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타이핑을 시작했을 때가 2016년 8월 14일이다.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주문하고 멋지게 전원을 켰다. 심호흡을 하고 워드를 열었다. 그리고... 그리고... 멍하니 있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얼마 전 그 당시 썼던 글을 우연히 열어 보게 되었다. 잊고 있었는데 메일함에 숨어 있더라. 그때의 글을 캡처해서 정말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다. 정말 쓸 수 없는 멍멍 쓰레기라는 점. 줄 바꾸기는 고사하고 네버엔딩 문장 길이와 의미 없는 묘사들. 오타는 양반이었다.
작법서를 많이도 읽었다. 도움이 되었냐고? 죄송한 얘기지만 기억나는 게 없다. 아, 하나는 있다. 왜 이렇게 어렵게 설명하고 대단한 듯 적었을까?
누군가 읽겠다고 한다면 말리고 싶다. 차라리 괜찮은 소설을 한 권 더 읽는 게 낫다. 그들은 제목을 어떻게 뽑았는지, 스토리는 어떻게 끌고 나가는지, 인물의 말투가 어떠한지를 조금 더 신경 써서 보면 공부가 되는 것이다.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작법서를 읽는 누군가는 내 말 뜻을 알 것이다. 돈 낭비다.
그런 책을 사는 것은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도서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공부했다는 착각이 드는 마법
그것과 같은 것이다.
제목 뽑는 법과 상상력은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 스토리 전개와 긴박감은 '히가시노 게이고'. 이 두 명의 작가 이외에는 없다. 그들은 내 선생님이었고 그들의 소설은 길라잡이 작법서였다. 기욤 뮈소의 '종이 여자',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연애의 행방'이라는 책이 있다. 기욤의 상상력, 히가시노의 도입부. 정말 미친다.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들고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뭔지 알 수 있다.
내가 소설 쓰기에 대해 글로 남기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소설 고작 세 권 쓴 걸 자랑하려고? 아니다. 평범한 40대가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허비했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지름길로 누군가가 빨리 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나와 같은 꿈, 아니 거창할 것도 없다. 소설을 쓰고 싶은 욕구가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결론은
님아. 그런 책 사지 마오
차라리 소설책 한 권 더 읽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