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지나간 하루의 끝에서, 달을 만났다

by 윤지안


하루는 유리처럼 투명하게 시작됐다.
빛이 창가에 닿아 부서지는 소리도 없이 번질 때,
그날은 이미 어딘가에서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그 하루의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
그러니까 모든 것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

그때, 나비 한 마리가 들어왔다.

문이 열린 적은 없는데,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색이었다.
날개는 바람보다 가벼웠고,
빛보다 느리게 흔들렸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가,
멈췄다.

잡을 수 있는 것과
잡아서는 안 되는 것은
늘 닮아 있으니까.


나비는 잠시 내 주변을 맴돌다가
창가에 내려앉았다.
그 작은 몸이
빛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하루가 조금 더 깊어졌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결코 시계가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이렇게,
무언가를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씩 변해가는 일이었다.

해가 기울 무렵,
나비는 사라졌다.

떠나는 장면조차 남기지 않고
빛 속으로 스며들듯,
그렇게.

그리고 밤이 왔다.


달이 떠오른 건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러웠다.
어둠은 천천히 깔렸고,
그 위에 은빛이 얇게 번졌다.

나는 다시 창가에 앉았다.

낮에 머물던 자리에
이제는 달빛이 앉아 있었다.

그 자리는 여전히 따뜻한 것 같았고,
어딘가 나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날의 하루는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끝났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던 하루 속에
분명히,
하나의 세계가 지나갔다는 걸.

나비는 그 세계의 입구였고,
달밤은 그 끝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를
조용히 통과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