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조용히 내려앉는다.
물 한 방울이 돌 틈을 찾아들 듯 스며들고, 젖어들고, 끝내 자리를 잡는다.
낯설던 감촉이 어느새 익숙해져
나와 맞닿은 경계를 지운다.
무엇이 무거워졌는지는 모른다.
발이 가라앉는지,
손끝에 닿는 것들이 점점 희미해지는지.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 자신을 가장 낯설게 바라본다.
지나간 것들이 남긴 자국은 깊고,
다가올 것들은 끝없이 멀다.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지만,
어딘가로 흘러가는 것 같지 않다.
나는 그 안에 그대로 머문 채,
흐름을 가진 것처럼 가장한다.
어쩌면,
이 싸움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알지 못했던 순간들 속에서도
나는 스스로를 거듭 밀어내고,
다시 붙잡아 세우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나아가는 것인지,
겨우 떠밀려가는 것 인조차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발 밑을 스치는 것들 사이로 길을 찾고 있다.
빛은 여전히 머나먼 곳에 있다.
하지만 어둠도 결국, 끝이 날 것이다.
나는 아직 그곳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닿으려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이기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