 닿는 형태.
나는 그 사실이 늘 마음을 붙든다.
사람의 기억도 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어떤 기억은 눈꽃처럼 내려온다.
손을 펼치면 닿을 것 같지만,
닿는 순간 이미 녹아버리는 온도.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잡으려 하지 않고 바라본다.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아름다운 것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 많으니까.
봄이 오면 나비가 나타난다.
나비는 늘 가볍다.
마치 세상이 무게라는 것을 잠시 잊은 것처럼.
햇빛 속에서 나비의 날개는
빛을 먹고 살아가는 작은 유리 조각처럼 반짝인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나비는 날기 위해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떠나기 위해 태어난 것일까.
꽃 위에 잠시 내려앉았다가
아무 이유 없이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붙잡지 않는다.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나비를 보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모든 것을 붙잡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조용히 알려주는 것 같아서.
그리고 밤이 오면
하늘에서는 유성이 떨어진다.
유성은 아주 잠깐 나타난다.
하지만 그 순간은
이상하게도 길게 남는다.
어둠 속에서 번쩍이며
한 줄의 빛이 하늘을 가르는 동안
사람들은 소원을 빈다.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왜 사라지는 것을 보며
희망을 떠올릴까.
아마도
유성은 끝이 아니라
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일 것이다.
빛은 오래 남지 않아도
기억은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것.
눈꽃은 내려와 녹고
나비는 날아가고
유성은 사라진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이상하게도 마음속에서는 오래 머문다.
어쩌면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오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잠깐 스쳐 지나갔는데도
잊히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 밤 창문을 열어두면
어디선가 눈꽃이 내려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비가 지나간 자리에서
별 하나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또 하나의 기억을 갖게 된다.
손에 쥘 수는 없지만
마음 안에서는 오래 반짝이는—
눈꽃처럼,
나비처럼,
그리고 유성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