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봄,
바람이 부드럽게 스쳐 가는 들판 한가운데에서
나는 우연히 한 마리 푸른 나비를 만났다.
햇살을 머금은 작은 날개는
마치 투명한 물결처럼 반짝였고,
그것은 한순간 꿈을 닮은 풍경처럼
내 앞에서 춤을 추었다.
푸른 나비는 바람을 타고 가볍게 날아올랐다.
한곳에 머무르는 듯 하다가도 다시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흔적 없이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마치 자유를 품은 영혼처럼,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는 듯 했다.
나는 그 작은 날갯짓에 마음을 빼앗긴 채
조용히 바라보았다.
푸른빛은 언제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깊고 고요한 바다의 색, 하늘이 가장 맑을 때의 색,
그리고 때때로 슬픔을 품고 있는 영혼의 색.
그 나비의 날개도 그러했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어딘가 쓸쓸한 빛을 띠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 떠나간 기억을 되새기듯,
한 자리에 맴돌다가도
이내 멀리 날아가는 모습이 그랬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저 나비는 어디에서 왔을까?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혹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을 안고
끝없이 떠도는 건 아닐까?
나비는 한참을 날아가다가 꽃 한 송이에 내려앉았다.
그리고는 고요히 날개를 접었다.
마치 잠시 쉬어 가는 여행자처럼.
그렇게 한동안 머물더니, 다시금 날개를 펼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전과 다르게 아주 천천히,
마치 망설이듯 날아올랐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너도 언젠가는 머물 곳을 찾게 되겠지."
푸른 나비는 대답 대신
마지막 한 번 날갯짓을 남기고 멀어졌다.
끝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하지만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푸른 나비는 내 기억 속에서 날아다닌다.
잊힌 듯 하다가도 불현듯 떠올라
마음 한구석을 간질인다.
마치 잃어버린 꿈처럼, 닿을 듯 닿지 않는 그리움처럼.
그리고 나는 가끔 하늘을 바라본다,
혹시라도 다시 푸른 나비가 찾아올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