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더라. 이런 내용을 써야지 하고 소설을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나는 평범한 일상에서 스쳐가는 것들 중에 나를 휘감는 글감을 자연스럽게 만났다. 그리고 가까이 들여다보며 뭐지? 뭐지? 하고 주머니 속에 구겨 넣는다. 물론 내 주머니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넣지는 않는다.
이번 소설도 우연히 찾아오게 되었다. 강화도 워크숍을 가서 후배와 나눈 얘기가 있었다. 전등사에 잠시 들렸을 때였다.
자연은 우리를 오랜 시간 바라보고 있잖아. 그들은 모든 걸 다 기억하겠지? 우리는 물론이거니와 조선시대 사또 얼굴도 기억할테고, 암튼 다 기억할 거야. 그지? 그게 진실일텐데...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그 너머에 진실이 있을 거야.
잡담 정도의 수준이라 생각하고 그날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며칠 후 흥선대원군 별장이었다는 석파정에 갔었다. 함께 간 여자 후배에게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재미있어하는 후배를 위해 아주 작은 분량의 이야기를 막 만들어 주접을 떨었다. 그녀가 조금 놀란 표정을지었다. (난 이 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오빠. 그걸로 글 쓰면 대박이겠다.
그 주접이 다음 달에 소설로 나온다.
여러 출판사에 투고는 했지만 당장 책을 내고 싶지 않았다. 바쁜 일정도 있고 해결해야 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었다.세 곳의 출간 제의를 뿌리치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했다. 그러다 지금의 출판사 대표의 달콤한 말빨(?)에 책을 내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아주 좋은 조건으로 말이다. 선인세에 10%면 훌륭하지 않은가? (종이책과 웹소설은 달라요)
한 때 재미있는 글감은 없는지 하이에나처럼 킁킁거리며 다닌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말 그대로 제로였다.
글감 확보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마음을 더 열어 두는 것뿐이다. 그것도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내 성향과 맞는 소스가 아주 찰떡처럼 붙게 된다. 당신만을 위한 찰떡. 꼭 찾으시길 바란다.