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나비

by 윤지안


어둠이 내려앉은 숲길을 걷다가,

문득 한 마리 검은 나비를 보았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에 섬세하게 흔들리는 날개,
밤의 신비를 품은 듯한 깊고도 부드러운 색채.
달빛 아래에서조차 그 모습은 더욱 짙게 어두웠지만,
이상하게도 두려움보다는 끌림이 앞섰다.

검은 나비는 흔히 불길한 징조라 불리지만,
나는 그 생각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가장 조용한 위로가 되어준다.
삶의 어둠을 닮은 날개를 가지고서도, 바람을 타고 유유히 날아오르는 존재.
어쩌면 검은 나비는 슬픔 속에서도 끝내 나아가야 함을,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는 걸 보여주는 건 아닐까.

한때 나는 깊은 절망 속에 갇혀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랐다.
그때 검은 나비를 본 순간을 기억한다.
그것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어떤 강인한 기품이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나버린 듯한 순간에도

여전히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오르던 작은 존재.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다시 한번 걸어가 보기로 했다.

검은 나비는 어쩌면 우리의 내면과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고독하고, 때로는 슬픔에 젖어 있지만,
결국엔 바람을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존재.
그곳이 어디일지는 알 수 없지만,
검은 나비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길을 가듯,

우리도 그렇게 나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오늘 밤도 어딘가에선

검은 나비가 날아오르고 있을 것이다.
고요한 어둠을 가로지르며,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던 용기를 일깨우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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