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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하자 Aug 28. 2021

소설 쓰기 #12 _ 퇴고의 중심에 있는 조사 수정

이것은 숨은 그림 찾기처럼 어렵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데 이 녀석은 끝까지 숨어 있다가 책이 나온 이후에야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진정한 퇴고는 책이 나온 이후 오타를 발견했을 때 비로소 끝난다


작가에겐 퇴고는 운명이고 오타는 숙명이다. 인쇄된 책을 받은 작가는 벌벌 떨리는 심정으로 읽게 된다. 지난 번 소설은 읽을 때는 오타가 없었지만 이후 지인이 세 글자나 찾아주었다. 숨은 그림 찾기를 실패한 자신을 탓해 보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를'이 '른'으로 표기된 것도 있었다)




요즘은 웹소설이 많이 쏟아지는데 그것은 수정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인쇄되어 나오는 책은 방법이 없다. 오타를 보지 못한 편집자를 탓할 수도 없다. 결국 작가 자신의 몫인 것이다.


오타가 발견되면 항의 전화가 오기도 한다. 물론 작가에게 오는 것은 아니고 출판사로 온다. 어떤 분은 오타가 발견되었으니 환불을 해달라는 독자도 있다. 이건 메뉴에 있는 음식 사진이 실물과 다르다고 하면서 환불 요청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오타를 내고 싶어 하는 작가와 출판사는 없다.

문장이 매끄러운지, 정확한 용어가 쓰였는지, 쓸데없는 문장(아깝다고 느껴지더라도 쳐내야 한다)이 있는지 확인이 다 끝나면 나머지 남은 하나가 있다.


바로 하이라이트는 '조사'와의 싸움이다. 조사를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다른 것에 문제가 거의 없다는 반증이다. 조사가 눈에 띄고 고민하는 것. 마지막으로 접어들었다는 증거이다.


- 노 마스크를 하고 있던 홍길동이 지나가던 사람에게 한소리를 들었다.

- 노 마스크를 하고 있던 홍길동은 지나가던 사람에게 한소리를 들었다.


느낌이 어떤가? 나는 두 개 모두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앞뒤 문맥에 따라 그 쓰임은 다를 것이다. 내 느낌을 말하자면 '홍길동이'는 대상이 열려 있는 듯하지만 '홍길동은'이라는 표현은 닫혀 있고 길동이 자신에게만 한정된 느낌을 받는다. 말 그대로 내 느낌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다만 글 전체의 문맥이 어떻게 흘러 왔는지에 따라 선택은 달라진다.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 독자는 저 미묘한 차이를 알 수 없다. 아니 그냥 지나친다. 저 녀석이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부르는 사람은 작가 한 사람이다. 나를 좀 봐 달라고.



1년에 8만 부의 책이 쏟아진다. 모두 베스트셀러를 꿈꾸며 출간되었을 테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대부분 사장되거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씁쓸히 창고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작가의 진심 어린 퇴고를 맛본 책은 언젠가는 빛을 볼 것이다. 당장의 베스트는 아니더라도 스테디가 될만한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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